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이 남자아이는 누구지
심우진이 말을 마치고 박도윤이 떠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심수진의 마음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넌 남자아이가 다른 남자가 잘생겼는지 어쩐지를 왜 신경 써? 자, 가자."
심수진은 몸을 숙여 심우진을 안아 올렸다.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심수진의 반응에, 심우진의 눈에 잠깐 안쓰러움이 스쳤다.
그는 작은 팔로 엄마의 목을 감싸 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한테 남자친구 찾아주려고 그랬죠."
"이 녀석아, 어른 일에 참견하지 마. 이번에 돌아왔으니까, 채원 아줌마한테 부탁해서 유치원 자리를 하나 마련해달라고 할 거야.
일단 거기서 공부 좀 해. 채원 아줌마가 널 돌봐주면 나도 한결 안심이 되니까."
심수진은 아들을 안고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손끝이 살짝 떨렸다.
방금 우진이가 왜 갑자기 박도윤이 잘생겼다고 말했을까?
비록 두 사람은 80% 가까이 닮았지만, 심우진이 박도윤에게 그렇게 빠르게 호감을 보였다는 사실이 심수진에게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게 느껴졌다.
이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다.
그녀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고, 박도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녀는 절대로——
절대로 박도윤이 아이를 그녀 곁에서 빼앗아 가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심수진의 눈빛에 단호함이 번졌지만, 그녀는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심우진의 걱정스럽고 안쓰러운 눈빛은 보지 못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그는 매일 밤 엄마가 악몽에서 깨어나 우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비록 그때 박도윤이 엄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엄마가 말하지 않고 자신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척할 것이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 정의를 찾아낼 방법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계획이 시작되고 있었다.
모자는 각자의 생각을 품은 채 공항을 나섰다.
심수진은 택시를 잡아 심우진을 데리고 바로 남채원의 집으로 향했다.
5년이 지났지만, 남채원은 여전히 예전 그 집에 살고 있었고, 열쇠도 변함없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심수진은 익숙하게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심우진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3룸짜리 아담한 집은 넓지는 않았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심우진은 집안을 간단히 둘러본 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엄마 방은 어디예요?"
"오른쪽 두 번째야. 예전에 나는 그 방에서 살았어."
심수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와 남채원은 대학 동창이자 단짝 친구였다.
자신이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남채원이 늘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와 품어주곤 했다.
이곳은 마치 친정 같은 곳이었다.
심우진은 캐리어를 끌며 엄마가 가리킨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젊은 시절의 심수진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심우진은 그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부터 본 엄마는 지금의 모습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심수진은 사진을 보는 순간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지금보다 훨씬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얼굴엔 분명히 행복과 청춘이 넘치고 있었다.
이제 그런 얼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심수진은 손을 뻗어 벽에 걸린 자신의 예전 사진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의 손끝에 스치는 과거는, 아프고 또 아팠다.
그 모습을 본 심우진이 다가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엄마, 이 사람 누구예요? 채원 아줌마예요?"
"아니야. 그건… 엄마의 예전 사진이야."
심수진의 목소리는 조금 메어 있었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몸 전체를 감싸는 듯한 슬픔이 번졌지만, 그 감정을 심우진이 알아차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심우진은 예민한 아이였다.
엄마의 감정 변화를 누구보다도 잘 느끼는 아이였다.
그는 갑자기 엄마의 손을 잡아끄며 말했다.
"엄마, 저 배고파요. 부엌에 뭐 있는지 보러 가요. 빨리요, 죽겠어요."
그러고는 일부러 성급하게 엄마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
그 덕에, 심수진의 슬픔도 조금씩 흩어졌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 우진이가 제대로 먹질 않았던 게 떠올랐다.
심수진은 체념한 듯 웃으며 외투를 벗고 소매를 걷었다.
"알았어, 알았어. 밥 해줄게. 너는 혼자서 좀 놀고 있어. 채원 아줌마 방은 어지르면 안 되는 거 알지?"
"아이고, 알겠어요~"
심우진은 입을 삐죽 내밀며 심수진을 재촉하듯 문 밖으로 내보냈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벽에 걸린 심수진의 예전 사진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꺼내 조용히 한 장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방 안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용해 이미지 검색을 하자, 곧 심수진에 대한 정보가 쏟아졌다.
8년 전 박도윤과의 결혼, 그리고 5년 전 다른 남자와 간통 중에 일어난 화재 사고로 사망했다는 내용까지.
심우진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다른 남자와 간통?
그게 말이 돼?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엄마 마음속엔 단 한 사람, 오직 한 남자만 존재한다는 걸.
박도윤.
엄마는 그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밤마다 잠꼬대에서 흘러나오는 그 이름은 어린 심우진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는 원망과 슬픔이 가득했다.
심우진은 확신했다. 분명 박도윤이 엄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거라고.
그는 빠르게 박도윤에 대한 자료를 검색했다.
사실 박도윤이 누구인지, 어떤 인물인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이미 오래전부터 전부 조사해두고 있었다.
그의 사업, 인맥, 가족 관계, 결혼 상태까지…
그러던 중,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박도윤이 한 남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처럼 보였고, 박도윤을 꼭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박도윤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
너무도 애정 어리고 따뜻했다.
'저 아이는 누구지?'
심우진의 눈빛이 서서히 가늘어지며 날카로워졌다.
그는 즉시 그 아이를 검색해 확인했다.
박씨 집안의 장손, 박재현.
현재 만 4세 10개월.
자신보다 딱 4개월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