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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

심수진은 이터널 그룹을 나선 뒤 재빨리 약국에 들러 얼음찜질용 팩과 소염제를 샀고, 그제야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심우진은 남채원과 함께 유치원에 간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들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끝도 없이 이것저것 물어봤을 것이다.

가끔 심수진은 하늘에 감사했다.

가장 절망적이던 순간에 자신에게 심우진이라는 천사를 보내주었으니까.

아직 어린 나이지만,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아이였다.

아들을 떠올리자, 굳어 있던 심수진의 얼굴에도 조금씩 부드러운 기색이 감돌았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얼음찜질을 하며 붓기를 가라앉혔다.

시원한 얼음이 뺨에 닿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도대체 민다정이 아직까지 박씨 집안의 정식 부인이 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아들을 낳아준 걸 보면 공이 큰 건 분명하고, 박도윤도 그녀에게 감정이 있는 듯했다.

심지어 자신이라는 '아내'조차 죽이려 했을 정도니. 그런데 왜 아직 결혼하지 않은 걸까?

심수진은 이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 안에 무슨 사정이 숨겨져 있는 건지, 꼭 조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민다정이 자신을 때린 그 뺨.

그대로 넘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박도윤이 그렇게까지 H`J 그룹과 협력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분명 민다정에게 사과하라고 시킬 것이다.

그때, 설령 박도윤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 해도—

이 뺨, 반드시 돌려줄 것이다.

어차피 지금의 자신은 그의 아내, 심수진이 아니니까.

그 심수진은 5년 전, 그 화재 속에서 이미 죽었다.

심수진은 아직도 피부 위에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던 그 작열감과 고통을 기억하고 있었다.

살이 찢기는 듯한 고통, 뼛속까지 절망스러웠던 그 순간.

그 끔찍한 느낌은, 지옥에 간다 해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옥 같은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

그 누구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심수진은 반쪽 얼굴을 감싸쥔 채 침실로 향했다.

이 일을 본사에 알리지도 않은 채,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

그 무렵, 송성훈은 이미 그녀의 주소를 알아냈고, 그 주소를 박도윤에게 전달했다.

그 순간, 박도윤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

남채원의 집.

그는 문득 떠올랐다.

남채원은 예전에 심수진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그 캐서린이라는 여자가, 이름뿐 아니라 머무는 곳까지 심수진과 이렇게 겹친다?

이게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가 바로 심수진인 걸까?

그 생각이 들자, 박도윤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서 조사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캐서린에 대한 모든 자료를 확보해. 특히, 5년 전 자료를 집중적으로."

그의 지시에 송성훈은 순간 멍해졌다.

"박 대표님, 캐서린의 이력은 미국 쪽에서 줄곧 기밀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게다가 예전에도 여러 사람들이 조사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럼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라도 이용해. 어떻게든 알아내."

박도윤의 단호한 말에, 송성훈은 다시 한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정상적인 경로가 어떤 의미인지, 송성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박도윤이 그 경로를, 그것도 단 한 사람—캐서린을 위해 다시 동원한다니, 어쩔 수 없이 궁금증이 생겼다.

"대표님, 이 캐서린이라는 사람,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겁니까?"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

박도윤의 차가운 한 마디에, 송성훈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네, 바로 조사하겠습니다."

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송성훈이 나간 뒤, 박도윤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들었다. 이미 오래전에 담배를 끊었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니코틴이 필요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이 짜증과 혼란을 잠시라도 누그러뜨리고 싶었다.

다른 얼굴. 하지만 같은 체형, 같은 걸음걸이. 심지어 가장 가까웠던 친구도 같다.

이게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그녀가 정말 심수진이라면, 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5년 전, 심수진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는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5년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인터넷엔, 심수진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가 화재를 당했고, 시신조차 찾을 수 없다는 기사가 퍼졌다.

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하던 여자가 아무 말 없이 떠났다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날 그녀와 함께 있던 두 명의 보디가드도 실종 상태였다.

결국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심수진은 그때 임신 중이었다.

자신과 그녀 사이의 아이.

아마도, 그 화재 속에서…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박도윤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는 어느새 다 타들어가, 그의 손가락까지 불이 닿고 있었다.

갑작스런 열기에 그가 움찔하며 담배를 꺼버리고, 타들어간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수진은 그렇게 작은 통증도 무서워하던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그 불길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생각에, 박도윤은 더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갑작스레 정장 재킷을 움켜쥐고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대표님, 어디 가시는 건가요?"

비서가 놀라 물었지만,

"잠깐 나갔다 올 거야. 오늘 예정된 회의는 전부 연기해."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고, 남은 건 어안이 벙벙한 비서뿐이었다.

박 대표가 조퇴한 건, 그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박도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곧장 남채원의 집 앞으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했다.

"딩동—"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심수진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나른하고 무거웠다.

남채원이 돌아온 건 아니라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남채원은 열쇠가 있었고, 문을 두드릴 일도 없을 테니까.

자신도 배달을 시킨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온 거지?

설마… 민다정?

만약 정말로 그녀라면 심수진은 그렇게 쉽게 문을 열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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