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예상치 못한 선물
“헤럴드 잡지사 기자님들, 이건 저희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작은 선물이니, 기쁘게 받아주세요.”
포장이 고급스러운 상자를 건네받은 이효연은 한껏 들떠 소리쳤다.
“세상에, 선물까지 준비하다니, 고 대표님 정말 세심하시다!”
그러면서 상자를 급히 열어보더니, 안에 들어 있는 샤넬 스카프를 보고 감탄했다.
“와! 역시 대기업 대표님답게 통이 크네! 게다가 우리 각각 다른 디자인이라니, 혜인 언니, 언니 건 어떤 디자인이야?”
소혜인은 원래 열어보지 않으려 했지만, 이효연의 계속된 졸라댐에 어쩔 수 없이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상자를 열자마자, 안에 든 물건을 보고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급히 상자를 닫은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별거 아니야. 너랑 같은 디자인이야. 그, 저… 배가 아프네.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며, 소혜인은 거의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칸에 앉자마자, 소혜인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다시 열었다.
이효연과 다른 스카프 대신, 상자 안에는 열쇠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소혜인은 열쇠를 손에 들고, 여전히 놀란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그때 그녀의 가방 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발신자는 ‘100만 원 채권자’였다.
소혜인은 전날 고지혁의 번호를 저장하며 이렇게 이름을 붙였었지만, 하루 만에 채권자가 남편으로 바뀌어버렸다.
문자를 열어보니, 고지혁이 보낸 것은 서울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부촌에 위치한 주소였다.
주소와 열쇠.
소혜인은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고지혁은 자신에게 정말로 이사를 하라는 뜻이었다.
물론, 고지혁의 생각은 맞았다.
그들은 이제 부부였고, 함께 사는 것이 당연했다.
소혜인은 열쇠를 가방에 대충 넣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휴대폰에 저장된 ‘100만 원 채권자’라는 이름을 ‘남편’으로 수정했다.
‘남편’이라고 저장했지만, ‘여보’ 같은 표현이 아닌,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였다.
그것은 그들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소혜인은 다시 이효연과 함께 잡지사로 돌아갔다.
이번 인터뷰 동안 사진작가가 고지혁의 사진 몇 장을 찍었지만, 그의 허락 없이는 사진을 게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편집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지혁 측에 사진 사용 가능 여부를 물었다.
사실 편집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고지혁은 늘 신비로운 이미지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 자체가 이미 큰 행운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지혁 측에서 사진 게재를 흔쾌히 허락했다.
잡지사는 곧바로 들썩였다.
“우와! 희성 그룹 대표님의 사진이라니! 우리 잡지사 대박이 났다!”
“빨리 사진 보여줘! 효연 씨가 말한 것처럼 잘생겼나 확인 좀 하자!”
그동안 고지혁의 허락 없이 사진을 볼 수 없었던 동료들은, 이번 기회를 놓칠세라 사진작가에게 몰려들었다.
사진작가가 컴퓨터를 열자, 고지혁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순간, 잡지사 여성 직원들이 소리쳤다.
“대박! 진짜 잘생겼다! 효연 씨의 묘사가 그의 잘생김 10%도 못 담았네!”
“이 정도 외모면 연예계 스타들이 비교도 안 되겠다!”
그러나 몇몇 남성 직원들이 사진을 보고 투덜거렸다.
“아니, 근데 대표님이 앉아 계신 의자, 뭔가 이상하지 않아? 휠체어 같은데?”
마침내 누군가 고지혁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자, 사무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효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 대표님은 휠체어를 타고 계셔.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야?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휠체어면 어때? 우리 모두의 백마탄 왕자님 맞잖아!”
그녀의 말에 여성 직원들은 다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몇몇 남성 직원들은 시샘하며 말했다.
“잘생기고 돈 많으면 뭐해. 휠체어 탄 남자는 80%가 그… 그게 안 된다던데?”
“그러니까, 새 신부는 앞으로 과부처럼 살아야겠네.”
옆에서 물을 마시던 소혜인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물에 목이 막혀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