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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리스트 100번, 이제 끝

18.0K · 완결
류안개
14
챕터
674
조회수
9.0
평점

개요

"잭 카터는 시카고에서 8년을 일했다. 그가 매번 다운타운에서 네이퍼빌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미리 저녁을 준비해 두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늘 먼저 '첫사랑'인 사라 밀러를 만나러 간다는 걸. 그가 한 번 갈 때마다 내게 보상 하나를 약속했다. 그러다 지난달, 그는 회사에서 단 하나뿐인 '시카고 본사 발령' 자리를 사라에게 줬다. 나는 크게 싸우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에게 '백 번째 요구'를 꺼냈다. 내가 드물게 보이는 '이해'와 '대범함'을 보자 그는 망설임 없이 서류에 사인했고, 덤으로 브로드웨이 투어도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까지 얹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방금 사인한 서류 더미 속에 우리 이혼 신청서가 끼워져 있다는 걸. 실망이 충분히 쌓이면 떠날 때가 된다는 걸, 나는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됐다."

현대물각성고통스러운사랑감정사기결혼남편

제1화

잭 카터는 시카고에서 8년을 일했다.

그가 매번 다운타운에서 네이퍼빌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미리 저녁을 준비해 두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늘 먼저 '첫사랑'인 사라 밀러를 만나러 간다는 걸.

그가 한 번 갈 때마다 내게 보상 하나를 약속했다.

그러다 지난달, 그는 회사에서 단 하나뿐인 '시카고 본사 발령' 자리를 사라에게 줬다.

나는 크게 싸우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에게 '백 번째 요구'를 꺼냈다.

내가 드물게 보이는 '이해'와 '대범함'을 보자 그는 망설임 없이 서류에 사인했고, 덤으로 브로드웨이 투어도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까지 얹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방금 사인한 서류 더미 속에 우리 이혼 신청서가 끼워져 있다는 걸.

실망이 충분히 쌓이면 떠날 때가 된다는 걸, 나는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됐다.

...

시카고, 11월이었다.

해가 기울어가고 창밖 미시간 호는 납빛 파도만 무심히 반짝였다.

식탁 위 스테이크는 진작 식어 있었다.

나는 그걸 전자레인지에 넣어 다시 데우는 일을 벌써 여섯 번이나 반복했다.

6시, 7시, 8시.

시계 바늘은 한 바퀴씩 돌았는데도 잭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가 마침내 울렸다.

"에밀리." 잭의 목소리는 피곤해 보였지만 그보다 더 짙게 묻어나는 건 당연함이었다. "오늘은 집에서 안 먹어. 사라 발령 서류에 문제가 좀 있어서 내가 처리해줘야 해."

나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 8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잊은 게 분명했다.

혹은 기억하고도, 신경 쓰지 않았던 쪽에 더 가까웠다.

"신청은 이미 올렸고." 잭은 계속 말을 이었다. 마치 업무 보고처럼 매끈한 톤으로. "사라는 부모님 돌보려고 시카고로 돌아가길 가족들이 계속 기다렸대. 너 보상은 마커스한테 말하면 돼."

이건 상의가 아니라 통보였다.

그에게 내 감정은 늘 중요하지 않았다.

"알겠어."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잭이 잠깐 멈칫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이리라 생각 못 한 듯했다.

"그럼… 늦게 들어갈게. 너 먼저 자."

전화를 끊고 나는 통유리 앞에 섰다,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게 겹쳐 보였다.

8년이었다.

그 8년 동안 나는 수없이 용서했고 수없이 물러섰고 수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돌아온 건 무엇이었나.

그의 반복된 약속 파기, 반복된 부재, 반복된 선택—언제나 '다른 사람' 쪽으로 기울어지는 선택뿐이었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잭의 비서 마커스였다.

"에밀리, 정말 죄송해요." 마커스의 목소리엔 미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잭이 전해달라는데요. 이번 보상은 '가격'을 더 올려도 괜찮대요. 원하는 건 다 맞춰준다고요."

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마커스, 이번엔 내가 직접 가서 얘기할게."

"정말요? 그럼 잭도 분명 기뻐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고, 누렇게 바랜 크라프트지 서류 봉투를 꺼냈다.

안에는 잭의 할아버지가 남긴, 지금은 폐업한 자동차 정비소에 관한 재산 이전 협약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몇 장 사이에 끼워둔—

‹이혼 신청서›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 순회법원›

이혼 신청서였다.

나는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8년 동안 유지해 온 목록을 내려다봤다.

‹보상 목록›

1.2017년 추수감사절, 잭이 사라와 그녀 부모님 댁에 가고 나를 혼자 둠 — 티파니 팔찌

2.2018년 발렌타인데이, 예약을 당일 취소하고 사라를 병원에 데려감 — 주말 스파

3.2019년 내 서른 번째 생일, 잭이 '잊음' — 뒤늦게 차린 저녁 식사

4.2020년 코로나, 내가 집에서 열이 났는데 잭이 사라에게 음식 배달 — 사과 + 까르띠에 팔찌

99.2025년 11월, 유일한 시카고 본사 발령을 사라에게 줌 — 미정

내일 나는 백 번째 보상을 요구할 거다.

그리고 이 8년짜리 소동은, 그걸로 끝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