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서하에서 가장 젊은 재벌이라는 이재온이 한 여대생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하다는 소문이 돌 때도,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그가 무려 일곱 해를 쫓아다니다가 결국 아내로 들인 '세연대학교 여신'이었으니까. 그런데 민우 생일파티를 열던 날, 배가 불룩한 여자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날로 나는 가온구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재온은 나를 꼭 끌어안고 눈가를 붉히며 매달렸다. ""수연아. 그날 내가 술을 너무 마셨다. 내가 당장… 해원시로 데려가서 수술 받게 할게.""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로부터 다섯 해가 흐른 어느 날, 내가 청아동의 한 피부관리숍에서 관리를 받던 중이었다. 옆 VIP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애 낳고 몸매 망가졌는데, 오빠는 성욕이 너무 커서… 내가 거절을 못 하겠어용~"" 순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그 여자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재온 오빠, 다 오빠 때문이잖아! 오빠 애 낳아주느라 내가 이런 고생을…"" ""응, 나 가방 싫어. 나 진짜 원하는 건 딱 하나야."" ""그 마누라부터 정리하고, 나랑 결혼해."" 문을 열던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는 휴대폰으로 이혼 신청 접수를 예약했다. — 이재온이 나를 버리게 둘 바엔, 내가 먼저 그를 버리기로 했다."
제1화
서하에서 가장 젊은 재벌이라는 이재온이 한 여대생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하다는 소문이 돌 때도,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그가 무려 일곱 해를 쫓아다니다가 결국 아내로 들인 '세연대학교 여신'이었으니까.
그런데 민우 생일파티를 열던 날, 배가 불룩한 여자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날로 나는 가온구의 웃음거리가 됐다.
이재온은 나를 꼭 끌어안고 눈가를 붉히며 매달렸다.
"수연아. 그날 내가 술을 너무 마셨다. 내가 당장… 해원시로 데려가서 수술 받게 할게."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로부터 다섯 해가 흐른 어느 날, 내가 청아동의 한 피부관리숍에서 관리를 받던 중이었다.
옆 VIP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애 낳고 몸매 망가졌는데, 오빠는 성욕이 너무 커서… 내가 거절을 못 하겠어용~"
순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그 여자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재온 오빠, 다 오빠 때문이잖아! 오빠 애 낳아주느라 내가 이런 고생을…"
"응, 나 가방 싫어. 나 진짜 원하는 건 딱 하나야."
"그 마누라부터 정리하고, 나랑 결혼해."
문을 열던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는 휴대폰으로 이혼 신청 접수를 예약했다.
— 이재온이 나를 버리게 둘 바엔, 내가 먼저 그를 버리기로 했다.
…
확인 버튼을 누르자마자 이재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연아. 오늘 밤 세한증권 쪽에서 술자리가 있다. 나 오늘은 안 들어간다."
나는 뺨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물광주사 자국이 아직도 미세하게 욱신거렸다.
그가 예전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던 말이 있었다.
'여자는 서른 넘으면 꽃이 시든다. 난 스무 살 피부가 더 좋아.'
귀 하나 뚫는 것도 겁내던 내가, 그 말을 붙잡고 수백 번의 피부과 시술을 견뎠다.
그런데 그는… 밖에서 아이까지 낳아놓고도 태연했다.
"그래."
내가 너무 평온하게 대답하자, 이재온이 드물게 말을 잃었다.
그가 뭔가 더 하기도 전에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송유린의 사진을 전송했다.
[구청 민원실에서 봐.]
삼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재온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첫 외도 때와 달리, 그의 얼굴엔 죄책감이 없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뒤쪽 방문을 열어젖혔다.
작은 발소리가 쿵쿵 달려오더니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엄마!"
내 시선이 이재온에게 꽂혔고,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이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재온은 웃으며 민우를 번쩍 들어 올렸다.
"민우야. 오늘 우리 가족끼리 놀러 갈까?"
"응!"
나는 알았다.
저건 협박이었다.
마치 다섯 해 전, 민우가 우리가 이혼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고열로 경련을 일으켰던 그날처럼.
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내 옷자락을 붙잡고, 울먹이며 애원했다.
"엄마… 아빠랑… 떨어지지 마… 제발…"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결국 나는 아이 때문에 또 한 번 무릎을 꿇었다.
현관을 나서려던 순간, 불청객이 나타났다.
송
이 눈가를 붉힌 채 한 아이의 손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언니. 제발 재온 오빠를 저한테 돌려주세요. 오늘 준희 생일이에요. 준희한테 아빠가 필요해요."
준희가 서럽게 울부짖었다.
"아빠! 나 아빠 필요해! 이모, 제발 우리 아빠 뺏지 마!"
민우의 얼굴이 한순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이재온을 바라봤고, 그의 눈동자 안에서 잠깐의 흔들림이 스쳤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는 송유린 쪽으로 발을 옮겼다.
"미안하다, 민우야. 오늘은 정말 안 된다. 우리 다음에 가자."
머릿속이 웅웅 울리기 시작했고, 이성이 천천히 멀어졌다.
다섯 해 전의 그 난장판 이후, 민우는 학교에서 '아빠 없는 애'라는 말을 들었다.
그날 민우는 교실이 있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려 했고,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아이를 붙잡아 겨우 막아냈다.
누구도 내 아들을 건드리게 둘 수는 없었다.
"이재온, 지금 그쪽으로 가면… 나랑 민우는 정말 당신 필요 없어."
내 눈이 붉게 달아오르자, 이재온의 숨이 순간적으로 걸렸다.
그런데 송유린이 갑자기 준희를 끌어안고 차도로 달려들었다.
"오빠, 그럼 우리 엄마와 아들 그냥 죽을게요!"
이재온의 얼굴이 찢어질 듯 일그러졌다.
그는 나를 거칠게 밀쳐내고, 차들이 오가는 곳으로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가 송유린과 준희에게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