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당신은 싱글이신가요?
소혜인은 머리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지혁은 그녀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럴드 잡지사에서 오셨나요? 앉으세요.”
소혜인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있었고, 이효연이 그녀를 살짝 잡아당겨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다.
고지혁은 휠체어를 천천히 그들 앞으로 옮겼고, 이효연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고 대표님, 지금부터 시작해도 될까요?”
“시작하시죠.”
고지혁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혜인을 단 한 번도 보지 않는 듯했다.
마치 두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듯.
이런 거리감 있는 태도에 소혜인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지금 눈앞의 남자가 정말 자신의 신혼 남편 고지혁이 맞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외모가 비슷한 사람일까?
“저… 고 대표님.”
이효연은 얼굴이 붉어진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은 너무 신비로워서 이름조차 아무도 모릅니다. 혹시 이름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고지혁입니다.”
깨끗하고 간결한 두 글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순간 소혜인의 마지막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
고지혁.
그는 진짜 고지혁이었다.
소혜인의 남편, 고지혁.
“고지혁이라는 이름, 정말 멋지네요.”
정민아는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정민아는 고지혁을 바라보다가 소혜인을 슬쩍 쳐다봤다.
그녀는 아직도 멍하니 고지혁을 바라보고 있는 소혜인을 보며, 몰래 그녀를 꼬집었다.
“아야!”
소혜인은 아픈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오늘 인터뷰는 소혜인이 질문을 맡기로 했고, 이효연과 정민아가 기록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정민아의 다급한 눈빛을 보고 소혜인은 급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전문적인 태도로 질문을 시작했다.
“고 대표님, 혹시 서울시 출신이신가요?”
“절반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소혜인의 혼란과 달리, 고지혁은 여전히 차분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주 어릴 때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소혜인은 약간 우스운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분명 자신의 신혼 남편인데도, 그녀는 그에 대해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업무 중이었기에, 소혜인은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털어내고 준비한 질문을 하나씩 이어갔다.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고지혁은 차갑긴 했지만, 협조적이었고, 이전의 냉혹하다는 소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혜인은 점점 인터뷰에 몰입했고, 잠시나마 그가 자신의 신혼 남편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하지만 다음 질문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며 침묵이 흘렀다.
“언니, 뭐 하는 거야?”
이번에는 이효연이 먼저 눈치를 챘다.
그녀가 소혜인을 툭 치자, 소혜인은 정신을 차리고 사과하며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고 대표님. 이 질문은 조금 사적인 내용인데, 많은 여성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입니다.”
소혜인은 마음속의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며 미리 준비해둔 질문을 그대로 읽었다.
“혹시… 싱글이신가요?”
질문이 끝나자마자, 소혜인은 자신을 꾸짖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고지혁이 싱글인지 아닌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효연과 정민아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질문 후, 소혜인은 긴장한 채 고지혁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처음으로 미소를 띤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미소는 너무 빨리 사라져 그녀는 착각인지 의심할 정도였다.
“그 질문은…”
고지혁은 여유로운 말투로 대답했다.
“소 기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