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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공우진, 적당히 마셔

차가운 물을 받으면서 손을 깨끗하게 씻은 강태리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바로 누군가에게 팔이 잡혀 옆에 있던 다용도실로 끌려들어갔다.

대걸레 막대기가 허리를 쿡 찌르는 바람에 강태리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지를 확인하고서야 눈빛이 갑자기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백용현? 뭐하는 거야?”

어두운 푸른 조명이 머리위에서부터 내리 비췄다.

“너랑 공우진 어떻게 된 거야?” 남자의 다섯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분노에 찬 말투로 물었다. “루빈이한테서 들었어. 너 공우진 애인 짓 한다며?”

강태리는 옆에 떨어진 핸드백을 힐끔 보았다. 만약 망가지지 않았다면 지금 녹음상태일 것이다.

그녀는 피식하더니 이내 연기에 몰입했다. “걔가 뭐라하면 다 믿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믿지 않을 거면서 왜 나한테 와서 따니는 건데?”

“널 믿어.” 백용현은 조급하게 말했다. “너가 애인이 아니라고 하면, 나 믿을게.”

강태리는 있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쳤다. 얼마나 지났다고 자기의 어깨가 이미 새빨갛게 잡힌 자국이 생겨 버렸다.

“너 이미 강루빈이랑 결혼하기로 했잖아. 왜 내 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

“난... 너 알잖아, 난 걔를 사랑하지 않는 거.” 백용현은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사이 3년이야. 학교부터 졸업해서 사회에 나올 때까지, 그 시간들을 잊는다고 해서 그게 잊혀지는 게 아니잖아.”

“그래. 네가 강루빈을 사랑하지 않고 또 날 믿는다고 하니까.”

강태리가 풉하고 웃었다. “일단은 내가 집에서 쫓겨날 때 돈 한푼도 없었어. 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할거 아니야. 근데 난 최고의 남대 국제금융학과를 졸업하고 주얼리 디자인까지 독한한 강태리인데, 난 왜 강루빈이 나를 또 스폰 받는 재벌 애인이라고 모함하는지 이해가 안돼. 근데 백용현 너도 잘 알거야, 공씨 그룹 회장님의 개인 비서로 일하는거 내 능력으로 충분히 케어할 수 있다는 거.”

백용현은 할 말이 없었다, “알아.”

강태리는 태어나서부터 아주 귀하게 자라왔다.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그도 잘 알고 있다. 몇년전에 되찾은 강루빈과 비교했을 때 두 사람은 양육 방식부터 본질적으로 달랐다.

“그리고, 헤어지잔 말도 백용현 네가 먼저 꺼낸 거야.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으니까 더 이상 나를 찾아 오지 마.”

강태리는 그를 밀쳐내고 땅에 떨어진 가방을 들고 나가려는데 백용현은 그녀를 쉽게 보내줄 생각이 없는듯 하다.

”회장님 비서 하지 마. 내가 너 책임질게.”

강태리의 눈썹이 위로 쭉 올라가면서 고개를 돌렸다. “뭐야, 나를 스폰하게?”

“공 회장같은 사람들은 너를 스폰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 근데 난 할 수 있어.” 아주 진지하게 말을 하고 있는 백용현이다. “네가 동의한다면 결혼 후에도 너를 더 중시할게.”

어쩌지? 공우진은 이미 스폰을 시작했는데?

시스템66, “퉤! 완전 쓰레기, 웩!”

강태리는 아무런 표정없이 그를 미친.놈이라고 욕했다. “너 나랑 사귈때부터 강루빈이랑 한 침대를 굴렀으면서 지금은 나를 스폰하겠다고? 지나가는 개다 다 웃겠다.”

“너 어떻게 알았어?” 백용현은 아주 의아한 표정이다.

강태리가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였다. 어차피 이런 막장 전개는 여자 조연한테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다.

“그러니까 좀 떨어져. 너희들 때문에 이미 내 이미지는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졌어. 난 이제 그냥 조용히 잘 살고 싶어.”

강태리가 그를 밀치고 싶었지만 그녀의 손을 꽉 잡은 백용현은 점점 그녀를 구석으로 몰았다.

“이러지 마 태리야. 나 진짜 너를 사랑해. 너가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

66이 참다 못해 욕이 나왔다. “저게 인간이 할 얘기냐고요!”

“너가 왜 흥분해서 욕을 하고 그래, 욕할 사람은 나라고.” 강태리가 66한테 말했다.

강태리는 조용히 뒤에 있던 대걸레를 꽉 잡고서 그 토나오는 입이 맞추려고 다가올 때, 한쪽 다리를 구부려 무릎으로 아주 세차게 남자의 치명적인 부위를 향해 니킥을 날렸다.

“으악!”

상대가 아파서 뒤로 물러섰을 때 바로 뒤에 있던 대걸레로 그의 복부를 찔러 한쪽으로 밀어냈다.

물흐르듯 이어진 동작을 마치고 강태리는 얼른 대걸레를 던져버리고 빠르게 문앞으로 달려갔다.

그때 마침 다용도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밖에서 열렸고 브레이크가 되지 않았던 그녀는 그대로 앞으로 덮쳐 버렸다.

머리가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치자 아파난 강태리가 아야-하면서 이마를 잡았다.

“강태리?” 공우진이 팔을 뻗어 그녀를 받았다.

고개를 들고 그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그제야 그녀는 놀란듯 소리 질렀다.

“공 회장님!”

그녀의 당활실색한 모습을 본 공우진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차갑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백용현은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얼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따라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나왔다. 싸늘하고 무정한 그 얼굴을 마주하자 크게 놀라며 무심결에 허리를 펴고 곧게 섰다. “공 회장님.”

“당신, 내 비서한테 무슨 짓을 했어?” 백용현을 보는 남자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고 우뚝 선 몸매가 불 빛때문에 느러진 그림자의 압박감은 거대했다.

“아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옛 친구라서 안부를 물었던 거뿐이에요.” 백용현은 식은 땀이 흐르면서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허리 숙여 예의를 표하고 이내 다리를 끼고 도망쳤다.

강태리의 뻣뻣해진 몸은 백용현이 떠나고서야 안심하고 풀렸다.

“백용현이 나를 강제로 스폰하겠대요. 으익, 징그러워.”

공우진은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 “대책은 생각했어?”

“나 혹시 공씨 그룹의 근로계약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입술을 다셔보았다.

“그건 뭐하게?”

“그것만 있으면 내가 백용현 그 골칫덩이를 해결할 수 있어요.”

“내가 대신 해결해 줄게.” 공우진이 평온하게 말했다.

그는 처음 애인을 스폰하는것 치곤 갓 애인으로 부임한 여자의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할 줄도 알았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강태리가 웃어보였다. “내가 공우진 씨 옆에 있는게 돈 때문만은 아니니까.” 사실은 보스에게 안 좋은 서비스 경험은 줄 수 없어서였다.

“우진아, 도 부인께서 또 너를 찾으셔.”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이 몸을 돌리자 한 쌍의 온유한 커플이 사이좋게 머지않은 곳에 서 있었다. 두 사람, 참 잘 어울린다.

유설과 도율이였다.

공우진은 무심결에 강태리의 허리를 꽉 잡았다. 손가락이 그녀의 허리 살결을 움켜쥐었고 힘이 너무 세서 그녀가 신음소리까지 나왔다.

“아파.”

그녀는 자기 손을 그의 핏줄이 튀어나온 손등에 얹어 그가 천천히 힘을 뺄 수 있게 하였다.

“모처럼 네가 혈색이 좋은 모습을 보네?” 공우진은 성대가 빳빳해져서 무표정으로 유설의 어깨에 올려진 손을 보았다.

도율은 옆에서 미간을 살짝 좁힌 강태리를 힐끔 보더니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웃으며 응답했다. “앉아서 얘기 좀 나눌가?”

“응.”

공우진은 줄곧 차가운 표정으로 와서 술을 권하는 사람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보기엔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도율과 유설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술을 한잔 또 한잔 들이켰다.

그에게는 아주 심한 위병이 있다. 계속 이러면 무조건 탈이 난다.

남자가 연속으로 잔을 10번 비우고 나서야 드디어 유설이 걱정서린 눈길을 보내왔다.

공우진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또 다시 고개를 젖혀 잔에 들어 있는 술을 마셨다. 그는 대체 그가 몇잔을 마셔야 그녀가 그 남자를 떠나 자기의 곁으로 걸어올 수 있을지 몰랐다.

예리하게 그의 기분 이상을 알아차린 강태리는 먼저 와인잔을 들고 공우진의 팔을 감싸며 상대와 잔을 맞췄다.

“제가 공회장님 대신 마실게요.”

강태리가 머리를 젖히고 와인 한 잔을 쭉 들이켜서 비웠다.

너무 급하게 마신 탓에 기침 몇번이 새어나왔다. 잔을 내려 놓고 입가를 닦은 그녀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공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이 비서 강태리씨죠? 귀엽네요.” 상대는 허허하며 웃었고 그녀가 조금은 서툴게 술을 대신 마신 행동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단지 두 사람 사이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번갈아 볼 뿐이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태리가 적당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떠나자 공우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

“너 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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