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그 눈은 깊고 검은 빛 없이, 끝이 없는 별처럼 공허하고,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마치 운명처럼, 구부러지지 않는 얼음처럼 강미정에게 강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강미정은 그 눈길에 온몸이 움찔하며,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얼굴은 점차 창백해졌다.
조유나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낮고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게서 그렇게 동물처럼 살고 싶다면, 나중에 당신을 위한 좋은 곳을 마련해 줄게요. 그곳에서 당신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강미정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온 낯선 존재에 몸서리쳤다. 마음속에 불안감이 일어났다.
그 순간, 조유진이 계단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물결처럼 붉은 긴 드레스를 입고, 같은 색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조유나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깊은 질투가 배어 있었다.
비록 그녀의 외모가 조유나만큼 정교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잘 정돈된 눈썹 아래 부드러운 눈빛을 지닌 그녀는, 마치 물속에서 보는 듯한 신비로운 눈빛으로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그 눈빛에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끌리곤 했다.
조유진은 밝게 웃으며, 독을 품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유나야, 언니가 입은 이 드레스 예쁘지 않니? 이 드레스랑 가방, 모두 샤넬 한정판이야. 성민 오빠가 나를 위해 특별히 선물해 준 거야."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결혼식, 정말 아쉬웠어.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네가 성민 오빠의 아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일이 생겨서 결국 실패했지. 괜찮아, 네가 성민오빠의 아내가 되지 못했다 해도, 언니가 꼭 좋은 혼처를 찾아줄게. 평생 혼자 독신으로 살지 않게 해줄 거야."
조유진의 자랑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조유나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 없이,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조유진을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광대처럼 바라봤다.
조유나의 표정은 예전처럼 억지로 숨기려 하지 않으면서도, 무감각하고 고요했다. 조유진의 눈빛 속에 스며든 악의적인 색은 점점 더 짙어졌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녀는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 그런데 잊을 뻔했네. 유나야, 너 다친 건 잘 치료됐어? 난 다치지는 않았지만, 성민 오빠는 꼭 병원에 나를 데려가겠다고 하더라구. VIP 병실도 예약하고, 나에게 맞춘 특별한 음식도 준비해 줬어. 나가고 싶은데…내가 나가려고 하면 불안해서 걱정하더라."
조유나는 그 매혹적인 얼굴을 바라보며, 예기치 않게 질문을 던졌다. "넌 나 얼마에 팔았니?"
그날의 추잡한 일은 조유나의 생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호텔에서 하루 종일 김성민을 기다렸지만, 김성민은 조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조유나는 깊은 밤까지 그를 기다렸고, 끝내 나타나지 않자 실망한 마음에 술을 마셨고, 그 술에는 약물이 섞여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히게도, 약효가 발작할 때 몇 명의 남자들이 들어왔고, 주변의 경비원들은 그녀의 목소리에도 들은 채 만 채하며 지나쳐갔다.
결국 조유나는 간신히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거리에서 도망치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힌 것이었다. 사진 각도는 매우 교묘하게 촬영되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날, 조유나가 운이 조금이라도 따르지 않았다면, 단순히 순결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판이 망가져 죽을 만큼 수치스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혐오당하고, 결혼이 취소되며, 이름까지 더럽혀지고, 결국 목숨마저 위태로워졌다...
그 불쌍한 여자에게 남겨진 길은 없었다.
정말 잔인한 수법이었다!
조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려다, 갑자기 조유나 뒤로 들어온 김성민을 보자 자랑스러웠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얼굴이 굳어졌다.
얼굴에는 눈물이 금세 고였고, 목소리에는 죄책감과 후회가 가득 차 있었다. 손을 들어 조유나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미안해 유나야, 그날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성민 오빠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더라면, 네 생일에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절대로..."
조유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그 손을 뿌리쳤다.
조유진이 내미는 손은 언제나 '조유나'를 때리고, 욕하고, 미워하게 만들었다.
조유나의 악명은 모두 이 손 덕분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 손을 거세게 쳐버렸다.
"짜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듣기만 해도 아프게 들렸다.
조유진의 손등은 금세 붉어졌고, 그녀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급하고도 거칠게 떨어졌다.
그때, 조유나 뒤에서 분노와 놀라움이 가득 담긴 두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아!"
"유진아!"
강미정과 김성민이 달려왔다.
조유진의 손등에 큰 붉은 자국이 생기자, 강미정은 마음이 아파 눈물이 고였고, 조유나를 향해 분노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조유나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런 악마 같은 년, 양심도 없어?! 이런 추잡한 짓을 해놓고, 네 아버지가 너를 내쫓으려 했을 때, 유진이가 울면서 부탁했기에 겨우 네 아버지를 설득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조유나는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강미정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뺨을 스쳐 피가 나왔다. 그녀는 입술을 핥으며 쇠맛을 느꼈다.
그것은 피였다.
그녀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강미정은 더욱 악랄한 눈빛을 보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꺼져! 당장 나가!"
김성민은 조유진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뒤를 돌아 조유나를 마치 찢어먹을 듯한 눈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조유나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여자는 아름다웠다. 눈처럼 하얀 피부, 살짝 곱슬진 긴 머리가 얇고 부드러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조용히 서 있을 때, 그녀에게는 고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게... 조유나?!
김성민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조유나가 그를 쫓아올 때, 그녀는 항상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는 조유나 본래의 모습을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화장을 지운 모습으로 조유나의 진면목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조유진은 그의 놀란 눈빛을 보자,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성민 오빠, 괜찮아요. 동생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최근에 많은 일이 있었고, 기분이 안 좋았잖아요. 우리가 유나를 더 이해하고 배려해야 해요..."
강미정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그만둬. 내가 다 봤어! 이 여자는 사람의 탈을 쓴 악마야! 아무런 동정도 받을 자격이 없어!"
조유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지난 18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유형의 여자를 바라봤다. 겉으로는 선한 척하지만, 속은 악독하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주변 사람들을 해치는 여자.
이 여자는 타고난 연기자였다.
그동안 조유나를 향한 수많은 시도와 마찬가지로, 작은 계략 하나로 자신은 착한 척 위장하고, 조유나의 악독함을 드러내며, 강미정이 조유나를 미워하게 만들고, 그녀의 약혼자 김성민이 조유나를 비난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여자의 상투적인 수법이었다.
조유진...
언젠가는 그 억울하게 죽은 여자를 도와 이 여자의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조유나는 이 연극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 그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김성민은 조유나가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예전처럼 집착하거나 아첨하지 않는 것에 짜증이 났다. "조유나, 유진이에게 사과해!"
조유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담긴 조롱과 차가운 기운에 김성민은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입술 끝에 미소를 띠며, 조유진과 김성민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꼬듯 말했다.
"쓰레기 남자와 창녀주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