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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어서 오십시오, 신랑, 신부님."

점원이 벨벳 커튼을 걷으며 공손하게 웃었다. "드레스가 도착해 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웨딩숍에 들어섰다.

강민중이 나를 위해 맞춤 제작했다는 단 하나뿐인 웨딩드레스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은하가 볼 수 있게 해줘요."

그는 내 손을 잡고 다정한 목소리를 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혀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커튼이 천천히 올라가며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분홍빛 다이아몬드가 반짝였다.

5미터에 이르는 기다란 트레인이 불꽃처럼 빛났고, 드레스 가슴 중앙에는 거대한 핑크 다이아몬드가 눈이 시릴 만큼 찬란했다.

"드레스 트레인이 5미터이고, 모든 장식은 수작업 보석 세공으로 완성됐습니다."

디자이너가 설명을 이어갔다. "다이아몬드는 소더비에서 공수한 것이고요. 신랑 분께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핑크 다이아몬드를 꼭 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에 들어?"

강민중이 웃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가 말해줘, 자기야."

나는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속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응, 마음에 들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라며 정성을 다했다지만 핑크는 서세진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색이었다.

"시각이 불편하신 걸 고려해서, 안 보이는 고정 장치에는 돌출 표시를 넣었습니다."

어시스턴트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더 쉽게 잠그실 수 있도록요."

"세심하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석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을 거쳐 가슴까지 스며들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드레스는 어젯밤 서세진이 입고 있던 그 드레스였다.

이미 다른 여자와 더럽힌 옷을 나보고 입고 결혼식을 올리라고?

"여기, 메인 스톤도 만져봐."

강민중은 내 손을 이끌어 핑크 다이아몬드에 올렸다. "표면에 세공된 결이 느껴지지?"

점원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정말 헌신적이시네요. 이렇게 정성을 들인 신랑 분은 처음 봅니다."

"원래 늘 이렇게 저한테 잘해줬어요."

나는 거울 속 우리 모습을 보며 달콤하게 웃었다.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그냥 둘 수 있을까.

그보다 더 완벽하게 연기해주는 게 예의겠지.

"지금 한 번 입어볼까?"

디자이너가 장갑을 들며 말했다. "지난번 치수대로 맞춰뒀습니다."

"괜찮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여자가 입었던 걸 내가 다시 입을 이유는 없었다.

"한번 입어봐. 내가 도와줄게."

강민중은 그저 내가 귀찮아서 그러는 거라 생각했는지 다가와 내 목 뒤쪽의 클라스프에 손을 뻗었다.

그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셔츠 깃 끝에 묻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립스틱.

내 것이 아닌 색, 흰 셔츠에 번져 있었다.

나는 몇 번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깃이… 조금 붉은데?"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순간 굳어졌다가 곧바로 태연하게 웃었다.

"어제 와인 마셔서 그랬나 봐. 이따 갈아입을게."

흠 잡힐 곳이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그런데도 내 손은 또 꽉 쥐어졌다.

"입어보자, 은하야."

그는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결혼식 때 다들 볼 텐데, 뭐하러 지금?"

나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다.

"난 지금 당장 보고 싶은데."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내 신부였으면 좋겠다."

한쪽에서 속삭이는 점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로맨틱하다…"

"이 한 벌 만들자고 디자이너 스케줄 1년을 통째로 잡았다잖아."

"꽃들 보러 갈까?"

강민중이 내 손을 잡았다. "장미는 크루즈에 이미 실어놨어."

"그래."

나는 그가 이끄는 대로 걸었다.

하지만 문에 다다랐을 때,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세진이 서서 그를 향해 달콤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못 본 척했다.

"왜 그래? 왜 멈춰?"

"언니!"

서세진이 나를 향해 뛰어오더니 곧장 강민중의 품에 와락 안겼다.

강민중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떼어냈다.

그리고 내 눈치를 살폈다.

"은하야, 세진이는 원래 좀… 과해. 너무 신경 쓰지 마."

"감싸주는 거야?"

나는 가볍게 물었다.

"오해할까 봐 그래."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진지한 얼굴로 이어갔다.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불안한 듯 목젖을 삼키더니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내 마음엔 너밖에 없어."

그때 매니저가 나타나 긴장된 공기를 끊어냈다.

그는 상자를 건넸다.

"신랑, 신부님.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강민중은 아무렇지 않게 상자를 받아 들었다.

"얘가 좀 덜렁대서요. 제가 챙겨줘야 해요."

매니저에게 설명하듯 말했지만, 사실은 내게도 들려주려는 말투였다.

정말 자상한 오빠다.

모든 걸 이렇게 완벽하게 챙겨주는.

서세진은 기분이 좋은 듯 내 팔에 팔짱을 끼었다.

"언니, 질투하는 거 아니지? 오빠가 나한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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