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늙을 대로 늙었다

심우진은 조용히 머릿속으로 시간을 계산해봤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박재현이 자신보다 4개월 많고,

박도윤이 자신의 아버지인데,

그 아이가 엄마가 낳은 아들이 아니라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박도윤이 결혼 중에 바람을 피웠다는 뜻이다.

…엄마를 괴롭히고, 배신했다는 뜻이다!

심우진의 날카로운 눈매에 분노의 불꽃이 일렁였다.

그는 당장 화면 속 박도윤 얼굴을 향해 불이라도 질러버리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공항에서 자신의 작은 복수로는 한참 부족했던 것 같다.

심우진은 옷 주머니에서 핀홀 카메라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빠르게 IP 주소를 우회한 후, 박도윤 얼굴에 오줌을 싸는 영상 파일을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친 뒤, 심우진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엄마를 몰래 바람피는 여자로 만들었겠다? 그럼 당신도 세상이 어떤 건지 맛 좀 봐야지."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박재현에 대한 정보를 다시 검색했다.

결과는 금세 나왔다.

박재현——현재 남채원이 일하고 있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해성에서 유치원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심우진은 교활하게 웃으며 컴퓨터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뒤 전원을 껐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심수진을 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몸으로 옷을 옷장에 걸기는 쉽지 않았다.

심우진은 자신의 짧은 다리를 내려다보며 짜증이 살짝 났다.

그러다 스스로 다짐했다.

'밥 많이 먹고 빨리 자라야지. 그래야 엄마를 지킬 수 있어.'

그는 의자를 끌어다가 옷장 앞에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자신과 심수진의 옷을 하나씩 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현관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수진아! 진짜 돌아왔구나? 얼른 좀 보자. 5년 사이에 살이 많이 빠졌나 봐."

남채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앞으로 다가와 심수진을 껴안았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바보야, 나 이렇게 멀쩡한데? 뭘 또 울어?"

심수진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웃었다.

마음속 깊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멀쩡하긴 뭐가 멀쩡해. 좋아, 이번에 돌아왔으면 이제 가지 마. 내가 있잖아. 이 언니가 널 먹여 살려줄게."

"좋아, 그럼 언니한테 좀 얹혀살게. 이번에 해성에서 진행할 협력 사업이 있어서, 적어도 반년은 머무를 수 있어.

그러니까 그만 울고, 뚝! 내 아들을 소개할게."

심수진은 남채원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 앞으로 갔다.

"우진아, 채원이 아줌마께 인사드려."

그녀가 방문을 열자, 심우진이 발끝을 들고 서서 조심스럽게 옷걸이에 옷을 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심수진의 부름에 깜짝 놀란 심우진이 급히 돌아보려다 중심을 잃고 의자에서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우진아!"

심수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우진이를 받으려 했지만, 남채원이 더 빨랐다.

그녀가 재빨리 심우진을 안아 올렸지만, 관성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다행히도 남채원은 유치원 교사답게 반사적으로 아이를 감싸 안았다.

그 부드럽고 가벼운 몸이 품에 들어오자, 순간 남채원은 품 속의 남자아이에게 반해버렸다.

특히나 그 도자기 인형처럼 정교하고 예쁜 얼굴을 본 순간——

"세상에, 수진아, 네 아들 진짜 잘생겼다!"

그녀는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쪽!" 소리를 내며 곧바로 심우진의 뺨에 뽀뽀를 해버렸다.

심우진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이 할머니, 왜 저한테 추근대요? 일어나세요!"

남채원은 '할머니'라는 말에 정신이 멍해졌다.

"이 녀석아, 나 겨우 28살이야! 늙었다니?"

"저는 겨우 4살이에요. 저한테는 늙을 대로 늙었잖아요. 할머니! 빨리 일어나세요, 깔려 죽겠어요!"

심우진은 원래 그리 무례한 성격이 아니었다.

웬만한 상황에서도 어른들을 무시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웬만한 얼빠 아줌마들에게도 신경을 꺼버리는 쿨한 성격인데... 그런 자신이 얼굴에 뽀뽀를 당했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채원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아 화를 버럭 냈다.

"수진아, 얘 진짜 네 아들 맞아?"

심수진은 그 둘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됐어, 채원아. 얼른 일어나. 우진이는 원래 남이 뽀뽀하는 거 싫어해."

심수진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남채원은 오히려 반대로 심우진에게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뽀뽀하는 게 싫다고? 안 돼! 나는 꼭 할 거야! 쪽!쪽!쪽!"

그녀는 아이처럼 심우진의 얼굴을 잡고 쪽쪽쪽—— 여러 번 뽀뽀를 퍼부었다.

심우진의 얼굴빛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는 그대로 심수진의 짐을 뒤져 뭔가를 꺼내더니, 남채원에게 그대로 들이댔다.

"아아악!"

전류에 감전된 남채원이 깜짝 놀라 벌떡 뛰어올랐다.

그제야 심우진의 손에 전기충격기가 들려 있는 걸 알아챘다.

"이 녀석아! 살인하려고?!"

"이건 엄마한테 늑대 방지용으로 준비해둔 건데, 오늘은 당신 같은 할머니 늑대한테 쓰게 될 줄은 몰랐죠!"

심우진은 씩씩거리며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 할머니의 침을 씻어내야 해!

으, 진짜 역겨워!'

심수진은 배를 잡고 웃었고, 남채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악마를 키워낸 거야! 얼굴은 인형인데 성격은 왜 이렇게 더러워?"

"우진이는 방어 본능이 강해서 그래.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어."

심수진은 자기 아들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기에 급히 남채원에게 사과했다.

남채원의 마음은 상처로 얼룩졌다.

겨우 네 살 남짓한 아이에게 무시당했다니... 정말 인생 서럽다.

"이 녀석아… 나중에 우리 둘이 따로 대화 좀 해!"

남채원은 후유증 때문에 저린 허리를 부여잡고 심수진을 따라 방을 나섰다.

심수진은 부엌에서 불을 끄고 있었고, 남채원은 심심한 듯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를 넘기다가

어느 기사에서 눈길이 멈췄고, 그 순간 폭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