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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왕비님: 환생 후 왕비가 되었다!

292.0K · 연재 중
스윗드림
100
챕터
20.0K
조회수
9.0
평점

개요

눈을 떠보니 왕비가 되었다!? 평소처럼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던 원자윤, 눈을 떠보니 자신과 이름이 같은 초나라 왕비의 몸으로 환생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초왕 우문호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닌 척하면서 손주 며느리를 챙기는 늙다리 태상황의 병을 고쳐야 한다! 과연 원자윤은 이곳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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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타임슬립으로 왕비가 되다

북당국, 초왕부(楚王府) 봉의각(鳳儀閣).

흔들리는 촛불이 방 안 곳곳의 낡은 ‘희(喜)’자를 비추었다. 글자의 금빛 테두리에 얽힌 빛그림자는 한 쪽 벽에 부딪혀 다시 한 쌍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원자윤(元紫胤)의 얼굴은 인내와 미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혼인한 지가 일 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원자윤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며칠 전의 입궁에서 태후는 그녀의 평평한 아랫배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측비를 들이는 일을 언급했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태후에게 혼인 일 년이 지나도록 아직 합방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울며불며 하소연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미련이 남았을 뿐이었다.

열세 살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은 온통 그에게 가 있었다. 갖은 수를 동원해서 결국은 그와 혼인하여 왕비가 되었다. 그가 아무리 냉담하더라도 언젠가는 그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모두 오산이었다.

그녀의 부군임에도 그의 눈빛에서는 일말의 연민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의 집착적인 증오만이 독침처럼 매섭게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 뿐이었다.

마음 속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한이 새겨졌다. 그녀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그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비릿한 피가 배어나와 그녀의 입에 방울져 떨어졌다. 우문호(宇文皓)는 가라앉은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는 서릿발같이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원자윤, 네가 바라던 대로 합방을 해 주었으니 이제부터는 서로 보지 않는 편이 낫겠지.”

원자윤은 웃었다. 절망과 비통함이 섞인 웃음이었다.

“역시나 당신은 저를 미워하시는군요.”

왕부로 시집오기 전 원자윤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여인이 첫날밤에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우문호는 약을 마시고 와서는, 약효가 떨어지면 곧장 몸을 일으켜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푸른 두루마기가 말려 올라가는가 싶더니 기다란 다리가 무언가를 걷어찼다. 탁자와 의자가 우르르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그 위에 있던 물건들도 어지럽게 쏟아졌다. 그의 목소리는 냉기를 머금고 있었고 눈빛은 온통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미워한다고? 너는 그럴 자격도 없다. 나는 너를 혐오한다. 내 눈에 너는 악취를 좇는 파리떼처럼 역겨울 뿐이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너와 합방할 때 굳이 미약을 먹을 필요는 없었겠지.”

그는 이내 바람처럼 나가버렸다. 그녀는 푸른 두루마기가 문간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찬 바람이 바깥에서부터 불어와 순식간에 그녀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때 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앞으로 왕비를 웃전으로 모실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 초왕부에 개 한 마리 더 들여놓은 셈 치거라.”

아프다. 정말 아프다.

바라던 대로 그와 합방을 했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짓밟아 버렸다.

그녀는 머리에 꽂았던 비녀를 뽑았다. 그리고는…….

이내 봉의각에서 시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왕비께서 자진하셨습니다……!”

**

어둠이 뒤덮은 봉의각. 기 상궁이 의원을 배웅한 후 냉담한 얼굴을 한 채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왕비께서 정녕 죽고 싶으시거든 왕야께서 왕비를 내치신 다음에 죽으십시오. 왕부를 더럽히고 왕야께 오명을 씌우시지 말고요.”

원자윤은 천천히 눈을 뜨고선 눈 앞에서 흉한 말을 퍼부어대는 부인을 바라보았다.

“물…….”

연기를 통째로 들이마신 것처럼 목이 너무 말랐다.

“죽을 재간이 있으시면 물도 스스로 떠 마시지 그러시옵니까.”

기 상궁은 말을 마치고서 그녀를 흉흉하게 째려보더니, 퉤 하고 침 뱉는 시늉을 하며 나가버렸다.

원자윤은 끙끙거리며 일어났다.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나듯 아팠다. 간신히 탁상 위에 엎드려서는 물 한 잔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제서야 정말로 살아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 위 상처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직까지도 눈 앞의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신동이라 불렸었다. 열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화성의과대학교에 입학해 임상의학을 전공했으며, 열 여섯에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22세기 최연소 박사과정생 타이틀을 취득했었다. 또 나중에는 생물학을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딴 후 바이러스학에 매진하여 연구소에서 2년을 보냈으며, 대뇌 자극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현대인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