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왜 네가 죽지 않은 거지."
영안실 안.
황경진의 말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떨어졌고, 마치 날카로운 칼이 되어 최하얀의 심장을 세게 후벼 팠다.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막 봉합한 배의 상처는 이미 벌어져 있었고, 피가 환자복의 찢어진 틈 사이로 흘러내려 바닥 타일 위에 작은 핏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차가운 온도에 이가 덜덜 떨렸지만, 그 정도의 추위는 남자의 눈빛에 담긴 냉기에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흰 천이 덮인 시신을 바라봐야 했다.
흰 천 가장자리에는 아직 다 타지 않은 검은 재가 붙어 있었고, 타는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마치 독사처럼 목을 조여 왔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최사랑이 죽었다.
그 화재는 그녀의 목숨뿐 아니라, 최하얀이 6년 동안 품어 온 사랑까지 모조리 태워 버렸다.
남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녀의 손목을 발로 짓밟았다.
"사랑이한테 각막 기증하기 싫다고, 불까지 질러 죽였어? 최하얀, 어떻게 이렇게까지 독할 수 있지?"
"내가 걔 눈을 멀게 한 게 아니야! 그건 다 연기였어!"
최하얀의 변명은 목구멍에서 걸렸다.
어차피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믿은 적이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 그녀는 절대 최사랑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에게 입양하자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직도 사랑이를 모함하려고 해?"
황경진은 마치 망가진 인형을 들어 올리듯이 그녀를 거칠게 끌어 올렸다.
손목이 세게 잡혀 뼈가 부서질 것처럼 아팠지만, 그녀는 그저 허공에서 다리를 헛되이 흔들 뿐이었다.
"무릎 꿇어. 사랑이한테 사과해."
"그 여자한테 사과하느니 차라리 죽을 거야!"
최하얀은 바닥에 내팽겨진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불에 타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시신을 가리키며 미친 듯이 웃었다.
"황경진, 똑똑히 알아둬! 그 여자는 최씨 집안에서 주워 온 고아야! 그때 내가 불쌍해서 거둬들이지 않았으면 진작 길바닥에서 굶어 죽었어! 은혜도 모르는 개한테 사과하는 사람 본 적 있어?"
"입 닥쳐!"
황경진의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그는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최하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까맣게 질렸다. 폐 속의 공기가 조금씩 짜내지듯 빠져나갔지만 그녀는 발버둥치지 않았다.
그저 처연하게 웃으며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황경진… 당신이 우리 아이를 죽였어. 바로 방금, 수술대 위에서 죽었다고. 당신이랑 최사랑, 너희 둘 다 살인자야."
임신 8개월이었던 조산아.
그 화재 때문에 조기 제왕절개로 꺼냈지만, 아이는 한 번도 울지 못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이가 배를 차는 걸 느끼고 있었다.
배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파란색 아기 옷을 입혀 주고, 아빠라고 부르는 법도 가르쳐 주겠다고.
하지만 조금 전, 간호사가 그 작은 몸을 흰 천으로 싸던 순간, 그 무게는 마치 쓰레기 한 봉지를 감싼 것처럼 가벼웠다.
그녀는 최사랑이 미웠다.
황경진도 미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미웠다.
이 남자를 6년 동안 이렇게까지 집착하며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말로 떨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황경진의 손이 잠깐 멈추더니 곧 더 세게 조였다.
"잡종이 죽은 건 당연한 거야."
"그건 당신 아이야!"
최하얀이 미친 듯이 몸부림친 후 다리로 그의 허리를 걷어찼다.
"당신 아이라고! 황경진, 당신은 살인자야!"
황경진이 손을 놓자 최하얀의 몸은 낙엽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피가 순식간에 치맛자락을 적셨다.
"난 너 같은 더러운 여자 건드린 적 없어."
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발로 그녀의 어깨를 짓밟아 타일 바닥에 눌러 붙이며, 냉정하게 선언했다.
"최하얀, 너희 최씨 집안 전부… 사랑이의 장례식에 같이 묻히게 해 줄게."
그리고 덧붙였다.
"최씨 그룹은 이미 내가 인수했어. 네 부모도 너 때문에 평생 고통받게 될 거야."
"황경진! 당신 인간도 아니야!"
최하얀의 절규는 갑작스러운 끌어당김에 끊겼다.
두 명의 병원 직원이 뛰어 들어와 거칠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무릎이 타일 바닥에 쓸리며 붉게 까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 황경진을 노려봤다.
"황경진!"
목소리는 갈라져 거의 끊어질 듯했다.
"내 목숨을 걸고 저주할게! 이 평생 당신은 절대 누군가의 사랑을 얻지 못할 거야! 내가 귀신이 되더라도… 당신이 내게 진 빚, 이자까지 다 받아낼 거야!"
직원들은 그녀를 영안실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뒤돌아선 채 서 있는 황경진의 뒷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그녀를 바닥에 번진 거슬리는 핏자국쯤으로 여기는 듯, 끝내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배의 통증은 여전히 심장을 파고들 듯 아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최하얀은 더 이상 아프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사랑.
그녀의 아이.
그녀의 집안까지…
모두 이 남자가 망가뜨렸다.
이제 이 세상에는 더 이상 황경진을 사랑하는 최하얀이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은 건,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다리는 귀신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