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남편의 '첫사랑'이 난산으로 죽어가던 그날, 그 여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번 생엔 인연이 아니었네요. 다음 생엔… 부디 일찍 와서 저와 결혼해 주세요.]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드폰을 테이블에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똑같이 임신 중이던 나를, 아주 극진히 보살폈다. 나는 그가 첫사랑을 완벽히 잊었다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는 날마다, 아무도 모르게 내 음식에 독을 탔다. 배 속의 아이를 일부러 거대하게 키우기 위해, 온갖 보약을 두 배로 먹여가면서. 마침내 내가 거대해진 태아 때문에 난산을 겪게 되자, 남편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내게 악을 썼다. "희진이도, 그때 이렇게 고통스러웠겠지?" "네가, 네가 나를 협박해서 결혼하지만 않았어도! 희진이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진 않았을 거라고!" "전부 네가 희진이에게 빚진 몫이야. 너도 희진이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맛봐야 해." 결국 나는 온갖 고통을 겪다, 과다출혈로 죽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오희진이 남편 심도윤에게 그 문자를 보냈던, 바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엔, 두 사람을 그냥 이어주기로 했다. 다시는 그들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1화
남편의 '첫사랑'이 난산으로 죽어가던 그날, 그 여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번 생엔 인연이 아니었네요. 다음 생엔… 부디 일찍 와서 저와 결혼해 주세요.]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드폰을 테이블에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똑같이 임신 중이던 나를, 아주 극진히 보살폈다.
나는 그가 첫사랑을 완벽히 잊었다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는 날마다, 아무도 모르게 내 음식에 독을 탔다. 배 속의 아이를 일부러 거대하게 키우기 위해, 온갖 보약을 두 배로 먹여가면서.
마침내 내가 거대해진 태아 때문에 난산을 겪게 되자, 남편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내게 악을 썼다.
"희진이도, 그때 이렇게 고통스러웠겠지?"
"네가, 네가 나를 협박해서 결혼하지만 않았어도! 희진이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진 않았을 거라고!"
"전부 네가 희진이에게 빚진 몫이야. 너도 희진이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맛봐야 해."
결국 나는 온갖 고통을 겪다, 과다출혈로 죽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오희진이 남편 심도윤에게 그 문자를 보냈던, 바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엔, 두 사람을 그냥 이어주기로 했다. 다시는 그들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유안아, 이따 검진 끝나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 사줄게."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어둠 속에서 번쩍 눈을 떴다. 꿀이라도 떨어질 듯 다정한 눈빛. 남편, 심도윤의 얼굴이었다.
죽기 직전 꾸는 허망한 꿈이 아니라면. 이건, 명백한 환생였다.
심도윤은 운전 중이었다. 그의 한 손은 내 손등의 합곡혈을 꾹 누르고 있었다.
내가 멀미가 심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한 번 죽었다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또 이 지독한 다정함에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바로 그때, 심도윤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가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거뒀고, 그 틈에 나도 문자 내용을 힐끗 보게 되었다.
전생과 똑같았다. 발신인은 오희진이었다.
지난 생에 나는 묻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누구에게 온 문자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를 믿었기에 아무런 위기감도 느끼지 않았다.
나는 뼛속 깊이 차오르는 증오를 숨기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
"혹시 아주 급한 일이면, 먼저 가 봐도 괜찮아."
말로 하지 않아도, 5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엔 통하는 게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심도윤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그냥 별일 아니야. 당신 일이 훨씬 중요하지."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는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전생의 나는 이 디테일을 놓쳤었다. 심도윤은 그저, 신경 쓰지 않는 '척' 연기했을 뿐이다.
정말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전생에 오희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왜 그토록 나를 지옥같이 괴롭혔을까?
나는 그날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난산으로 피를 쏟아내던 나를,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내려다보던 심도윤. 그는 내 목을 거세게 조르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잔혹한 얼굴로 외쳤다.
그가 말했다.
"임유안, 드디어 이 순간이 왔구나."
"네가 알까? 난 단 한 번도 널 사랑한 적 없어. 네가 날 협박해서 결혼한 거잖아. 네년만 아니었어도, 희진이가 그딴 무책임한 쓰레기랑 결혼할 일도 없었어!"
"네년만 아니었어도! 희진이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지도 않았을 거라고! 난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는데!"
"임유안, 그냥 죽어버려!"
나는 그 충격적인 진실을 곱씹을 겨를도 없었다. 그저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찢을 뿐이었다. 나는 울며 애원했다. 제발, 제발 살려달라고.
하지만 심도윤의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피를 쏟으며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심도윤은, 의사들이 나를 구하려는 것조차 막아섰다.
내가 죽은 뒤, 심도윤은 내 시신조차 거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오희진의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목이 터져라 울었다고 했다.
그는 오희진의 차가운 묘비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희진아, 내가 복수했어. 다음 생엔, 내가 꼭 너와 결혼할게."
나는 경악했다. 그 기나긴 결혼 생활 내내, 심도윤은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분명 그는, 평생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고 맹세했었는데.
다시 돌아온 이번 생. 나는 두 사람의 그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두 번 다시 끼어들 생각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