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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가 누굴 찾고 있는 걸까?

“괜찮아요, 할아버지. 그냥 감기일 뿐이에요. 이따가 혼자 약국 가서 약을 좀 사오면 돼요.”

심우리는 재빨리 말을 막았다.

황보웅은 그녀를 영리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았고, 심우리는 그의 눈빛에 마음이 안절부절하여 무의식적으로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콧소리가 이리 심한데, 고작 약으로 나을 것 같아?”

예상치 못했던 큰 회장님의 걱정에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심우리는 몇 걸음 앞으로 가다가 조심스럽게 멈춰 섰다.

“약 사러 가는 거 잊지 말고, 좋은 약으로 사 먹어. 그리고 시간이 되면 재혁이 회사에 한번 들러봐라.”

심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

“음, 그래.”

큰 회장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서 가거라.”

황보 집을 나서자마자, 심우리는 한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아는 20분도 안 되어 그녀 앞에 도착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설아가 물었다.

“잘 생각해 봤어? 애를 지울 거야?”

심우리는 말없이 안전벨트를 맸다.

“왜 말이 없어?”

한설아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한 번 보고,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 왜 그래? 어젯밤 돌아가서 잘 생각 안 해본 거야? 설마 이 아이를 낳겠다는 건 아니지?”

우리는 아랫배를 꼭 감싸고 답했다.

“이것도 생명이잖아. 만약 지우면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하, 심우리, 지금 나랑 장난해? 너희 부모님이 심달리 대신 널 장애인과 결혼시킨 건 안 잔인했어? 네 전남편이 바람 피고 널 내쫓은 건 안 잔인했냐고? 니가 만약 이 아이를 낳으면, 황보 집안이 널 받아줄 것 같아? 그때가 되면 니 친정이 널 받아줄까?”

설아의 말은 차갑지만 현실적이었다. 심우리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잘 들어. 애를 지워. 지금 네가 기댈 곳은 황보 집안밖에 없어. 그리고 이 아이가 누구 애인지도 모르잖아. 낳아서도 그 아이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설아는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난 네 베프니까 여기까지 말할게. 나머진 네가 잘 생각해봐.”

심우리는 어젯밤 황보재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3일의 시간을 준다고 했지만, 그가 약속을 지킬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 애를 지워야 할까?

만약 황보 집안에 남고 싶다면.

그러나 황보 집에서 나간다고 해도 친정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우리는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가자.”

“결정한 거지? 그럼 병원으로 데려갈게.”

설아는 차의 방향을 조정하며 말했다.

“만약 니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라면, 난 네가 키운다고 해도 반대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건 낯선 사람의 아이고, 남겨둔다고 해서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알 수 없으니 지우는 게 최선의 선택이야.”

이후 두 사람은 말없이 병원에 도착했다.

번호표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무거운 마음에 휩싸였고, 설아는 곁에서 그녀를 위로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고, 우리는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결과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심우리 환자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자궁 내벽이 매우 얇습니다. 아이를 지우면 자궁에 구멍이 생겨 대출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지우시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심우리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옆에 있던 설아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이를 지울 수 없다는 말씀이세요?”

“네, 권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대출혈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돌아가서 충분히 의논해보시고 결정하세요.”

병원을 나온 한설아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지우지 못하면 어쩔 거야? 이런! 골치 아픈 일이 다 있네!”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너 데려다줄게.”

심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저었다.

“아니야, 나 회사에 가야 돼. 회사로 데려다줘.”

설아는 말없이 그녀를 회사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황보 그룹의 빌딩을 보자 설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난 우리 집이 부자인 줄 알았는데, 황보 그룹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네.”

“설아야,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 먼저 들어갈게.”

한설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 먼저 가. 나는 돌아가서 의사한테 더 알아볼게.”

저번에 왔던 기억 덕에 카운터 직원도 심우리를 알아보았다. 황보 부회장이 직접 그녀를 데리고 갔던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우리를 보자 태도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우리는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있는 회장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으나, 오늘은 사무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우리가 들어가려던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지난번엔 엉뚱한 여자를 데려오더니, 이번엔 애 딸린 여자를 데려와? 성아, 내가 요즘 너무 잘해줬나 보지? 왜 요즘 하는 일마다 이렇게 엉망인 거야?"

황보재혁은 사무실 안에서 화가 난 듯 책상을 두드리며 말하고 있었다.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고, 눈에는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강렬한 위압감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윤성은 책상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혼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을 잘못 만난 강아지처럼 풀이 죽어 보였다.

이 광경을 본 심우리는 본능적으로 문 뒤로 몸을 숨겼다. 황보재혁이 이렇게 화가 난 상태에서 들어가면 그녀에게도 불똥이 튈 게 분명했기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도련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도련님께서 주신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잘못 찾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 겁니다."

윤성은 억울했다. 재혁을 따라다닌 지도 꽤 오랜 시간이 되었지만, 평소 처리하던 일들은 대부분 업무적인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왔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여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것도 정보가 거의 없는 여자를 말이다. 병원 같은 곳에서 임신한 여자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준 정보가 부족했다고? 그럼 너 스스로는 정보를 수집할 능력도 없는 거냐?"

재혁의 얼굴에 찬 웃음이 스치더니,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책상을 두드리던 손도 멈추고, 그의 말투는 차가운 고요함을 유지했다.

"그래서, 결국 내 잘못이란 거야?"

고요하지만 날카로운 말투에 윤성은 곧게 서서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인원을 더 배치해서 철저히 확인하겠습니다. 다음엔 제가 직접 심문한 뒤 도련님께 바로 데려오겠습니다."

"심문한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그 여자가 맞다면 절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나가."

만족한 듯한 대답을 들은 재혁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윤성에게 나가라고 했다. 윤성 역시 사무실을 떠나고 싶었다. 이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네, 도련님!"

윤성은 사무실 문을 닫고 돌아서다 벽 쪽에 서 있는 심우리를 발견했다. 두 사람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심우리가 말을 꺼내려 하자 윤성은 그녀를 구석으로 데려갔다.

“죽고 싶어요? 도련님과의 대화를 엿듣다니요!”

윤성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저으며 변명했다.

“그냥 마침 그때 온 것뿐이에요. 그런데, 재혁 씨는 도대체 누굴 찾고 있는 건가요?”

사람은 늘 호기심이 많다. 심우리 역시 그의 아내로서 본능적으로 남편의 일에 대해 알고 싶었다.

윤성은 그녀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

“심 아가씨,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않는 게 좋습니다. 황보 집안에 대신 시집 온 만큼, 도련님의 진짜 아내는 아니잖아요. 쓸데없는 일에 계속 참견하면 그나마 있는 부인 자격도 잃을 수 있어요.”

윤성의 말은 경고이자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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