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속도위반 결혼
소혜인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정말로 자신과 결혼을 하려 한다는 걸.
하지만 이건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일 뿐이었다. 너무 황당한 일이 아닌가?
“농담하지 마세요.”
소혜인은 돈을 건네고 얼른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
“소혜인 씨, 어제 같은 남자한테도 기회를 줄 수 있었다면, 왜 나한테는 줄 수 없습니까?”
그의 말은 마치 그녀의 동의를 구하려는 것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물러섬이 없었다.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합니까? 아, 알겠습니다. 소혜인 씨는 내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나를 무시하는 거군요?”
“그건 아니에요.”
소혜인은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그의 웃는 듯한 차가운 눈빛을 마주치고 나서야 자신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음을 깨달았다.
소혜인은 당황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우린 서로를 전혀 모르는 사이잖아요. 이런 결정은 너무 성급합니다.”
“당신이 소개팅에서 만났던 남자들, 그들도 원래 모르는 사이였잖아요.”
남자의 대답은 담담했지만 직설적이었다.
소혜인은 원래 말솜씨가 좋지 않은 편이라, 그의 논리에 금방 말문이 막혔다.
“소혜인 씨.”
남자는 손을 교차해 휠체어에 올려놓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이 결혼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정말로 협상에 능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소혜인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맞다. 소혜인은 정말로 결혼이 필요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시에 뿌리를 둔 남편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3개월 동안 그렇게 많은 소개팅을 하고, 심지어 김호성 같은 남자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혜인은 그가 한 말을 부정할 수 없었고, 거절의 말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녀는 휠체어에 앉은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당신… 서울 사람이에요?”
그 질문에 남자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맞아요.”
소혜인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가방 안에 있던 신분증을 꽉 쥐었다.
우연히도 오늘 어머니의 병원 서류를 준비하느라 그녀가 신분증을 챙기고 나온 날이었다.
혹시 이 모든 게 운명인 걸까?
소혜인은 눈앞의 남자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외모와 분위기는 그동안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넌 지난 3개월 동안 서울 지역 남자와 결혼하길 간절히 원했잖아.
이제 그 기회가 너 앞에 있는데, 뭘 망설이고 있니?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소혜인은 결국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 마지막 동요를 억누르고 고개를 들었다.
“좋아요, 동의할게요.”
1시간 후, 소혜인은 손에 결혼증명서를 들고 민원센터를 나섰다.
온몸이 가벼워진 듯 몽롱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한 남자와 결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한 번 스쳐 지나간 인연일 뿐인 남자와.
소혜인은 고개를 숙여 결혼증명서를 바라보았다.
증명서 속 사진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했고, 그녀는 어딘가 어색하고 긴장한 얼굴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놀랍게도, 소혜인은 결혼증명서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막 결혼한 남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고지혁.
단순하면서도 품격 있는 이름이었다. 그의 기품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제외하면, 그녀는 남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나 싶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만약 속이 음흉한 사람이라면 어쩌지?
소혜인이 후회하려는 찰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손가락 끝에는 한 장의 카드가 끼워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