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도씨 디너 파티
공우진은 그녀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다가 결국엔 입꼬리만 올라가고 반박하진 않았다.
“나름 괜찮은 대답이었어.”
도 부인의 디너 파티에는 권세가들로 가득했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한 저택의 앞에 세워졌다.
차에 앉아있던 강태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오면 내 신분은 어떻게 소개 할 건데요?”
“내 새로운 비서.”
“그래요.” 강태리가 머리를 끄덕였다.
통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밖에서 사이가 너무 가까워 보이면 남은 세 남주를 처리하기가 애매해진다.
공우진은 보석함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도 부인 선물.”
럭셔리함이 잔뜩 묻어있는 선물함은 보기만 해도 값비싼 것이 느껴진진다.
그녀는 조용히 잘 넣어두었다. 남자는 차 반대편으로 걸어가 아주 신사다운 매너로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
거대하고 무거운 저택문이 열리면서 안은 눈부시게 휘황찬란했다.
강태리는 그의 팔짱을 끼고 같이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강태리가 얼굴을 살짝 들었다. 미모가 돋보이는 얼굴이 위로 내려오는 부드러운 조명 빛을 받자 우아하면서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보였다.
“몇년간 솔로로 지내오던 공 회장한테 갑자기 여자가 생겼어? 저 여자 누구지?” 저마다 술잔을 들고 있었고 권세가들은 너도나도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한양의 거물로서 공우진의 가십거리 뉴스는 늘 0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년간 유설을 위해 그는 스캔들 한 번 없었다.
강태리도 시스템66한테서 이 소식을 듣고 이 남자의 일편단심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66, 혹시 무슨 질병 같은 거 있는 게 아냐? 공우진 올해 28이 되었잖아. 어떻게 옆에 잠자리 파트너도 없어?”
“공우진 장난 아닙니다. 그렇대도 숙주님은 체험 못하실 거예요. 포기하셔요.” 시스템66이 웃으면서 그녀의 생각을 딱 잘랐다.
“쳇.” 강태리가 가볍게 소리를 냈다.
공우진이 눈 높이를 낮추고 그녀를 보며 물었다. “왜 그래?”
“아니에요.”
“쓸데없는 짓은 하나도 하지 마, 알았지?” 그의 조금은 차가운 경고였다.
“알았어요.”
마찬가지로 파티에 참석한 강씨 집안과 백용현은 두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서로 주고받는 다정한 모습을 보자 저마다 경악한 눈빛이었다.
강씨 모친이 놀란듯 눈을 껌벅이었다.
“우리 태리 아니야?”
강윤은 조금만 꾸며도 눈부시게 빛나는 여자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태리가 아니지. 엄마 잊었어? 어제 집에서 쫓겨났잖아.”
강루빈은 백용현의 넋이 나간 모습을 보자 그의 팔짱을 더욱 꽉 잡고 작게 말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어제까지만 해도 용현이한테 그런 소리를 해놓고 오늘 바로 공씨 그룹 회장을 꼬셨어.”
강윤은 갑자기 왜 그녀가 그렇게 당당하게 집을 나갔는지 알것 같았다. 입꼬리도 같이 올라가면서 대답했다.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야. 저번에 아빠가 태리를 경찰서에 보낼 뻔했을 때 저 사람이 나서서 도와줬었어.”
강태리도 사람들 사이에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그녀의 눈길은 그저 빠르게 한번 스쳐 지나갔고 그들한테서 멈추지 않았다.
도 부인은 화이트 한복 원피스 차림이었고 손에는 염주를 들고 웃으면서 두 사람한테로 다가왔다.
“올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공우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오긴 와야죠.”
유설이 도씨 집안에 시집간 후로부터 공우진이 여기로 온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분은?” 도 부인의 눈길은 그의 옆에 서 있던 여자를 향했고 어딘가 모르게 눈에 익었다.
“도 부인, 안녕하세요, 저는 강태리입니다. 지금은 공 회장님의 비서로 새로 부임했어요.” 미소를 머금고 손에 들고 있던 보석함을 건넸다. “공 회장님께서 도 부인께 생신 선물을 준비했어요. 생신 축하드려요.”
여자는 예쁨 받을 수밖에 없는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다만 그녀의 명성이 안 좋았고 오늘에 보여준 본인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도 부인 곁에 서 있던 단아한 여자가 손을 내밀어 그녀 손에서 보석함을 받아갔다.
“저를 주세요.”
두 얼굴이 한데 겹치니, 도 부인은 그제야 왜 눈에 익다고 생각했던지 알아버렸다. 그녀는 자기 며느리의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웃는 눈매를 보고, 또 강태리를 보더니 한숨을 길게 한번 쉬었다.
“처음 여자 비서를 데리고 왔네.” 도 부인은 공우진을 보며 말했다. “나랑 같이 정원에 쪽으로 걸으며 둘이 얘기 나눌까?”
“네.” 공우진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작은 목소리로 여자한테 당부했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서 날 기다려.”
그의 말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강태리는 자신 앞에서 선물함을 들고 있는 우아한 원피스 차림의 미인을 한번 보았다. 근데 그 미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순간 이게 바로 여주 유설이고 자기가 방금 이용 당했다는 걸 알아버렸다.
“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강태리는 생긋 웃었고 손을 내밀어 그의 넥타이를 정리하면서 그의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공 회장님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졌네요. 이제 됐어요.”
공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 부인의 팔을 부축하면서 떠났다.
시스템66, “카카오뱅크 입금 1억 원, 공우진 호감도 4%. 숙주님의 조력이 아주 효과적이에요. 여주 유설이 제대로 자극받았어요.”
“저는 도씨 집안 맏며느리 유설이라고 해요.” 미인의 갸녀린 손이 앞으로 내밀어졌고 눈에는 탐색하는듯한 경비심이 담겨있었다.
“안녕하세요.” 강태리는 그녀와 서로 맞잡았다.
“태리씨 눈매...” 그녀는 입술을 깨무는듯 하면서 조금은 망설이며 물었다. “공우진이 찾은 사람이 이렇게 메이크업 해주신 거예요?”
“아뇨, 원래 이렇게 생겼어요.” 강태리는 전혀 꺼림 없이 자기의 눈을 가리켰다. “참 이상한 게, 공 회장님도 이 눈을 자주 뚫어져라 쳐다보시거든요.”
유설이 웃었다. 방금까지 눈에 있던 탐색의 기운이 순간 맑아지는듯하며 또 허탈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태리씨가 공우진 비서가 되었군요.”
강태리는 진짜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바로 그거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캐릭터 설정이 있는지라 사뭇 진지하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모님, 저는 제 실력으로 정식 채용된 비서예요. 공회장님이 매달 제 월급도 지불해 주시고요. 한 쌍의 눈 때문에 특별채용되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유설이 막 말을 하려고 입을 떼는데 옆에 있던 하인이 그녀의 귓가에 머라고 말을 하자 그녀는 강태리를 향해 가볍게 고개만 몇번 끄덕이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넓고 넓은 화려한 파티 현장에는 맛있는 음식과 디제트가 한 테이블 길게 놓여 있었다.
강태리는 주위 사람들의 탐색 또는 혐오의 눈길을 무시한채 걸어가 작은 케이크 하나를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먹기 시작했다.
강루빈이 혼자 술잔을 들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나한테 너를 찾아와서 집에 데리고 오래.”
“어.” 그녀는 이 딸기 무스 케이크가 참 맛있다.
강루빈은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훓어보면서 말했다. “10억이 넘는 엘리야 쿠튀르 드레스를 공 회장이 너 같은 비서한테 입히는 게 아깝지 않대?”
정신없이 케이크를 먹고 있던 손이 멈췄다. 경악하면서 머리를 숙여 자신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원단을 보았다.
공우진이 그녀한테 그녀가 2년동안이나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의 옷을 입힌 거라고?
이거 당근에 올려도 꽤 비싸게 팔 수 있겠지?
그녀가 싼 티 나는 표정을 보이자 강루빈이 코웃음을 쳤다.
“너가 공우진의 애인이 된 것 같았어, 그치? 왜냐면, 네 얼굴을 유설이랑 비교하면 너무 닮았거든.”
강태리는 말없이 케이크를 내려 놓으며 그녀의 뒤편을 가리켰다.
“뒤를 봐.”
“뭔데?”
강태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잘못 봤나 봐. 백용현이 나한테서 카피해간 주얼리 디자인 스케치는 언제 나한테 돌려줄 작정이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강루빈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가는듯 하면서 바로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