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그래."
강민중은 나를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 내가 아직도 앞을 못 본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바로 그 눈앞에서, 나를 얼어붙게 만드는 장면이 펼쳐졌다.
[오빠, 나 옆방에 있는데 지퍼가 안 올라가. 와서 좀 도와줘.]
사진이 함께 왔다.
거울 앞에 선 서세진, 드레스 지퍼가 반쯤 열린 채 등을 젖히고 있었고, 깊게 파인 가슴골이 불빛 아래 더 도드라져 보였다. 분홍 쉬폰 드레스가 살결 위에서 은근히 빛났다.
강민중은 화면을 가리려 애썼지만, 입꼬리는 이미 들려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계속 하고 싶다고 조르는 거야? 거기서 기다려. 네가 원하는 거, 오빠가 지금 가서 해줄게.]
내 앞에서 이런 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보내고 난 뒤, 그는 폰을 태연하게 주머니에 넣었다.
"일 때문에 잠깐 나갔다 와야겠어."
그는 테이블을 쓸어보며 경고하듯 눈빛을 흘렸다.
"내 약혼녀 잘 챙겨. 괜한 소리 하지 말고."
남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능글맞게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아무 말도 안 하지. 얼른 다녀와."
강민중은 몸을 굽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은하야, 업무야. 여기서 좀 기다려. 금방 올게."
내가 보지 못했다면, 내 시력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또 그를 믿었겠지.
하지만 나는 봤고,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내 대답 따위 기다리지도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눈이 멀었다고 믿는 아내는 뒤에 두고, 서세진에게 음흉하게 기어가는 발걸음은 너무도 가벼웠다.
그들이 술에 집중하는 틈을 타 나는 조용히 일어나 그를 뒤따랐다.
그가 들어가는 방을 보고는 숨을 죽인 채 가까이 다가가 문에 귀를 댔다.
예상대로였다.
달콤하게 질척이는 신음과 짙은 그의 숨소리.
손이 또 주먹으로 웅크러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화장실로 들어가 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이전에 예약해둔 그 가짜 사망 계획… 지금 실행해주세요."
상대방의 목소리는 간결하고 단단했다.
"실행 최종 계획 말씀이십니까?"
"네."
거울 속 내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알겠습니다. 요청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강민중은 오늘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새 인생 축하해요, 은하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