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나윤아가 이한나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한나는 이미 집안을 깨끗이 정리해 두고 있었다.
스테이크가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고, 식탁 위에는 그녀가 따놓은 레드 와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와!"
이한나는 활짝 웃으며 나윤아를 반겼다.
"오늘 제대로 한 끼 먹고, 저녁에 신나게 놀러 가자!"
나윤아는 의자를 끌어 당겨 식탁 앞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늘 밤 나는 서울을 떠날 거야."
3년 전, 그녀는 김준혁을 위해 제주도를 떠났고, 부모님 곁에서도 멀어졌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것이 끝났다. 더 이상 이 도시에 연연할 이유가 없었다.
떠나기 전에 그녀는 송연희에게 준비한 선물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윤아는 이한나를 보며 덧붙였다.
"내가 보낸 그 오디오 파일들, 이제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김준혁은 자신에게 송연희에게 계속 사과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제대로 '사과'를 해줄 것이다. 송연희가 이 선물을 만족스러워하기를 바라면서.
이한나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네가 그 말을 해줄 줄 알았어. 잠깐만, 내가 바로 전화할게. 오늘 밤 우리 같이 제주도로 가자!"
"그런데 네 스튜디오는 어떻게 할 건데?"
나윤아는 이한나의 말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별로 돈도 안 벌리는 스튜디오야. 그만두려고."
이한나는 태연하게 손을 휘저었다.
나윤아는 알고 있었다.
이한나는 가정환경이 좋은 친구였다. 태어날 때부터 풍족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며, 서울에 스튜디오를 차린 이유도 단지 나윤아와 함께 있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에 나윤아는 깊이 감동했다.
밤 8시, 나윤아와 이한나는 공항에 도착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와 동시에, 서울 타임즈의 유명 기자가 인터넷에 하나의 영상를 게시했다.
그 영상는 김민덕의 생일날, 송연희와 나윤아가 연못에 빠졌던 전 과정을 담고 있었다.
영상에는 나윤아가 송연희에게 손끝조차 대지 않은 모습이 명확히 보였다.
오히려 송연희가 스스로 연못으로 뛰어들어 깊은 곳으로 헤엄치는 장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그날 밤 연못가에는 송연희와 나윤아만 있었고, 두 사람의 대화도 선명하게 들렸다.
"연희 씨, 밤중에 준혁 씨에게 더 이상 메시지 보내지 말아주세요. 준혁 씨는 이제 제 남편이에요."
"준혁 씨는 법적으로만 당신의 남편일 뿐이야. 그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걱정하지 마. 곧 준혁 씨가 당신을 떠나게 만들 방법을 보여줄 테니까. 나윤아, 내가 연못에 빠져서 아이를 잃게 된다면, 준혁 씨는 널 원망하지 않을까?"
"내가 너가 나를 밀었다고만 말하면, 김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믿을 거야. 네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어. 왜냐하면... 네가 어떤 신분인지 너도 알지? 너 같이 평범한 사람이 김 씨 같은 재벌 가문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영상과 오디오가 공개되자마자, 전체 sns가 떠들썩해졌다. 그저께 밤 재벌들 사이의 갈등이 아직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큰 반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사건은 곧 김준혁에게도 전해졌다. 완전한 내용을 본 후, 그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차가운 얼굴로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후, 비서가 그에게 나윤아가 자신의 트위터를 모두 삭제했다고 알렸다. 그녀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는 한 문장만 남겼다.
나윤아는 분명히 사과를 했지만, 진실이 드러난 후였기에 약간 비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숨 막힐 듯이 답답해졌고, 김준혁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즉시 삭제해버려!"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방금 PR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삭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비서는 땀을 흘리며 말했다.
나윤아, 이 미친 여자가!
김준혁은 굳은 얼굴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나윤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