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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나를 바다에 버렸다

18.0K · 완결
구겨진엽서
13
챕터
809
조회수
9.0
평점

개요

남편은 내 생일 선물로 유람선을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선체에 새겨진 이름은 그의 비서 이름이었다. "이나호." "사모님, 죄송해요! 어머니가 말기 암이셔서… 이 배가 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마지막에 편히 가시라고요." 나는 비웃듯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유람선은 내 생일 선물인데, 왜 네 이름이 새겨져 있어야 하지?" 그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고, 곧바로 배에 새겨진 '이나호'라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게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조태현은 이렇게 말했다. "저 여자는… 아프신 어머니 때문에 그런 거야."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해 주고 싶으면, 자기가 돈 내고 배를 빌리든가, 인터넷에서 유람선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든가 했어야지. 왜 네가 나한테 해 준 생일 선물에 자기 이름을 새기냐고?"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잘랐다. 조태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 생일날, 그는 나를 바다에 내던졌다.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잖아? 어떻게든 올라와봐." 그는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내가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누군가는 내 옷이 들춰진 장면만 골라 사진을 찍어 '노출 사고'라며 온갖 커뮤니티에 퍼뜨렸다. 하지만 잠깐의 공포와 몸부림 뒤, 나는 곧 침착해졌고 카메라를 똑바로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충분히 봤어? 이제 당장 내려와서 날 데려가."

사이다후회남 재벌후회물

제1화

남편은 내 생일 선물로 유람선을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선체에 새겨진 이름은 그의 비서 이름이었다.

"이나호."

온몸의 피가 얼어붙었다.

조태현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바로 전화를 걸었고, 목소리는 싸늘하게 낮아져 있었다.

"권이나, 지금 어디야? 배 이름이 이게 뭐야?"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 샤넬 정장에 완벽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가 다급히 달려왔다. 그의 비서, 권이나였다.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쏟으며 이마를 데크에 '쿵' 하고 박았다.

"사모님, 죄송해요! 어머니가 말기 암이셔서… 이 배가 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마지막에 편히 가시라고요. 제발 이해해주세요!"

그녀의 연기를 바라보며 황당함과 익숙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예전에 오유진이 동정심을 끌어내려고 이런 식으로 굴지 않았던가.

나는 비웃듯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유람선은 내 생일 선물인데, 왜 네 이름이 새겨져 있어야 하지?"

권이나는 움찔하며, 마치 내가 무정한 사람인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사모님, 저는 그저 어머니가 마음놓으실 수 있도록…"

"그건 네 어머니지, 내 어머니가 아니잖아."

나는 말을 잘라내며 한 발 다가섰다.

"효도할 방법은 수두룩해. 배를 빌리든지, 사진을 합성하든지. 그런데 왜 하필 내 선물을 건드렸어?"

나는 바로 선장에게 전화해서 이름을 다시 바꾸라고 지시했다.

권이나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조태현이 나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여자는… 아프신 어머니 때문에 그런 거야."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정말 효도하고 싶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 왜 꼭 내 물건을 건드려야 했냐고?"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돌아서서 이름 변경을 처리했다.

생일날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조태현은 평소처럼 세심하게 굴었다. 직접 아침을 만들어주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네며, 자신의 말로는 '내 유람선'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이 끝난 줄 알았다.

우리는 쾌속정을 타고 바다 한가운데 정박된 호화 유람선으로 향했다. 배 이름은 내가 다시 '무한호'로 바꿔두었다.

쾌속정은 유람선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멈췄다. 조태현이 일어서며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 내가 안아서 옮겨줄게."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그의 손에 내 손을 올렸다.

그 순간, 그의 미소가 스르르 사라졌다.

손이 나를 잡아당기더니, 다른 손이 내 등을 강하게 밀었다.

몸이 뒤로 넘어갔고,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얼음처럼 굳은 그의 얼굴이었다.

"첨벙!"

얼음장 같은 바닷물이 온몸을 삼켜버렸고, 소금기가 코와 목을 태우며 폐까지 화끈하게 파고들었다. 이브닝드레스는 물을 머금는 순간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져 내 몸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였고,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몰아쉬며 얼굴의 바닷물을 훔쳤다. 그리고 쾌속정을 올려다봤다.

조태현은 뱃머리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 불빛이 그의 얼굴을 푸르게 비췄다.

유람선 갑판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그 사이에서 권이나는 새빨간 비키니 차림으로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그녀는 조롱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위에서 조태현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잖아? 어떻게든 올라와봐."

그때 내 머리 위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났다. 드론이었다. 검은 렌즈가 마치 살아있는 눈처럼 나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내가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갑판 위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눈부신 백색광을 만들었다.

나는 온라인에서 벌어질 광란을 떠올렸다. 노출 사고 스크린샷, 악의적인 댓글들, 순식간에 퍼져나갈 조롱과 비난.

공황과 굴욕감이 목을 조여왔다. 바닷물은 뼛속까지 시렸고 팔다리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안 돼. 이렇게는 죽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끝날 수도 없었다.

처음의 공포가 가라앉자, 그 자리를 분노가 대신 채웠다.

나는 허우적거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더 이상 웃음소리도, 저 역겨운 얼굴들도 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드론의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얼음처럼 또렷했다.

"충분히 봤어? 이제 당장 내려와서 날 데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