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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환생 후, 외삼촌을 만나다

"심하영, 네 심장이 필요하다. 나온이를 살리려면 네 심장이 필요해."

4년을 사랑했다고 믿었지만, 지하실 수술대에 팔다리가 묶인 채 누워서야 심하영은 남자친구 최서휘의 진짜 모습을 깨달았다. 그가 집요하게 구애하고, 정성껏 챙기고, 뜨겁게 사랑을 고백했던 모든 순간은 그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심장을 얻기 위해서였다. 오직 그의 소꿉친구 진나온을 살리기 위한 목적뿐이었다.

"날 원망해?"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최서휘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망할 거면 너 자신을 원망해. 아빠한테도, 엄마한테도 사랑 못 받으면서 심씨 집안과 등을 지는 바보짓을 한 건 너잖아."

"넌 꼬리 흔드는 강아지처럼 굴었어. 뼈다귀 하나만 던져줘도 감동해서 날 따라다녔지."

"나온이를 살릴 수 있다면, 네가 죽어도 후회할 건 없잖아."

그때, 환자복을 입은 연약한 여자가 그의 옆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겉보기엔 순하고 해롭지 않아 보이는 얼굴로, 진나온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영아, 나 위해 건강한 심장 하나 잘 키워줘서 고마워. 넌 정말 큰 공을 세웠어. 나랑 서휘 오빠는 평생 너한테 고마워할 거야."

"나온아, 쓸데없는 말 그만해."

최서휘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달랬다.

"착하지. 가서 누워 있어. 곧 깨어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야."

바로 눈앞에서 저 역겨운 두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심하영은 억울함과 후회의 눈물만 흘릴 뿐 몸을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눈꺼풀조차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다음 날, 한 뉴스 보도가 순식간에 수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어젯밤, 해당곡 일대에서 헬기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사고로 기장과 여성 승객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사 결과, 사망한 승객은 최씨 그룹 CEO 최서휘의 약혼녀, 심하영 씨로 밝혀졌습니다.]

보도 아래에는 누군가 현장에서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이 함께 실려 있었다.

사진 속에서 최서휘는 추락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약혼녀의 유해를 끌어안은 채 오열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그해 가장 가슴 아픈 사진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 후로 그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처럼 변했고, 어떤 여자도 옆에 두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그를 '한 여자만 사랑하는 남자'라고 떠받들었다.

세상은 모두 심하영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라고 믿었지만, 최연소 의학 천재라 불리는 심구원만은 누나 심하영의 죽음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의문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심하영은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멀쩡하게 혼자 관광 헬기를 타러 갔을 리가 없었다.

심씨 집안의 몇몇 형제들은 누나의 죽음이 수상하다고 보고 힘을 합쳐 진실을 조사했지만, 모두가 잇달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세월이 흘러, 어른들과 주변의 주선으로 최서휘는 고등학교 동창 진나온과 부부가 되었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흠잡을 데 없이 배려하며 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이 태어났는데, 그 이름조차 심하영을 기리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진나온은 마음 넓고 현명한 여자라고, 최서휘는 의리 있고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라고.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사랑' 때문이었을까.

심하영은 죽은 뒤 혼령이 되어 몇 년 동안이나 최서휘 주변 5미터 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시신을 딛고 올라 인생의 정점을 찍고, 모범적인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제야 심하영은 뒤늦게 절규하듯 후회했다.

"하늘이시여,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는 반드시 최서휘와 진나온에게 피로 갚게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낼 것이다.

"환자분? 일어나세요. 링거 빼야 해요."

누군가 어깨를 흔들자, 심하영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또렷해졌다.

눈앞의 풍경은 마치 전생을 한바탕 다시 살아낸 뒤 돌아온 것처럼 낯설고 생생했다.

간호사는 소독 솜을 그녀의 손등에 꾹 누르며 말했다.

"환자분, 저혈당이 있으시니까 절대로 공복에 조깅하시면 안 돼요. 그리고 환자분은 모르시겠지만, 조깅하시던 숲속 공원에서 엊그제 성폭행 살인 사건이 있었어요. 환자분 정말 운이 좋았어요. 송 선생님을 만난 건 천운이죠. 아니었으면…"

어린 간호사가 쉴 새 없이 떠드는 동안, 심하영은 병실을 둘러보다가 비로소 자신이 정말로 환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 1년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무렵의 그녀는 면역력이 약해 항상 몸이 붓고 피곤했는데, 최서휘가 직접 운동 계획표까지 짜주며 챙겨줬었다.

그녀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실상은 딱 하나였다.

그가 사랑한 것은 '심하영'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안에 있는 건강하고 힘찬 심장뿐이었다.

진나온을 살릴 '예비 장기'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심하영은 머릿속을 정리하듯 숨을 고르고, 간호사에게 물었다.

"송 선생님이 누구예요?"

전생에서도 그녀는 조깅 중 쓰러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뜨자마자 최서휘에게 전화해 안심시키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후의 일은 모두 그가 처리했다.

그래서 자신을 구해준 그 '송 선생'이라는 사람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간호사의 표정에는 경외심이 어린 듯했다.

"송도건 씨요."

송도건? 전생에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돈은 넘쳐났던 최서휘의 외삼촌 송도건?

간호사에게 감사를 표한 후, 심하영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퇴원했다.

차를 기다리는데, 하얀색 랜드로버 한 대가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심하영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중년 남자가 조수석에서 고개를 내밀고 그녀를 걱정스럽게 물었다.

"심하영 씨, 퇴원하시는 겁니까? 하루 더 병원에서 쉬지 않으시고요?"

익숙한 얼굴을 보고 심하영은 조금 놀라며 말했다.

"무성 아저씨?"

이 사람은 김무성으로, 송도건의 경호원이었다. 제대한 특수부대 출신으로, 송도건을 구하기 위해 여러 번 생사를 넘나들어 송도건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었다.

김무성의 차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송도건도 차 안에 있다는 뜻인가?

뒷좌석 창문을 두드릴 용기는 없어서, 심하영은 허리를 굽히고 김무성에게 물었다. "무성 아저씨, 송 선생님은 요즘 건강 괜찮으세요?"

김무성은 고용주의 건강 상태를 외부에 발설하는 법이 없었기에, 늘 그렇듯 공식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평소와 같습니다."

"간호사한테 들었어요. 오늘 아침 제가 쓰러졌을 때 송 선생님이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 주시고, 치료비도 대신 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심하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송 선생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직접 찾아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김무성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뒷좌석을 흘끗 바라봤다. 차 안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는 사람을 확인하곤, 마침 그럴듯한 대답을 찾으려던 순간, 차창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하영."

송도건의 목소리는 맑고 낮았다. 마치 한겨울 새벽에 언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처럼 차갑고도 투명했다.

심하영은 최서휘의 여자친구였지만, 송도건과는 몇 번 얼굴을 본 것이 전부였고 제대로 말을 섞은 기억도 별로 없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성과 이름을 또렷하게 부르는 걸 듣자,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

고요한 감정이 가라앉은 남자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자, 심하영은 두피가 긴장되는 듯 온몸이 굳어졌다.

"외삼촌."

그녀는 전생에서 줄곧 최서휘를 따라 이렇게 불러왔었다.

송도건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가슴 앞에서 멈췄다 지나갔다. 그러더니 불쑥 물었다.

"서휘는 네가 저혈당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하영은 짧게 답했다.

"예전에 말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럼 알려둬."

툭툭 말하는 대신 담백하게 조언하는 태도였다.

그는 잠시 심하영의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여긴 택시 잡기 어려워. 김 기사한테 사람 보내서 집까지 데려다주게 할까?"

"아니에요!"

심하영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제가 불러둔 차가 곧 도착해요. 오늘 아침 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외삼촌."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

송도건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묘한 온기가 있었다.

차가 멀어지고 난 뒤에도, 심하영은 한참 동안 길가에 서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송도건은 늘 냉정하고 차분한 어른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누구보다 남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정말 좋은 남자였다.

집안, 외모, 능력. 그 어떤 조건 하나 부족함이 없었고, 원하기만 한다면 어떤 상대와도 결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도 원하는 만큼 두었을 테고.

그런데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 혼자 세상을 떠났다.

죽은 뒤에는 가진 재산 전부를 최서휘... 그 불효 막심한 조카에게 넘겼다.

정말, 세상은 이상했다.

좋은 사람은 일찍 가고, 나쁜 사람은 천 년을 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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