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내가 주는 보상이라고 치자

윤성현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가 언제 그녀를 버린다고 했었나? 그녀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이가 없던 그는 문연아를 막 따라가 그녀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양복 바짓가랑이를 누군가가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현아... 내가 잘못했어."

바닥에 주저앉은 신아린이 처참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난 그저... 내가 떠난 3년 동안 네가 정말 문연아를 좋아하게 될까봐 무서웠어. 그래서 이런 실수를 했어..."

윤성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보았다. 살짝 움직인 손으로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말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내가 말했잖아, 너한테 명분을 주겠다고. 이혼은 시간문제였어. 하지만 이번엔 네가 너무 성급했어."

신아린은 억울한 표정으로 그의 옷소매를 잡고 입을 삐죽거렸다.

"다 내 잘못이야. 그치만 난 누군가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 그냥 방식이 잘못됐을 뿐이야. 현아... 날 용서해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아린은 더욱 연약하게 그의 품에 파고들며 시험하듯 어깨를 드러냈다.

윤성현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현아!"

신아린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지금 그가 나를 밀어내는 건가?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왜 문연아는 되면서 나는 안 되는 거지?

"그만해."

윤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차갑고 낯선 눈빛으로 신아린을 흘겨보았다.

"신아린, 내가 너에게 이런 비열하고 저급한 면이 있다는 건 몰랐어. 분명 예전의 너는 정말 순수했었는데."

신아린은 멈칫했고, 이번엔 그를 진짜 화나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윤성현은 항상 한계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 한계를 넘으면 그는 자신을 더 싫어하게 될 것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정말 미안해. 내가 잠시 멍청했었어. 다시는 안 그럴게. 현아, 그때 내가 널 구해준 걸 생각해서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몇 년 전 그녀가 자신을 구해준 일이 떠오르자 윤성현의 눈에는 그때의 그녀가 겹쳐졌다. 작은 몸으로 나서서 자신을 지켜준 그녀의 경건하고 밝은 눈동자가 스쳤다.

됐다, 그만하자.

윤성현의 눈빛은 점차 부드러워졌다.

"이번 일은 그냥 없던 걸로 할게. 하지만 다음엔, 다시는 이러지 마."

신아린은 마음이 놓이면서 다시 그에게 애교를 부리려 했지만, 윤성현이 손바닥을 내밀며 그녀에게 말했다.

"열쇠 내놔."

그녀는 얼굴이 굳어졌고 무언가 변명하려 했으나, 윤성현이 말을 끊었다.

"도현이가 별장 열쇠 준 거 알아. 그러니까 내놔."

도현은 윤성현의 오래된 비서였다.

신아린은 어쩔 수 없이 열쇠를 내밀었다.

"앞으로 이 별장에 다시 오지 마. 내가 최대한 빨리 새로운 집을 찾아줄게. 오늘은 많이 힘들었을 테니 호텔로 돌아가 쉬어."

신아린이 대답할 틈도 없이 윤성현은 기사를 불러 그녀를 태워 보냈다.

신아린이 떠나자, 정원에 서 있던 도현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그의 앞에 섰다.

윤성현은 차가운 말투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아직 내 일에 참견할 자격 없어.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알아서 사표 내고 떠날 준비 하는 게 좋을 거야."

"네."

윤성현은 짜증난 듯 넥타이를 풀고 담배를 한 모금 삼켰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떠나던 문연아의 차가운 눈빛이 아른거렸다. 그 눈빛은 차갑고,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설마 내가 억울한 누명을 씌워서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건가?

문연아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고 이혼했지만, 정말 돈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는 문연아가 죽든 살든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가슴 한쪽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람을 시켜서 문연아를 찾아봐. 찾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 그리고 이 별장은 그녀의 이름으로 이미 넘겼으니, 이혼에 대한 보상이라고 쳐."

"알겠습니다."

* * *

문연아는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타고 곧바로 앤젤 그룹으로 향했다. 이 회사를 인수받기로 했으니 빨리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인수인계를 마쳐야 했다.

회사 건물에 도착한 문연아는 카운터 직원에게 말했다.

"회장님께 문연아가 왔다고 전해주세요."

카운터 직원은 문연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녀가 예쁘게 생겼지만, 입고 있는 옷은 4만 원 남짓한 값싼 옷이었다. 그런 그녀가 회장님을 찾겠다니,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예약하셨어요?"

문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카운터 직원은 그 말을 듣자 하마터면 비웃을 뻔했다.

"예약도 없이 앤젤 그룹에 와서 회장님을 찾겠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 자기가 무슨 앤젤 차기 회장인 줄 아나?"

카운터 직원의 비아냥에 문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에도 이렇게 손님을 대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