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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 여자를 조사해봐

남자는 손가락을 살짝 들어올려,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 끝에 금빛 신용카드를 살짝 쥐고 있었다.

웨이터는 상황을 알아채고, 공손히 그의 카드를 받아갔다.

“저기요,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소혜인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웨이터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난처했지만, 당장 돈이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

소혜인은 휠체어에 앉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돈은 꼭 갚겠습니다. 혹시 연락처나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돈을 바로 보내드릴게요.”

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며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했다.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소혜인은 심장이 살짝 두근거렸다.

기자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인물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설명할 수 없는 압박감을 줬다.

게다가, 그는 매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마치 주변 모든 일이 그의 관심 밖에 있는 것처럼.

소혜인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왜 이런 남자가 자신을 도우려고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종이와 펜이 있나요?”

소혜인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남자가 계좌번호를 적어줄 거라 생각하고, 급히 가방에서 펜과 노트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펜을 받아 들고, 소혜인의 노트에 빠르게 숫자 한 줄을 적은 뒤 노트를 건넸다.

노트를 받는 순간, 소혜인은 잠시 멍했다.

“이게 뭐죠?” 노트에 적힌 숫자는 분명 계좌번호가 아니었다.

“전화번호예요.”

남자는 펜을 다시 그녀에게 건네며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이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해요.”

소혜인의 볼이 조금 뜨거워졌다.

이 남자가 매우 영리하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 단번에 그녀가 지금 당장 100만 원을 낼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왜 굳이 계좌번호 대신 전화번호를 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혜인은 예민한 성격이라 생각이 많았지만, 굳이 더 묻지는 않고 노트를 받아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믿지 않을까 봐 걱정돼, 소혜인은 재빨리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이건 제 명함이에요.”

“소혜인?”

남자는 명함을 받아 들고 고개를 숙여 한 번 보더니 그녀의 이름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의 저음 목소리는 마치 깃털처럼 소혜인의 마음을 간질이는 듯했다.

“그럼 연락할게요.”

소혜인은 마음속의 묘한 감정을 억누르고 서둘러 말한 뒤, 식당을 나섰다.

그녀는 거의 도망치듯 레스토랑을 떠났다.

소혜인이 떠난 뒤, 레스토랑 안에서 고지혁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그녀의 다소 허둥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긴 손가락이 휠체어 팔걸이를 무심코 두드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대표님.”

이때 한 젊은 남자가 급히 식당 안으로 들어와 고지혁 곁으로 다가왔다.

“이소영 씨가 길이 막혀서 5분 정도 늦을 거라고 합니다.”

“오지 말라고 해.”

고지혁은 여전히 창밖으로 떠난 소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스스로를 높이는 여자는 싫다.”

“하지만…”

옆에 있던 비서로 보이는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이 계속 재촉하고 계셔서…”

“저 여자를 조사해봐.”

고지혁은 갑자기 손을 들어올려, 손가락 사이에 소혜인의 명함을 끼운 채 말했다.

“여자요?”

비서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제야 그의 상사가 소혜인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서는 즉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대단한 보스가 여자를 조사하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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