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당연히 아니지."
나는 미소를 띠며 답했다.
평생 서로 물고 뜯으며 살면 딱 어울리는 인간들인데, 축복해줘야지.
강민중은 내 대답에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세진아, 그만해. 선 넘지 마."
경고가 섞인 목소리에 서세진은 못마땅한 기색으로 나를 놓았다.
우리는 빌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백미러 너머로 서세진이 끝까지 아쉬운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게 보였다.
차 안에서 강민중은 일을 보는 척했지만, 또다시 내 앞에서 서세진과 똑같은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뻔뻔한 더러움.
—울지 마, 아가야. 오빠가 곧 가서 달래줄게.
눈가가 뜨겁게 시큰거려서 나는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차가 빌라 앞에 멈췄다.
"피곤해?"
그는 내 안전벨트를 직접 풀어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괜찮아."
나는 문을 열고 내려섰다.
"나는 선상 준비 마무리 확인하러 갈게. 넌 좀 쉬어."
그가 내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긴장하지 마, 우리 마누라."
"응."
그렇게 집에 들어간 지 한 시간쯤 지나자, 휴대폰이 울렸다.
'새언니'라는 한 단어만 적힌 낯선 링크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눌렀고, 영상은 자동으로 재생됐다.
— 오빠, 그러지 마…
서세진의 끈적한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쉬… 무서워하지 마.
강민중의 낮고 나른한 웃음.
카메라에는 그의 흰 셔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익숙한 검은 시계가 스쳐 지나갔다.
"오빠, 내일 결혼하잖아… 그럼 나도 사랑해줄 거야…?"
서세진이 응석을 부렸다.
"난 항상 널 사랑했어."
그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근데 지금은… 널 미칠 만큼 박아주고 싶어."
나는 화면을 멈추며 숨을 삼켰다.
가슴이 옥죄이고, 속이 뒤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파일을 저장했다.
이 배신의 증거들... 내가 준비한 결혼식 선물로 강민중이 마음껏 즐기길 바랐다.
나는 암호화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나야, 여은하."
여자의 목소리가 즉시 들렸다.
"증거 확보됐어?"
"방금. 영상 상태도 완벽해. 지금 보낼게."
"생중계 오프닝에 쓸 거지?"
"맞아."
나는 모든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한 뒤, USB에도 한 번 더 복사했다.
컴퓨터 화면 안에서 진행 상태를 보여주는 막대가 조용히 차올랐다.
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서세진이었다.
[언니, 자? 민중 오빠 오늘 집 안 간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어.]
[오해는 하지 마! 내일 언니 결혼식이니까 너무 심하게는 안 할게.]
[솔직히 나 언니 싫어. 언니만 아니었으면 오빠랑 결혼하는 건 나였을 텐데.]
나는 그 메시지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손가락이 천천히 말려 들어가며 힘이 들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내용을 캡처해서 추가 증거 폴더에 모아 넣었다.
USB에 모든 파일이 담기고 전송까지 끝나자, 나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주먹은 조그맣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크루즈에서의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