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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그는 내게 가문의 핵심 인물에게 골수를 기증하라고 요구했고 나는 그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티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그게 내 몫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로부터 1년 뒤, 내가 임신했을 때 그는 또다시 기증을 요구했다, 이사벨라의 병이 재발했고 상태가 악화됐다는 이유였다.

나는 처음으로 거절했다, 내 아이를 위해서였지만 그는 내 저녁 식사에 약을 탔고 가문이 쥐락펴락하는 사설 진료소에서 눈을 떴을 때 내 배는 이미 텅 비어 있었고 골수도 빠져나간 뒤였다.

나는 몸을 돌려 내가 절대 연락해선 안 될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나 자신과 내가 알고 있던 모든 비밀을, 전부 연방정부에 넘겼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나를 찾아다녔다.

"캐서린, 어디 있어? 우리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어, 내가 약속할게!"

하지만 연방수사국(FBI)의 방화벽 너머로는 더 이상 그의 울부짖음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

"캐서린, 비행독수리 계획에 들어오는 순간 과거와의 연결은 완전히 끊겨, 최소 10년이야, 그래도 괜찮겠어?" 연방수사국 요원이 무겁게 물었다.

나는 옷자락의 주름을 천천히 펴고 흔들림 없이 답했다.

"괜찮습니다, 남은 인생은 정의를 지키는 데 바치겠습니다, 후회는 남기지 않겠습니다."

사실 후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요원은 나를 한 번 훑어보더니 의미를 읽을 수 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기밀 작전이야, 네 모든 기록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줄 거다, 더 바라는 건 있어?"

아마도 요원은 내가 거대 가문의 아내로서 부와 영화를 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누구도 내가 가문의 철천지원수에게 스스로를 내어줄 줄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없습니다, 전부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그림자에 잠긴 이 도시에서는 그 남자보다 정의가 나를 더 필요로 했다.

요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캐서린, 정의를 위해 내린 결단에 감사한다, 새로운 인생에 온 걸 환영해."

연합 가문에서도 손꼽히는 금융 천재였던 나는 가장 빛나던 시절 모레티 가문에 시집와 뒤로 물러났고 그들이 구축한 거대한 검은 제국을 숫자와 자금으로 굴려 왔다.

그리고 이제, 그 제국을 무너뜨릴 칼날이 되겠다고 신청한 내게 연방수사국은 예외적으로 승인까지 내렸다.

남은 시간은 단 7일이었다.

7일 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신분으로, 누구도 나를 모르는 작은 마을로 떠나게 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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