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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난 백용현을 사랑하지 않아

시스템66, “1호 남자 주인공 공우진의 애인이 된걸 축하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용!”

“공 회장님, 감사합니다!” 강태리는 신나서 두 눈이 반달 모양이 되게 웃었다. 그녀의 눈 밑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빛은 너무도 눈부셔 그 남자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 몇모금 들이마신 담배를 눌러서 끄면서 강제적으로 시선을 그 여자의 몸에서 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저녁 도씨 저택에 도 부인 생일 파티가 있어, 너 나랑 가자.”

도씨 생일 파티에 공우진이 그녀를 데리고 가겠다는 건 아마도 유설 때문이다.

“네. 이건 저의 은행 카드 계좌번호예요. 공회장님 번거로우시더라도 메모해 두세요.” 강태리는 자기의 은행 카드를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30분 뒤, 홀로 거실에 앉아 있던 강태리는 거액의 계좌이체를 받았다. 하지만 그 금액은 2천만이 아니라 10억이었다!

상대방은 한꺼번에 2년치를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더블 팁까지 붙여서 보내줬다.

그녀는 아주 만족한 듯 웃어 보였다. 배달 앱을 켜서 자기 자신한테 거하게 음식 한끼를 배달시키고 위층으로 올라가 아무 방이나 찾아 잠을 잤다.

점심이 대서야 깨어난 강태리는 샤워 가운을 입고 씻을 준비를 했다. 부스스한 머리에 맨발 바람으로 아래층으로 걸어 내려왔다.

그녀는 미리 앱으로 식재료들을 장을 봐두었다. 점심엔 자기 절로 밥을 해먹을 생각이다.

2층 서재를 지날때 여광으로 책상 뒤의 그림자를 흘깃 보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후퇴했다.

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 남자의 건장한 체구는 창문 밖으로부터 비춰져 들어오는 광선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머리를 떨구고 있었고 콧등에는 금테 안경이 걸려있었다. 두 눈은 문서 처리에 전념해 있었고 전체적으로 한층의 아우라가 씌어 있었는데 참으로, 지적이면서도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었다.

공우진은 오전에 외출하지 않았다.

시스템66이 적당히 귀띔해주었다. “유설은 늘 온유하고 부드러운 타입이었어요.”

강태리는 바로 자기의 상태를 조절하고 똑똑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들어갔다.

“공 회장님.”

남자는 머리를 들었고 그의 가늘고 길게 뜬 눈은 놀란듯 했다.

“설아...”

여자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어깨까지 드리워졌고 방금 깨난 얼굴은 멍하기도 귀엽기도 했으며 눈빛은 한없이 따듯하고 연했다.

이름이 잘못 불렸어도 강태리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다정하게 물었다.

“밥 먹었어요?”

“아니.” 공우진은 펜을 내려 놓고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 보았다.

“제가 요리할 건데, 같이 드실래요?” 강태리가 묻자마자 시스템66이 일깨워줬다.

“유설은 요리할 줄 몰라요.”

“괜찮아, 내 이 눈을 봐서라도 먹을 거야.”

“그래.”

역시 공우진은 거절하지 않았고 턱을 살짝 끄덕였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방금 그의 추태를 가려주었다.

그는 성격이 차가운 사람이다. 하지만 유독 그녀의 두 눈을 볼 때면 따뜻함이 조금 흘러나왔고 그래서 그녀의 요구도 들어주었다.

자기 절로 일을 자처한 강태리는 아래층의 초인종 소리를 듣고 그를 향해 웃었다.

“혹시 못 먹는 거라도 있어요?”

“너가 하고 싶은 거 해.”

“그럼 저 먼저 내려가서 배달 온 식재료부터 받아야 겠어요. 다 되면 부를게요.”

대역의 첫 출근인데 무조건 보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한테 그 10억을 쓴게 아깝다고 느끼게 하면 안된다.

공우진은 위병이 있어 매운 것을 먹으면 안 된다. 그녀도 마침 평소에 매운것을 잘 안 먹는 편이라 위가 편안한 담백한 음식으로 국이랑 반찬을 준비했다.

강태리가 내려와서 밥 먹으라고 부르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제 까먹고 말 못한게 있어.” 그는 식탁 앞에 앉으며 조금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난 내 물건에 다른 사람이 손을 대는 거 싫어해. 너랑 백씨 그 자식 관계를 알아서 잘 처리했으면 좋겠어.”

“아, 저도 까먹고 말 못한 게 있어요.” 강태리는 수저를 그의 앞에 내려놓으면서 그의 옆에 착석했다. “저 강씨 집안과 이미 연을 완전히 끊었어요. 이젠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그치 않으면 회장님을 찾으러 오지도 않았겠죠. 백용현은 강루빈의 남편이고 저랑은 1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에요. 저는 아주 깨끗하고 떳떳해요. 그리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악플들은 회장님께 페를 끼치지 않도록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게요.”

공우진은 그녀를 한번 더 보면서 나지막하게 대답하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식사 예절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밥 먹을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말 한마디 없었다. 강태리도 마찬가지 였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소리가 이 고요한 정적을 깨뜨렸다.

강태리는 주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태리야, 네가 디자인 한 주얼리 스케치가 한 외국 바이어한테 채택되었어. 상대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 해.”

시스템66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것을 보자 먼저 해석해 주었다.

“이건 숙주님의 조수 주한결한테서 걸려온 전화예요. 숙주님의 전에 직업도 주얼리 디자이너였잖아요? 숙주님의 신분과 잘 맞아요.”

강태리는 사랑에는 데였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상대가 몇번 이름을 다시 부르고서야 그녀는 급하게 반응했다.

“요즘 집에 일이 좀 있어서 계약서는 조금 늦게 메일로 보내줄 수 있을 거 같아.”

“또 백용현 때문이야? 그전에 그 자식이 너 설계도를 도용해서 강루빈한테 만능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던 일은 아직도 해결 못했어?”

강태리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런 뭐같은 일도 있었어?

“곧 해결이 다 될 거야. 나 바빠서 먼저 끊을게.”

그녀가 식탁 쪽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공우진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한테 밥을 떠줬던 밥그릇도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오후 2시 30분, 공우진 아래에 고용된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강태리를 치장해 주기 위해 별장을 방문했다.

그녀한테 단아한 올림머리 스타일에 비단결의 흰색 원피스를 매치해주었다. 마치 로마의 여신 착장처럼 흰 망사가 얇은 어깨로부터 드리웠고 가슴쪽의 새하얀 우윳빛 피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참으로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잘 꾸며지고 얌전한 강태리의 외모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았다.

스타일리스트들의 연이은 감탄 속에서 그녀는 깔끔한 정장으로 가라입고 계단을 내려오던 공우진 쪽을 보았다.

잘 다려진 다크 그린 색 정장은 알맞게 재단이 되어있어, 남자의 몸매를 더욱 부각시켜 주었다. 서른을 바라보는 사람이었지만 몸엔 군살하나 없는 근육이 잡힌 몸이었고 얼굴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준수하게 생겼다.

그는 그녀의 앞까지 걸어와 걸음을 멈추고는 감상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녀를 통해 보이는 다른한테 사로잡힌 모습도 있었다.

“아주 예뻐, 강태리 씨.”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눈치 좋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리 조금 더 친밀감이 있어 보이는 호칭으로 바꿀까요? 이젠 보통 사이도 아닌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강태리가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회장님께서 싫으시다면 원래대로 유지하고요.”

공우진은 질문과는 다른 대답을 하였다. “너 그전과 좀 다른 거 같아. 변했어.”

사람을 데려오기 전에 이미 그녀가 몇년 동안 벌였던 일들을 낱낱이 조사해 봤다. 품행이 아주 별로였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있었다.

“제가 지금 회장님한테 의지해서 살고 있는 입장이라, 숙여야 할 때 곱게 숙이는 법도 알아야죠.” 순진무궁한 웃음을 짓는 강태리다.

공우진이 잠깐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우진 씨.” 강태리가 그의 팔짱을 끼자 그의 굳어진 몸을 느끼고 일부러 물었다. “이렇게 불러도 돼요?”

시스템66, “카카오뱅크 입금 20억 원, 공우진 호감도 3%.”

시스템66, “숙주님 대박! 유설이 공우진이 팔짱을 끼고 애교스럽게 이름을 부르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긴, 보통 소설들이 다 이런 식이잖아. 내가 1000권이 넘는 로맨스 소설들을 그냥 읽은 게 아니라고.”

공우진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고 웃을 듯 말 듯 말했다.

“도씨 디너 파티에 백씨 그 자식도 올 텐데, 그때도 이렇게 부를 거야?”

“우리의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밖에서는 공 회장님이라고 부를 거예요. 근데 내가 백용현을 사랑하지 않는 건 사실이에요.” 강태리는 아주 확고하게 대답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맑은 눈동자에서는 일말의 거짓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난 백용현을 사랑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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