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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한테 장난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초인종 소리는 끊임없이 울려댔지만, 심수진은 못 들은 척 여전히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지금쯤 민다정이 얼마나 억울하고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과하러 오는 모습일지 상상하고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난 그녀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인터넷에 도배된 악의적인 댓글들이었다.

남자와 찍힌 추잡한 사진들. "남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라는 둥의 저주 섞인 비난.

그 모든 말들이 심수진의 숨통을 조여왔다.

살아갈 의지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때, 심우진이라는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화재로는 살아남았더라도, 세상의 돌팔매질 속에서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끝내 조사 끝에 알게 된 건, 이 모든 악몽의 시작이 민다정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결혼을 파괴하고, 몰래 박도윤의 아이를 낳고, 심지어 여론을 조작해 자신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

민다정, 그 이름은 심수진에게 있어 만 번을 죽여도 모자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와의 빚 청산을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찬물에 개구리 삶기'라는 말처럼, 서서히 조여오는 고통도 나쁘지 않지 않겠나?

그 생각에 심수진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그 웃음은 눈에는 전혀 닿지 않는, 차갑고 사악한 미소였다.

**

박도윤은 오랜 시간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

겉보기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 그의 마음속엔 단 하나의 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수진이 정말 이곳, 남채원의 집에 머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10분 가까이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안쪽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심수진은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풀어진 머리칼에 맨발, 자연스럽고 나른한 그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

그녀는 문을 열며 무심하게 말했다.

"누구세요? 이렇게 예의 없게!"

그 순간 박도윤은 잠시 멍해졌다.

그 나른한 눈빛, 아무렇지 않게 흐트러진 태도. 지금의 그녀와 너무도 익숙했다.

"…수진아."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 한 마디에, 심수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떻게…… 그가 여기에?

자신이 남채원의 집에 머무는 걸 알고 의심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눈빛 속 당황스러움이 순간 스쳤지만, 심수진은 재빨리 감정을 눌러 담고 옷깃을 살짝 여미며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했다.

"박 대표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 "박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박도윤의 정신이 순간 돌아왔다.

그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지더니, 마치 X레이처럼 그녀를 훑었다.

껍데기를 벗겨내 속까지 들여다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심수진은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걸 느꼈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박 대표님, 그렇게 쳐다보시면… 곤란해요. 그런 눈빛은 괜한 오해 사기 딱 좋아요. 혹시 그 '미래의 부인'께서라도 보시면, 전 또 괜히 봉변당할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박도윤은 돌려 말할 생각 따윈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수진을 똑바로 바라봤다.

예전 심수진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도 바로 그의 이 눈이었다. 마치 사람의 속을 꿰뚫어보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지금은 5년의 시간을 견디며 단련되었지만, 여전히 약간은 무서웠다. 그래도 억지로 용기를 내어, 박도윤을 똑바로 마주했다.

"대표님은 제가 누구여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심수진은 미소를 지었다. 눈빛은 맑았고, 그 안에는 심지어 한 줄기 유혹까지 담겨 있었다.

다른 여자였다면 박도윤은 단번에 돌아섰을 것이다. 하지만 심수진만은 달랐다. 그녀는 그에게 너무 많은 의문을 안겨주고 있었다.

갑자기 박도윤이 성큼 다가오더니,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심수진 씨, 나한테 장난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나는 누구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나를 건드렸다면, 산산조각 날 각오도 해야 해요."

둘 사이엔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심수진은 두 손을 꽉 쥐었지만, 오히려 더 밝게 웃었다.

"대표님 절 유혹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게 이터널 그룹에서 인재를 붙잡는 방식인가요?"

"심수진, 당신 여기엔 왜 온 거지? 그리고 내 아내랑 이 장소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지 마. 당신, 그녀랑 이름도 같고, 둘 다 남채원을 알고 있잖아. 이게 다 우연이라는 거야?"

박도윤의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심수진은 심지어 셔츠 아래 단단한 가슴 근육까지 느껴졌다.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심수진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며 낮게 말했다.

"박 대표님의 아내요? 그 민다정 씨 말씀인가요?"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빛은 이미 감정을 지운 지 오래였다.

맑은 샘물처럼 투명하고 말갛기만 했다.

박도윤의 마음이 순간 요동쳤다.

이 익숙한 눈빛. 이 눈동자는 심수진 외에 누구에게서 또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왜 그녀는 인정하지 않는 걸까?

왜 그의 기억 속 얼굴과는 다른 걸까?

혹시… 그 화재 때문일까?

박도윤이 갑자기 팔을 뻗어 그녀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무의식적으로 아래로 끌어내리려 했다.

"박도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또 내 몸에 손대면, 진짜 신고할 거야!"

심수진은 옷깃을 꽉 붙들며 외쳤다. 손바닥엔 다시 땀이 배어 나왔다.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절대!

5년 전 성형수술을 받긴 했지만, 몸에 남은 화상의 흔적까지 완전히 없앨 순 없었다.

박도윤이 자신을 의심하고 조사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무대포로 나올 줄은 몰랐다.

어쨌든 자신은 여전히 H`J 그룹의 디자이너인데!

심수진의 당황한 눈빛을 본 박도윤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내가 지금 뭘 하려는 것 같아? 혹시 이게 당신 목적 아니야?"

박도윤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며, 마치 이성을 놓은 듯한 기색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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