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8화, 명예로 바꾼 결혼

선소정은 말하자마자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말투가 엄격해졌다.

“서영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우리 집안 여자들은 뭐든지 몰래 하면 안 돼. 너는 더 이상 촌 동네 여자애가 아니야. 너는 명망 있는 가문의 사람, 간 씨 집안의 둘째 딸이자 김백두의 아내라고.”

간서영은 고개를 숙이고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알겠어요.”

그제야 선소정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 와서 앉아라.”

간서영은 허리를 곧게 펴고, 우아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그 아름답고 빛나는 얼굴은 어떤 옷을 입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이 선소정이 유일하게 만족하는 부분이었다.

선소정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왜 이런 때에 돌아온 거니?”

“엄마, 저 김백두와 이혼하려고요.”

간서영은 선소정의 눈을 마주치며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심이 그 눈 속에 가득했다.

선소정은 충격을 받았다.

간서아도 적잖게 놀랐다.

하지만 선소정은 곧 정신을 차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라고? 김백두랑 이혼한다고?”

“네, 저희 이혼하려고요. 월요일에 이혼 절차를 처리할 거예요.”

“간서영,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 이건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너에게 얻어낸 결혼이야. 네가 마음대로 '싫다'고 해서 끝낼 수 있는 일이야?”

간서영과 김백두의 결혼은 단순한 명문가의 결혼이 아니었다. 두 집안의 노인들은 생사를 함께한 오랜 친구였다. 몇 년 전, 간서영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다리 한쪽을 잃으면서까지 김백두의 할아버지인 김승제를 구했다.

그때 김승제는 가문을 이어가기 위해 결혼을 추진했지만, 한 세대를 넘기고 손자 손녀인 김백두와 간서영 세대에서야 비로소 한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원래 결혼 상대는 간서영이 아닌, 간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던 간서아였다.

그 당시 할아버지는 이미 병세가 악화되어 있었고, 간서영을 시골에서 데려와 김씨 집안에 시집보내기로 결심했다. 죽기 전에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아버지를 협박하기까지 했다.

간서영은 선소정의 친딸이었지만, 선소정은 아들을 간절히 원했다. 간서영을 낳고 나서 자궁이 손상되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고, 그녀는 마음속에 남은 상처를 간서영에게 모두 덧씌웠다.

결국 간서영은 열 살 때 시골로 보내졌고, 일 년 전 김백두와 결혼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선소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났으며, 간서영 앞에 서서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대답해. 너 그냥 화내서 장난으로 말한 거지?”

간서영은 선소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백두가 심연희랑 결혼하려고 해요. 저도 이미 서명했어요. 이건 그냥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짜악——

뺨이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서영의 길게 말려 있던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며, 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순간, 그녀는 자신이 귀가 먹은 줄 알았다.

선소정은 화가 나서 홧김에 손찌검을 했지만 생각보다 큰 따귀 소리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손으로 문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나가, 나가! 간 씨 집안에 너 같은 딸은 없다.”

그 말에 간서영은 일어나 마치 인형처럼 발걸음을 옮기며 나갔다.

선소정은 즉시 남편에게 연락했다. 김백두와 간서영의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었다. 두 집안과 두 기업의 일이었다.

이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

간씨 집안 별장에서 나와 차 옆에 선 간서영은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걱정한 것은 배 속의 아이였다. 얼굴을 맞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게 아프냐고?

아니, 전혀 아프지 않았다.

슬픔?

전혀 슬프지 않았다. 단지 마음속에는 조용한 냉담함만이 있었다.

선소정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손을 들었지만, 그동안의 냉혹한 어머니의 태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한 대의 뺨을 맞고 이혼을 할 수 있다면, 그녀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간서영은 얼굴을 차갑게 한 채 차에 오르려던 찰나, 뒤에서 간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서영, 진짜 김백두랑 이혼하려는 거야?”

간서영은 아무 말 없이 간서아를 한 번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간서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는 그를 소중히 여기지도 않으면서, 왜 그때 결혼한 거야? 간씨 집안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아빠는 우리 집을 더 발전시키려 김씨 집안에 그렇게나 애를 쓰시는데… 너 너무 이기적이야.”

“그래서?”

간서영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적어도 김백두를 사랑했기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을 참을 수 있었고, 선소정은 자신이 태어난 운명에 불과한 존재였기에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할 가르칠 권리는 없었다.

간서아는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

“그래서 내가 김백두에게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해야 한다는 뜻이야? 그가 심연희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도, 자존심 없이 그에게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해야 한다고?”

“분명히 네가 좋은 아내가 되지 못해서 김백두가 급하게 너와 이혼하고 싶어하는 거잖아.”

간서아가 비웃으며 말했다.

“이혼하든 말든 너랑은 상관없으니,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너를 신경 쓰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너 때문이야. 네가 없었으면 지금 김백두의 아내는 나였을 텐데. 다 너 때문이야. 왜 떠났다가 돌아왔어?”

간서아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눈에는 붉은 기운이 돌고 있었다. 사실 자신이 김백두의 아내였어야 했는데, 간서영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했다.

간서영은 차분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눈을 약간 가늘게 뜨며 무심하게 말했다. “여동생 남편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당당히 주장하는 언니,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겠네.”

“너…”

“언니가 정말 좋아한다면, 부모님께 잘 부탁해 봐. 나랑 더 말해봐야 아무 소용 없잖아.”

“.......”

간서영은 간서아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차는 빠르게 떠났고, 간서아는 그 자리에 서서 입술을 꽉 물고 발을 힘껏 내디뎠다. 그녀의 눈에는 차가운 분노와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

아무도 그녀가 이 동생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