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14화 정이호가 너 같은 여자를 마음에 두겠어?

그가 화가 난 걸 알기에, 나는 이지현에게 조용히 작별을 고하고 박건태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고마워."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감정이 읽히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타."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

차는 거의 다 별장에 도착할 무렵, 이지현에게서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나는 '잘 자'라는 답장을 보내고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곁에 앉은 박건태는 언제나처럼 냉정하고 차가웠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한, 나 역시 침묵을 유지했다.

별장에 도착한 후 그는 차를 멈추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건태, 난 네가 술 마셨을까 봐 정 선생님한테 전화한 거야. 다른 뜻은 없었어."

이런 변명이 다소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어쨌든 말을 꺼냈다.

그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깊고 매서운 눈빛이 나를 꿰뚫듯 바라봤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뜻?

정이호가 너 같은 여자를 마음에 두겠어?"

그 말은 내 가슴을 그대로 찔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정이호는 박건태의 친구였고, 나는 법적으로 그의 아내였다.

설령 내가 그의 아내가 아니더라도, 정이호가 나 같은 여자를 마음에 두겠는가.

박건태의 눈에는 내가 한낱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만약 박 회장이 나를 아꼈던 게 아니었다면, 나는 박건태의 세계에 발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다시 멈추고 말했다.

"문앤스타 레스토랑에서 야식 좀 사 와."

나는 순간 멍해졌다.

'지금 새벽인데?'

그는 도대체 왜 이런 요구를 하는 걸까?

"꼭 오늘 먹어야 해?

새벽이라 문 닫았을지도 몰라."

"24시간 영업이야."

그는 그 말을 남기고는 내 말을 더 들으려 하지 않은 채 계단을 올라갔다.

그가 진짜로 야식을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나를 괴롭히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의 말을 따랐다.

새벽 1시.

비가 올 것 같은 습하고 무더운 날씨였다.

나는 박건태의 SUV를 타려고 했지만, 열쇠가 그의 방에 있어서 포기했다.

대신 차고에 있던 작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

문앤스타 레스토랑까지 반나절 걸리듯 돌아갔다.

음식을 사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나오자마자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운전하며 조심히 돌아가려 했다.

장마철에는 도시 곳곳이 침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터널 대신 먼 길을 선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차가 갑자기 멈춘 것이다.

돌아가는 길은 한적했고, 폭우로 인해 더욱 황량해 보였다.

남은 거리는 꽤 멀었고, 택시를 부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배터리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박건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몇 번 울리다가 끊어졌다.

배터리가 꺼지기 직전, 나는 우산을 들고 야식을 챙긴 채 차에서 내렸다.

비를 맞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