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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는 목욕 중이라 불편하다

"그럴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알겠어, 내가 확인해 볼게."

최희원은 몇 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

간서영은 그가 피곤한 거라 생각하고, 일단 대화를 마쳤다.

컴퓨터를 끄고, 휴대폰을 들여다본 간서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10시가 넘어 있었다. 김백두는 오늘 밤도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이혼 전에 그녀에게 남자와의 거리를 두라고 했던 말. 그럼 그는?

그도 마땅히 동일하게 해야 하지 않나?

간서영은 입술을 깨물고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방 연결되었지만, 들려온 것은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간서영 씨죠? 저는 심연희예요. 백두 씨한테 무슨 일 있나요?"

간서영은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 심연희를 사랑하는구나, 전화 같은 개인적인 것ㄷ 그녀가 마음대로 사용하게 하다니.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전화 좀 바꿔줄 수 있을까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좀 불편해서요. 잠깐만 기다려 줄 수 있겠어요?"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간서영 씨, 제가 그가 전화를 못 받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냥 뭐죠?"

간서영은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심연희는 잠시 침묵한 뒤, 방금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김백두는 그녀의 퇴원 문제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연희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백두 씨가 지금 목욕 중이라서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간서영은 얼굴이 굳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그들이 갈 데까지 가버린 건가?

내심 차가운 웃음이 그녀의 마음 속에 피어났다.

‘간서영, 이제 다 알겠지? 그는 너에게는 다른 이성이랑은 거리를 두라고 하지만, 심연희 앞에서는 전혀 자제력 없이 행동하고 있잖아.’

간서영은 전화를 꽉 쥐며, 목소리를 담담하게 내뱉었다. "알겠어요, 그럼 방해하지 않을게요."

말을 마치고, 심연희가 대답할 새도 없이 재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1초라도 늦으면 그 속에 억눌린 감정이 드러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설마 설마하면서 믿지 않던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말한 ‘남녀 구별’은 단지 그녀에게 그가 남에게 욕을 먹지 않도록 하지 말라는 말일 뿐, 그녀의 체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그가 단 한 번이라도 그녀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을까?

간서영은 차갑게 웃으며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심연희라면, 김백두는 절대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만약"은 없다.

병실 안에서, 심연희는 김백두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결국 통화 기록을 지운 뒤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의 큰 키와 흠잡을 데 없는 발걸음은 어딘가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심연희가 얼굴에 약간의 당황한 표정을 보이자, 그는 물었다. "무슨 일이야? 어디 또 아파?"

심연희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백두 씨,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편히 쉬어야 해. 이틀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네가 있을 곳도 마련할게."

"네, 백두 씨 말대로 할게요."

"응."

그의 깊은 눈빛이 옆에 놓인 휴대폰을 스쳐 지나갔고, 그는 손을 뻗어 그걸 집어 들고 살펴봤다.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목소리가 낮아졌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이제 좀 쉬어. 나는 먼저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올게."

심연희는 급히 손을 내밀어 남자의 옷자락을 잡았다. 입술을 삐쭉 다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백두 씨, 나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 오늘 밤은 여기서 같이 있을 수 없나요?"

김백두는 무표정으로, 그 검은 눈이 차갑게 반응했다. "연희야, 내가 계속 여기 있는 건 조금 불편해. 나는 아직 결혼한 상태라, 그런 소문이 나면 네게도 좋지 않잖아. 이미 간병인을 불렀으니까, 곧 올 거야. 괜찮지?"

심연희는 아무 말 없이 잠시 침묵했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묻어났고, 눈엔 눈물이 고였지만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백두 씨, 정말 간서영이랑 이혼할 수 있나요? 내가 당신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이유도 모르겠고 불안해요. 내가 두려운 건, 당신이 예쁘고 생기 넘치는 간서영 씨에게 마음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거예요. 그래서..."

김백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와는 분명히 이혼할 거야. 다만 할아버지 쪽에서 조금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연희야ㅑ, 너는 걱정 말고 몸이나 잘 챙겨. 나머지 일들은 내가 다 처리할게."

"그럼 오늘 밤 나랑 함께 있어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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