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임신
김백두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어두운 눈동자가 점점 더 짙어졌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간서영, 난 이런 장난은 좋아하지 않아.”
그녀를 사랑하는 건 결국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간서영은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남자는 여전히 예의 바르고 온화한 그녀를 바라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을 스쳤다.
그때, 간서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으며,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보고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쳐갔다. 그러나 그 당황스러운 모습은 금세 사라졌고, 김백두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낮은 목소리가 물었다.
“받지 않을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영아, 검사 결과가 나왔어. 네 몸은 이상이 없어.”
그쪽은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너 임신했어. 벌써 두 달이 넘었고,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너… 어떻게 할 거야?”
그 또렷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하나하나 가닿았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몸이 굳어갔다.
내가 임신했다니.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가 들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김백두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전화 너머의 사람도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 말했다.
“김백두, 너랑 함께 있어?”
“응, 알았어. 일이 없으면 끊을게.”
그녀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김백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보이자, 그의 눈빛은 차갑고 예리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간서영, 말해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당황한 거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고통스러워했다.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어차피 이혼할 건데, 그가 아이 때문에 이 결혼을 계속 하겠다고 할까?
아니, 그녀는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비참했다. 아이로 그를 묶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잃을 것이다.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억누르며 얼굴에 변함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일이 좀 생겨서,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김백두는 그녀의 이질적인 반응을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고요히 지켜봤다.
간서영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저, 회사에 가야 해요. 절차가 정해지면 연락 주세요.”
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고, 간서영은 급히 반산 빌라를 떠났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서 쓴맛과 슬픔이 밀려왔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지나간 모든 일들이 그녀를 숨이 막힐 듯 아프게 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 결혼을 끝까지 할 생각이 없었으면서, 왜 그렇게 그녀에게 잘해주었을까?
그 자신은 냉정하게 이 결혼이라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그녀는?
간서영은 손을 배 위에 올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가야, 너는 왜 하필 이때 생겨난 거니?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아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날 밤, 모든 게 너무 황당했고, 그가 술에 취해 그녀를 안고 반복해서 중얼거리며 부르던 이름은 "심연희"였다.
그녀는 거절했지만, 취한 남자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사후에는 끝없는 수치와 내적인 고통만 남았고, 너무 당황스러운 경험에 약을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
...
간서영은 친구인 최희원과 함께 창립한 건축 디자인 회사로 차를 몰았다.
최근 한 디자인 도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누군가 그것을 표절로 신고한 것이다. 그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고,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참담할 것이었다.
회사를 도착하자, 최희원은 너무 지쳐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긴장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서영아, 무슨 일이야?"
"괜찮아. 아무 일 아니야."
그녀는 시간을 확인한 후 물었다. "알랜드 쪽은 뭐래?"
알랜드 부동산은 문제의 디자인 도면과 협력한 회사였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어. 아니면 소송을 걸겠다고 했지."
"몇 시에 약속했어? 지금 가서 만나볼까?"
"좋아."
최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 엄청난 돈을 제시하면서 너에게 보석 디자인을 맡기고 싶다고 해."
간서영은 종이를 받아 잠시 스쳐 보며,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지금은 안 돼. 김백두와 이혼한 후에 얘기할게."
"김백두와 이혼한다고?"
"응."
"그가 제안한 거야?"
그녀의 눈에 잠시 슬픔이 스쳤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응, 그가 기다리던 심연희가 깨어났고, 그는 그녀랑 결혼할 거야."
최희원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눈에는 깊은 안타까움과 김백두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서영아, 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야? 1년 전에도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