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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마음속의 균열

임서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남편이 피투성이 여자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들어가는 광경이었다.

누가 봐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응급실 쪽을 바라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그 문 안으로 따라 들어가면, 지난 3년의 결혼이 한순간에 거짓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응급실 안에서는 허재혁이 안고 온 여자가 의료진에게 인계되어 수술실로 옮겨졌고, 그는 문 앞에서 막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뒤, 비서 류경민이 헐레벌떡 도착했다.

"대표님, 방금 병원 로비 쪽에서 사모님을 봤습니다. 아마 차를 보고, 대표님도 본 것 같습니다."

허재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순간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닫힌 수술실 문을 한 번 올려다봤다.

"류 비서, 여길 지켜. 어떤 상황이든 바로 연락해."

"네."

그때, 임서진은 여전히 병원 현관에 멈춰 서 있었다.

그러다 시야 속에 허재혁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포착하더니, 긴 다리를 내디디며 곧장 다가왔다.

그의 흰 셔츠와 검은 바지,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던 손가락들이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늘 단정하고 차분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 그 여자를 안고 달려가던 그의 얼굴에는 명백한 '걱정'이 서려 있었다.

그런 허재혁은,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여긴 왜 왔어?"

차가운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임서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 그의 몸에서 진동하는 짙은 피 냄새에 갑자기 속이 울렁였다.

입을 막고 고개를 숙인 채 헛구역질이 나왔다.

허재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귀하게 자란 여자란 귀찮기만 했다.

그는 몇 걸음 물러서며 냉정하게 물었다.

"어디 아파?"

그녀는 겨우 숨을 고르고, 힘겹게 일어섰다.

멀어진 거리만큼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래도 그는 남편이었다.

임서진은 피비린내 속으로 한 걸음 다가선 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가 좀 안 좋아서 검사받으러 왔어. 근데… 재혁 씨, 아까 그 여자는 누구...예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녀는 방금 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여자의 하얀 원피스 아래쪽이 피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

모양새로 보아… 혹시, 유산인 걸까?

허재혁은 담담히 말했다.

"친구야. 임신했는데, 그만 넘어졌어."

임서진은 그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잠시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심해요? 내가 같이 가볼까?"

그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류 비서가 있으니까. 당신은 검사 다 끝났어?"

"응, 위궤양이 좀 도졌대서."

이런 상황에서 임신 소식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저 힘없이 대답했다.

"그럼 집으로 가. 나도 옷 좀 갈아입어야겠어."

그의 말에 그녀는 피로 얼룩진 셔츠를 한 번 더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운전은 허재혁이 했다.

그녀는 조용히 조수석에 앉았다.

가원 별장까지 30분, 두 사람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각자 다른 생각 속에서 침묵만 흘렀다.

임서진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친구'라 했다.

그녀는 그의 인간관계를 떠올렸다.

허재혁에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그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설명은 짧았지만 거짓으로 들리진 않았다.

임신한 여자가 넘어져 다쳤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달랬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일 리 없겠지.'

집에 도착하자 그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조 아주머니가 그가 피에 절은 모습을 보고 놀란 듯 물었다.

"부인, 사장님 다치신 거예요?"

"아니에요, 사장님이 아니라… 친구가 다쳤대요."

'친구'라는 말은 조 아주머니에게 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다.

얼마 후, 옷을 갈아입은 허재혁이 내려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식사 내내 임서진은 세 번이나 화장실로 달려가 토했다.

세 번째로 나왔을 때,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식탁에서 일어섰다.

"회사에 다녀올게. 오늘 저녁에 접대가 있어서 늦을 것 같아. 저녁은 기다리지 마."

"알겠어요."

임서진이 작게 대답했다.

허재혁은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곤, 시혜하듯 말했다.

"식사 후에 약 먹는 거 잊지 말고."

"응, 알아요."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집을 나서자마자, 임서진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발코니 문을 열고 서서 그의 차가 대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끝까지 따라갔다.

그녀는 힘이 빠진 듯 의자에 앉았다.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한심하고 우스웠다.

이 별장에서 나가면, 병원과 허씨 그룹 본사는 같은 방향이었다.

그걸 너무도 잘 알면서, 정작 그 앞에서는 아무 말도 묻지 못했다.

마음속에 스며든 의심은 씨앗과 같다.

제때 풀어내지 못하면, 그 불신은 끝없이 자라 뿌리 깊게 마음속을 잠식한다.

저녁 무렵, 입덧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입맛이 없었다.

그래도 의사가 말한 대로 영양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은 돌아온다'고 했던 그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정을 가까스로 넘긴 시각, 지하 주차장 쪽에서 차 시동 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서진은 뜨겁게 달궈진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불끝을 꼭 움켜쥔 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발소리, 서류 가방 내려놓는 소리, 시계를 풀고 재킷을 벗는 소리가 잇따랐다.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희미한 수면등 불빛 아래, 빨래바구니 가장자리에 걸쳐진 그의 재킷이 보였다.

임서진은 이불을 젖히고 맨발로 바닥을 밟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허재혁의 재킷을 들어 코끝에 가져갔다.

담배 냄새와 함께 묘하게 섞인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냄새가 스며드는 순간, 머리끝부터 얼굴 전체가 싸늘하게 저려왔다.

손끝에서 재킷이 미끄러져 떨어지자, 그녀의 심장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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