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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노영찬은 들고 있던 컵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소정은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원수라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만해!"

내 말을 거칠게 끊어냈다.

"소혜나, 예전엔 네가 이렇게 속이 좁은 줄 몰랐다. 정은이는 내 의붓여동생이기도 하고, 네 친동생이기도 해. 목걸이 하나 가지고 왜 그렇게 못 견뎌 해?"

나는 목걸이를 꽉 쥐고 있었다. 단단한 다이아가 손바닥을 찔러 아릿하게 아팠다.

그 말이 정말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목까지 차오른 변명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십 년이 넘게 알아온 사람인데, 그 순간만큼은 너무 낯설어 두려웠다.

그날 이후, 소정은은 당당하게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내가 선물을 하면, 다음 날 소정은도 똑같은 것을 내밀었다.

시간이 흐르자 노영찬은 더 이상 어두운 색 정장을 입지 않았다. 밝은 색, 캐주얼한 스타일을 좋아하게 되었고, 입맛까지 바뀌었다.

반년 전.

나는 이런 관계에 지쳐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노영찬, 우리 약혼 취소하자."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무슨 소리야?"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 관계,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 서로 의지하던 사이가 원수가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더 미워지기 전에 여기서 멈추자."

내가 진심이라는 걸 알아차렸는지, 그의 눈에 처음으로 흔들림이 스쳤다.

"혜나야, 나는 널 사랑해. 그건 알잖아."

"노영찬,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건 의심하지 않아. 다만… 네가 나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두려워."

우리 사이에는 소정은이 끼어 있었다.

그도 내 뜻을 알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내 손을 붙잡았다.

"혜나야, 정은이는 그냥 동생일 뿐이야. 평생 함께할 사람은 너야."

그는 소정은과 거리를 두는 척했고, 선물은 물 흐르듯 나에게 쏟아졌다. 성대한 프러포즈를 준비했고, 결혼 준비도 착착 진행했다.

나는 정말로, 그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다.

세 달 전.

소정은의 계략에 말려들었다. 그녀는 일부러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노영찬은 분노에 차 달려왔고,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안아 들었다. 나는 다가가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냉정하게 나를 밀쳐 넘어뜨렸다.

나는 카페 CCTV를 가리켰다.

"이번엔 증거가 있어."

그는 차갑게 말했다.

"소혜나,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 순간 그동안의 다정함은 얇은 유리막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이 부서질 허상.

그가 믿는 사람은 언제나 소정은이었다. 증거가 있든 없든.

바닥에 쓰러진 나는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느끼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졌고, 의사는 임신 한 달 반이라는 말을 건넸다.

하필이면, 떠나고 싶던 순간에 아이가 찾아왔고 아이 때문에 나는 떠나지 못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 없는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조금 더 차분해지면,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넘어지며 충격을 받은 데다 태아가 불안정하다는 진단을 받아, 나는 며칠간 병원에서 안정 치료를 받아야 했다.

비서를 통해 그가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입원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지 않았지만, 그저 바쁘겠거니 했다.

다행히 병원에는 친한 친구가 있어 돌봐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쉽진 않았다.

유산 방지 주사는 몹시 아팠고, 임신 초기 증상도 심했다. 매일 구토를 반복했고, 역류한 위산이 목을 태웠다.

어느 날은 위에서 토해낸 점액에 희미하게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기다렸다.

아무리 괴로워도 버틸 수 있었다.

소씨 집안은 이미 나를 남처럼 대했고, 이 세상에서 노영찬을 빼면 내 곁엔 그 아이밖에 없었다.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혈연이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오지 않은 건 노영찬이었고, 대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소정은이었다.

"언니, 요즘 오빠가 잘해준다고 진짜 믿어? 그냥 언니 화날까 봐 몰래 나 만나러 다니는 거야."

나는 숨이 막혔다.

"비 오던 날 기억나? 갑자기 나갔잖아. 내가 산에서 친구들이랑 캠핑 중인데 무섭다고 하니까, 오빠가 한밤중에 차 몰고 왔어. 그날 비 속에서 우리가 뭘 했는지 알아?"

"그만해. 입 닥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배가 심하게 아팠다. 호출 버튼을 누르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가 먼저 내 손을 눌렀다.

"온몸이 젖은 채로 오빠 품에 안겼어. 내가 먼저 키스했는데, 밀어내지 않더라. 오히려 더 깊게 들어왔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알아?"

"우욱…"

나는 다시 헛구역질을 했다.

아침 내내 토해서 나올 것도 없었다. 위액과 함께 희미한 피만 올라왔다.

소정은은 멈추지 않았다.

"언니 임신했다며? 오빠 요 며칠 병원 한 번이라도 왔어?"

나는 말없이 숨만 헐떡였다.

"오빠는 언니한테 이미 설렘도 없어. 어젯밤에도 우리 키스했어. 병실 화장실에서. 거의… 관계도 가질 뻔했지."

속이 뒤집히는 느낌과 함께 하체가 축축해졌다. 뭔가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몸에 힘이 없어 호출 버튼도 누르지 못했다.

나는 의사를 부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노영찬이 무슨 짓을 했든, 이 아이만은 지켜야 했다.

침대 위에 선명한 붉은 자국이 보였다.

차가운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문까지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리 사이로 피가 흘러 바닥을 타고 번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엔 오직 하나뿐이었다.

아이.

내 아이.

눈앞이 새까매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수술대 위였다.

"아이를 못 지켰습니다. 지금 소파 수술 진행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차가운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술이 끝난 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중요한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바쁘다고 했다.

나는 반드시 만나야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병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노영찬은 분노에 찬 얼굴이었다. 걱정은 조금도 없었다.

"소혜나,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우리가 한때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끝내 삼켰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봐? 수술? 무슨 수술을 했다는 거야?"

수술 직후라 아랫배는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

그의 몰아세우는 말에 소정은의 속삭임이 떠올랐다.

그 순간, 모든 게 끝났다.

설명도,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속엔 끝없는 증오만이 들끓었다.

나는 이미 약혼을 깨자고 했다.

그가 누구와 있든 내 힘으로 막을 수 없었다.

붙잡은 건 그였다. 소정은과는 더 이상 엮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였다.

그때 떠났다면, 나는 임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나를 상처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아무 죄 없는 아이까지 끌어들였을까.

나는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눈물이 턱을 타고 조용히 떨어졌다.

내 얼굴이 창백해지고, 통증으로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 걸 보고서야 그가 이상함을 느낀 듯했다.

"혜나야, 어디 아픈 거야?"

예전 같았으면 따졌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었다.

머릿속엔 증오뿐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 둘에게 이렇게 짓밟혀야 했을까.

아무 죄 없는 아이가 왜 그들의 추악한 관계 속에서 희생양이 되어야 했을까.

지금의 나는 지옥에서 기어 나온 존재였다.

그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내 아이의 죽음을, 그들의 피로 갚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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