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박건태의 외면

구경하듯 서 있던 박건태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운 눈빛과 냉랭한 목소리로 육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육수연은 박건태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라면서도 금세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옷깃을 잡아끌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히고는 품에 안겼다.

"낮에 너무 많이 자서 잠이 안 와. 그런데 오빠는 왜 왔어?"

"네가 걱정돼서."

박건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내 손등에 머물렀다.

살짝 찌푸린 눈썹, 그리고 차가운 말.

"치료하고 와."

그 말에는 걱정도, 배려도 없었다.

그저 명령일 뿐이었다.

육수연은 그에게 꼭 붙어 앉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부주의로 가영 언니를 데웠어요. 미안해요."

박건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나 표정은 담담했다.

육수연을 꾸짖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마치 절벽 끝으로 밀려난 기분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져 숨 쉬기도 힘들었다.

나는 한 발 한 발 병실을 나섰다.

솔직히 말해, 육수연이 제안한 그 내기에 내가 질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었다.

박건태가 단 한마디, "아프지 않아?" 라고 물어주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관심도, 동정도 받을 수 없었다.

복도를 걷던 나는 갑자기 앞에 서 있는 정이호와 마주쳤다.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다.

"정이호 선생님?"

그가 내 손을 바라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아파요?"

그 말에 나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졌다.

'딱 몇 번 마주친 사람이조차 이렇게 물어보는데,

왜 나는 2년을 함께한 그 사람에게서 이런 말 한마디조차 들을 수 없는 걸까?'

정이호는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그는 더 꽉 잡으며 말했다.

"저는 의삽니다."

거절은 불가능하다는 듯 단호한 말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 외과 진료실로 향했다.

그는 간호사에게 간단히 지시한 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치료받아요. 상처 관리 잘해야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간호사는 내 손에 난 화상을 살피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꽤 심하네요. 흉터가 남을 수도 있어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하나의 교훈이라고 생각할게요."

수포가 생긴 부위를 터뜨리고 내부를 깨끗이 소독했다.

간호사는 내가 참을 수 있을지 걱정하며 말했다.

"많이 아플 거예요. 참으세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아픈 것도 아니에요."

상처 치료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가려던 중, 계단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회장님도 돌아가셨는데, 이제 그녀랑 이혼할 거야?"

정이호의 목소리였다.

"그녀? 심가영?"

낮고 차가운 목소리.

너무나도 익숙한 박건태의 목소리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계단 아래 그들의 모습을 엿보았다.

박건태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고,

정이호는 벽에 기대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정이호는 담배 끝의 재를 털며 말했다.

"너도 알잖아. 그녀는 그저 널 사랑할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거."

박건태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언제부터 심가영한테 그렇게 신경을 썼지?"

정이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 그냥 네가 후회할까 봐 하는 말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언젠가 되돌아설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박건태는 비웃듯 짧게 웃었다.

"그녀의 사랑? 나는 그런 거 필요하지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