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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알을 못 낳는 암탉

40분 후, 예상대로 남자가 왔다.

이번에는 강은채가 남자의 명령도 없이 순종적으로 스스로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자신이 순종적이어야만 남자가 자신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여겼다.

몸을 섞은 후, 강은채는 남자를 꽉 끌어안고, 그가 자신의 몸에 머물게 했다.

“저, 나가고 싶어요. 한 시간이면 돼요.”

강은채의 한 마디에 남자는 분노했고, 갑자기 강은채의 팔을 당겨 힘껏 뿌리쳤다.

“아...”

아팠다. 남자가 잡아당긴 팔이 하필이면 다친 곳이었다. 남자는 잠시 멈추었다가 빠르게 일어났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 돈 다 돌려놓고 썩 꺼져.”

“당신...”

강은채는 화를 내려 했으나, 곧바로 침착해졌다.

“핸드폰이 깨져서 가족들이랑 연락할 수가 없어요. 가족들이 저를 못 찾으면 경찰에게 신고라도 할까 봐서 걱정이에요. 그러면 당신도 귀찮아질 거예요. 제가 나가서 처리...”

강은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왜냐하면 그 매정한 남자는 이미 떠났기 때문이다.

계획이 실패하자 그녀는 다시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30분 후, 강은채는 뜻밖에도 고용인에게 핸드폰을 전달받았다.

“사장님이 무슨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해결하라 하셨어요.”

핸드폰을 세팅한 후 강은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간호사에게 연락해 400만 원의 치료비를 병원에 송금하는 것이었다.

그 후 사고를 당한 유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유족들은 그녀와 직접 논의하지 않았고 모든 권한을 변호사에게 위임했다고 했다.

강은채는 부상을 입은 피해자의 연락처를 받은 후 피해자에게 연락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군의 큰딸입니다. 늦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요건만 말하세요.”

또다시 냉혹한 남자였다.

“그럼 알겠습니다. 제가 연락드린 건 배상 문제 때문입니다. 저희 집이 지금...”

“사망자는 6억, 제가 4억, 차량이 2억.”

강은채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듣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선생님, 이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요. 다 합치면 12억인데, 저는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없어요.”

“나랑 흥정할 생각하지 마. 그럴 자격 없으니까.”

“하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큰돈을 낼 수가 없어요. 저희 집은 이미 파산했어요, 아버지가...”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려 강은채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낙담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앞으로의 생활이 모두 문제였다. 어디서 12억을 구하란 말인가?

다음 날 밤, 남자는 다시 어두운 침실로 찾아왔다. 그는 부드러운 피부를 탐하며 자신 아래에 있는 여자의 어색함을 느꼈다. 점점 더 고조되어 가던 남자는 갑자기 강은채의 아랫배에서 거친 무언가를 느끼고 그대로 손을 멈췄다.

강은채는 얼른 입을 열었다.

“흉터예요. 길을 제대로 보지 않고 걷던 사람을 구하려다가요.”

강은채는 스스로를 비웃듯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설명하지 않았다면 남자는 분명 그녀가 부끄러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남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다시 움직였다.

계속되는 남자의 스킨십과 침입에 강은채는 이미 견디기 어려웠고, 온몸이 녹초가 된 채 침대에 누워 어둠 속에서 남자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핸드폰 감사합니다. 거래가 끝나면 다시 돌려드릴게요.”

남자는 여전히 차가웠고, 아무 대답 없이 떠나갔다.

일주일 후, 강은채의 배란일이 지나자 남자는 더 이상 오지 않았고, 그녀는 더는 매일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살지 않아도 되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고용인이 계속 따라다녔다. 그녀를 기쁘게 한 건 여동생 강은혜가 깨어났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여동생은 곧 불안장애를 겪게 되었고, 방금 맞이한 한 줄기 빛은 다시 먹구름에 가려졌다.

이런 상태의 여동생은 학교에 갈 수 없었고, 돌봐 줄 사람도 필요했다. 치료에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으며, 정신과 의사도 만나야 했다. 강은채의 인생은 끝없이 이어지는 시련 같았다.

여동생의 병실을 떠나 어머니를 보러 가려던 강은채는 고용인으로부터 전화를 건네받았다.

“사장님이십니다.”

강은채가 갸우뚱하며 전화를 받았다.

“저...”

“오늘 밤 별장으로 갈 테니, 준비해.”

남자가 당당하게 말했다.

“오늘은 배란기가 아닌데, 저희는 그런 약속 안 했잖아요.”

강은채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따로 돈을 더 주도록 하지.”

“……”

강은채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자신은 홍등가 여성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는 지금 돈이 급하지 않은가?

“한 번에 1,000만 원.”

남자가 전화를 끊자, 강은채의 눈에는 흐린 기운이 감돌았다.

이제 그녀는 하루에 약 100만 원씩 벌 수 있을 것이었다.

남자가 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였다. 여러 차례의 잠자리와 다를 바 없었고, 남자는 왕성한 호르몬을 발산하였다, 그는 어쩌면 그저 자기 씨를 뿌리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을 마치자, 강은채는 자신도 모르게 위에 엎드린 남자를 끌어안았다.

“곧 있으면, 5분 뒤면 12시예요.”

며칠간 계속된 고통 속에서 강은채는 어떤 희망도, 어떤 따뜻함도 느낄 수 없었다. 유일하게 그녀에게 온기를 주는 것은 이 남자의 몸뿐이었다.

강은채는 매우 억울했다. 그저 그가 5분 만이라도 그녀와 함께 있어 주길 바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또다시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 그는 그녀의 손길이 싫다는 듯 강은채를 거절하고 일어났다.

“욕심부리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

“욕심? 제가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그냥 저와 함께 마지막 5분을 보낼 사람을 원했을 뿐이에요. 이게 어떻게 욕심이 되는 거죠?”

어둠 속에서, 강은채는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그녀는 조용히 흐느꼈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그녀의 어머니가 결국 그녀 곁을 떠난 것이다.

강은채는 어두운 방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그 울음소리는 문밖의 남자 귀에도 들렸다.

그 울음은 그날 병원에서 그녀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던 울음만큼이나 처절했다.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침실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고용인이 강은채를 깨웠다.

“아가씨, 생리가 왔는지 확인하려고 왔어요.”

“네, 어제 왔어요. 저랑 같이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 보세요.”

강은채의 두 눈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과 슬픔이 가득했다.

고용인이 확인 후 떠났다가 몇 분 만에 다시 돌아왔고, 차가운 경멸감이 얼굴에 가득한 채로 강은채를 파렴치한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은 쓸모가 없으니, 계약을 해지하시겠다고 하셨어요. 선불금은 당신께 드린다고 하셨고요.”

**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이라는 말이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은채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이제 10개월 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산꼭대기 별장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 별장에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었지만, 단지 그 남자가 익숙하지 않을 뿐이었다.

품에 안은 아이를 애석하게 바라보며 강은채는 결국 초인종을 눌렀다.

그녀를 맞이한 사람은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얼굴의 고용인이었다.

강은채가 갑자기 아이를 안고 나타나자 고용인은 매우 놀랐지만, 곧바로 사장에게 연락했다.

“사장님이 침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그분을 볼 수 없을 거예요. 아이를 제게 주세요. 친자 확인이 필요합니다.”

“안심하세요. 규칙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아이를 넘길 수는 없어요. 그 사람에게만 줄 겁니다.”

강은채는 아이를 아무에게나 함부로 넘기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아이를 안고 어둡고 차가운 침실로 향했다.

잠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아이의 하얀 피부와 동그란 얼굴을 바라보며 강은채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쉬움이 밀려왔다.

“우리 아이,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엄마를 원망하지 마.”

아이에게 거듭 사과하며 아이의 온몸을 구석구석 살폈고, 아이의 모든 것을 머릿속에 새겼다.

이 순간이 아이가 그녀에게 남길 마지막 추억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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