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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박우혁은 술에 취한 채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 잠옷을 거칠게 찢어버리고 나를 침대에 눌러 키스했다.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었다. 회사가 상장된 뒤로 그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열기에 나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막 절정에 이르려던 순간, 그는 나를 꽉 끌어안은 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민아야…"

순간, 머릿속이 '쾅' 하고 터져버렸다.

그도 즉시 식은불처럼 가라앉았다.

그는 몸을 돌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고, 방 안은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둡기만 했다.

박우혁은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비벼 끄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소리, 우리 이혼하자."

"민아는 내 돈을 바라지 않아. 그저 이름뿐이라도 내 아내가 되고 싶어 했어. 그건 내가 줘야 해."

나와 박우혁은 연애부터 결혼까지 11년을 함께했다.

그는 언제나 남들 눈에 완벽한 남편이었다.

일도 잘하고, 나를 사랑하며, 가정에도 충실한 남자.

그래서 오늘 밤까지도 나는 그가 바람을 피울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슴 위에 거대한 돌덩이가 얹힌 듯 숨이 막혔다. 울먹이며 물었다.

"너희, 처음은 언제야?"

달빛이 서늘하게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그의 몸 위로 흘렀다.

그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

"2년 전, 내가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박우혁은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갔고, 회사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날 밤, 기분이 너무 가라앉았는데 민아가 갑자기 호텔 문 앞에 나타났어."

"비에 흠뻑 젖은 채 서 있었지. 꼭 길 잃은 불쌍한 토끼 같았어. 그러다 내 품으로 뛰어들었어."

나는 까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 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시어머니가 목욕 중 발이 미끄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고, 나는 급히 딸을 외갓집에 맡긴 뒤 밤새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가 걱정할까 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몰래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낙심하지 마. 난 당신을 믿어.]

[언제든 나랑 딸은 당신 곁에 있을 거야. 안 되면 우리 집을 팔아서라도 자금 보태면 되잖아.]

[우리 셋이 잘 지내기만 하면 그게 제일이야.]

그런데 그날 박우혁은 처음으로 내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나는 순진하게, 그가 피곤해서 잠들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에 다른 여자 품에 있었다.

몸을 섞고, 숨을 섞으며.

그게 벌써 2년 전부터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박우혁은 정말 교묘하게 숨겼다.

불과 지난달 말, 우리는 결혼 7주년을 가족들과 함께 축하했다.

그는 내게 장미 한 다발과 주대복 금팔찌를 건네며 말했다.

"여보, 그동안 집안 챙기느라 고생 많았어."

"결혼기념일 축하해."

그는 나와 딸을 품에 안았다.

엄마는 그 장면을 보고 일부러 가족사진까지 찍었다.

그 사진은 지금도 내 SNS 맨 위에 고정돼 있다.

주변은 숨 막히게 조용했고, 답답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박우혁, 만약 당신이 지금처럼 돈 많은 사장이 아니었다면, 그 여자가 과연 당신을 택했을까?"

그는 은색 라이터를 손에 쥔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긴 침묵이 흐른 뒤, 바깥에서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번개가 밤하늘을 가르며 터졌다.

그 순간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그 안엔 어떤 감정도 없었다.

"이소리, 나도 알아.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거."

"하지만 민아는 돈을 바라는 여자가 아니야. 지난 2년 동안 이름도 없이 나를 기다리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제는 더는 그녀를 저버릴 수 없어."

그래서 나를 저버리겠다는 거야?

서울 한복판, 평당 값이 엄청나게 비싼 이곳에서 우리는 한때 10평도 안 되는 반지하에 살았다.

그곳에서 3년을 버텼다.

겨울엔 난방도 없고, 여름엔 에어컨도 없었다.

자다가 팔 위로 바퀴벌레가 기어오르던 밤도 많았다.

그때 나는 믿었다. 사랑이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보니, 그 믿음은 결국 헛된 희망이었다.

"박우혁, 당신 잊은 거야?"

"우리 결혼하던 날, 당신도 울면서 평생 나한테 잘하겠다고 맹세했잖아."

그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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