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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순간, 내가 믿어왔던 사랑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유지영!" 혼란 속에서 김서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팔은 나를 향해 오지 않았다.

그는 이민선을 감싸 안은 채 떨리는 그녀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고, 금속이 비명을 지르고 불꽃이 튀는 와중에도 그 손길은 단 한 번도 나를 향하지 않았다.

"아기…" 네 달 된 배를 부여잡자 번개가 치는 듯한 통증이 뚫고 지나갔다.

"진정해." 그는 CEO 특유의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손은 끝까지 이민선의 어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6년을 함께했는데, 위기의 순간에도 그는 결국 그녀를 먼저 선택했다.

구급대원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들이닥쳤고, 누군가 "태아의 심장이 약해지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서우 씨…?" 들것에 실려 가며 마지막 힘을 짜내 그를 찾았지만 그는 이민선을 다른 구급차에 태우느라 바빴고, 다정하게 그녀의 상처를 살피며 나에게 보여준 적 없는 온기로 그녀를 챙기고 있었다.

"병원에서 보자."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말하고는 이민선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는 그녀의 까진 무릎을 더 걱정했다.

수술실의 불빛은 잔인하게 밝았고, 의료진의 동정 어린 시선은 더 잔혹했다.

"환자분… 죄송해요. 추락 사고로 태반이 떨어져서… 임신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텅 비워진 속을 끌어안은 채 천장을 바라봤다. 마치 누군가가 녹슨 숟가락으로 내 안을 파내 버린 것 같았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

1시간째, 나는 그가 사고 처리 때문에 바쁘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6시간째, 보험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2시간째, 혹시 이민선도 치료가 필요했을지 모른다고 합리화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는 그의 번호로 열일곱 번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이틀째, 간호사들은 문을 열 때마다 미묘한 동정의 눈빛을 보냈고, 어느 간호사는 수액을 갈아끼우며 속삭이듯 말했다.

"남자친구분이 아주 바쁘신가 봐요."

아이를 잃은 나를 버릴 만큼의 바쁨이라니.

배신의 쓴맛이 섞인 눈물이 베개에 스며들었다.

퇴원 아침, 나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 사람… 어디 있어요?"

"남자친구분께서 운전기사를 보내셨네요, 환자분." 간호사는 익숙한 위로의 표정으로 답했다.

물론 그럴 줄 알았다.

검은 세단 안은 거의 관 같았다. 김서우 대신 사과하던 기사는 룸미러 너머로 내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중요한 이사회가 있으셔서요."

막 아이를 잃은 여자보다 중요한 회의.

입 밖으로 나온 웃음은 부서진 유리처럼 날카롭고 히스테릭했다.

꽃 한 송이조차 보낼 마음도 없는 사람.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맞잡고 걷는 연인들을 보는데, 내 안에서 다시는 되살아나지 않을 무언가가 죽어갔다.

아기가 아니라, 희망이었다.

6년 중 5년을 그는 나를 선택해주길 기다렸고,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먼저 봐주길 바라며 버텼다.

몸을 떨며 티슈 상자를 집어 들었을 때, 손에 닿은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레이스...?

검고 섬세하고 값비싼 레이스. 내 것이 아니었다.

떨리는 손끝이 그 낯선 브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모든 조각이 한순간에 맞물려 잔혹한 진실을 드러냈다.

사이즈 70C. 이민선의 사이즈.

태그도 떼지 않은 프렌치 레이스.

그가 곧 그녀에게 건네려던 선물.

사흘 뒤, 펜트하우스 창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질 때 나는 그를 마주했다.

"좋은 아침."

그는 지난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태블릿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가 주문해둔 아침 식탁을 가리키며 말을 끊었다.

"땅콩버터 토스트라고요, 서우 씨? 정말로?"

그의 완벽한 얼굴에 잠깐 당혹이 스쳤다.

"나 땅콩 알레르기 있는 거 알고 있잖아요."

내 말에 그의 표정이 굳었고, 그는 욕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젠장, 방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누구 생각인지 뻔했다.

아마 땅콩버터를 좋아하는 여자.

6년을 함께했는데도, 그는 내 기본적인 정보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민선이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는 분명히 정확히 알고 있겠지.

이게 그의 본모습이었다.

그 사실이 나를 다시 한 번 추락시키는 듯한 충격으로 덮쳤다. 잔인하고, 파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깨달음.

나는 몇 년 동안 유령 같은 남자를 사랑해온 거였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다른 기업에서 온 초청 제안 메일은 몇 주째 내 받은편지함에서 스팸 취급을 받으며 묵혀 있었다.

내 어리석은 희망 때문이었다.

그가 변할 거라는 희망.

아이를 잃은 일이 그에게 깨달음을 줄 거라는 희망.

6년이라는 시간이 그에게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희망.

하지만 병원에서조차 나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미소를 이민선에게 건네던 그의 얼굴이 떠오른 순간, 단 하나의 진실이 뚜렷하게 박혔다.

이제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했다.

"유지영?"

김서우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희미해졌다.

내 휴대폰 화면에는 방금 입력한 글자가 떠 있었다.

모든 것을 바꿀 한 마디.

할게요.

"내 말 듣고는 있는 거야?"

짜증이 섞인 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부드럽게 거짓말했다.

"다 듣고 있어."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나를 드디어 자유롭게 해줄 메시지를 전송했다.

하지만 먼저, 이 다음에 닥칠 것을 견뎌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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