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다시 찾으러 온 공우진의 교통사고
강태리는 그의 조각같은 옆라인을 몇 초간 보더니 고개를 살랑 저었다.
“본 적 없어요.”
공우진의 무뚝뚝하고 차가운 얼굴과 비교했을 때 이 남자의 얼굴에는 갓 사회에 입성한 오만함이 보였고 이목구비가 닮았다고는 하지만 사람한테 주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그의 나이는 그녀와 비슷하게 2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강태리의 새침한 얼굴에는 엄숙한 표정이였고, 빨간 입술을 다시는게 아주 진정성이 넘치는 얼굴이였다.
그녀는 정말 그를 몰랐다.
공정우가 씨익-웃더니 한쪽의 어깨를 낮췄다. “그래요. 자, 헬멧 씌워주세요.”
강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고 손을 들어올려 그한테 헬멧을 씌워줬다.
그녀의 말랑한 손끝이 그의 귓볼을 스치고 목덜미에 닿자 온몸이 찌릿해나는 느낌을 받았다.
공정우는 갑자기 간질러움을 느끼고는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그가 다시 바이크 시동을 걸자 관성때문에 강태리가 짧게 소리내고는 그의 허리를 꽉 안았다.
“살살해요.” 그녀의 어리광 섞인 간지러운 목소리는 이상한 생각을 연상케도 했다.
공정우는 배에 힘을 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이지 마요.”
“네.” 강태리는 힘주고 있던 손을 조금 풀었지만 그의 옷을 더 꽉 잡았다.
구름 아파트는 낡은 아파트였다. 그래서 골목엔 늘 불빛이 얼마 없었고 어두컴컴했다.
이때 위층에서 한 아주머니의 욕설도 들려왔다.
“야밤에 잠은 안자고 뭐하는 거야! 엔진소리가 너무 시끄럽잖아!”
바이크는 골목에 세워졌고 공정우가 헬멧을 벗으며 뒤에 앉아있던 여자를 보았다.
“10억짜리 쿠튀르 드레스를 입고 이런데 살아요?”
아, 이걸 까먹고 있었다.
강태리는 자기가 꽁꽁 묵어둔 드레스를 가리키며 웃었다.
“가짜죠 당연히. 안 그랬으면 가슴 아파 죽었죠.”
그는 몇번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절대적 비주얼 앞에서는 어떤 동작이든 다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착한 사람 씨, 고마워요.” 강태리는 공손하게 그를 향해 인사했다.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는것 같자 ‘착한 사람 씨’가 된 공정우가 뒤에서 그녀를 불러세웠다.
“연락처라도 남기지 않을래요?”
어둠속에서 강태리의 입꼬리가 신나게 올라가면서 이내 몸을 돌렸다.
“좋아요.”
그녀는 자기의 카톡 QR코드를 내밀었다. 핸드폰 스크린 빛이 여자의 얼굴을 몽롱하게 비췄고 그녀의 두 눈은 별을 담은듯 반짝반짝 빛났다.
공정우는 그녀의 코드를 스캔하면서 무심코 말했다.
“눈이 참 예쁘네요.”
강태리는 눈가를 한번 만지더니 웃었다.
“누군가한테서 그런 소리를 듣긴 했어요.”
“연락할게요.”
“그래요.”
시스템66, “카카오뱅크 입금 2천만 원, 공정우 호감도 1%. 공정우와 연락처 교환 완료, 어서 그의 대역 애인이 되어보세요.”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강태리는 아파트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자기의 카톡을 다 지우고 공정우 한 사람만 남겨두었다.
그의 프사는 개 한 마리였고 그것도 아주 잘생긴 시베리안 허스키였다.
[공 기사님]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66이 궁금한듯 물었다.
“이래야 들키지 않지. 남주가 그렇게 많은데 만에 하나라도 핸드폰 검사를 당하면 어떡해? 이제 어느 걸 쓰게 되면 이름을 다시 고치고 맨위로 해놓으면 돼.”
강태리가 그와의 대화방에 들어가 먼저 인사말을 보내고 이어서 송금을 하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이건 차비예요. 고마웠어요.]
“이건 또 뭐 하는 거예요?”
“원래 나쁜 남자라서, 쉽게 다가갈 수는 있는데 너무 들러붙으면 오히려 안 좋아.”
강태리는 핸드폰을 넣으면서 말했다.
“옆에서 안전하게 2년동안 차이지 않으면서 지내려면 공우진보다 더 위험계수가 높아. 그러니까 천천히 해야 돼.”
“숙주님 멋져용!” 66이 아부 한방 날렸다.
부른 택시도 도착하고 강태리가 차에 올랐다.
“샤인 주택으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기사님이 멋지게 유턴을 하셨다.
차가 중도까지 갔는데 맞은편의 차도에서 교통사고가 난것이 보였다.
검은 마이바흐 한대가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는 차문에 기대여 반쯤 얼굴을 숙이고 얼굴색이 하얗다.
“차 세워 주세요!”
강태리는 얼른 기사님한테 차를 옆에 세워달라고 말했다.
급하게 차비를 주고 차에서 내려 신호등을 기다려서야 남자의 옆으로 달려올 수 있었다.
“공 회장님.”
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걱정스러운 눈빛이였다.
“괜찮으세요?”
그가 진작에 집에 도착한줄로만 알았다.
남자는 무겁게 눈꺼풀을 들어 고통을 참고 있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고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어떻게 왔어?”
“어떤 착한 기사님이 나를 시내까지 데려다 줬어요.” 공우진의 창백한 얼굴색을 본 강태리는 참지 못하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위를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위 많이 아파요?”
“괜찮아.” 공우진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먼저 가지 그랬어요? 여기는 보험 맡겨서 처리하면 되잖아요.”
그녀는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을 보자, 기사님은 방금 전화를 마치고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말했다.
“저도 보험 안부를까 봐요. 뒤범퍼가 그냥 살짝 스친것 같은니까 저한테 20만 원만 주시고 끝내시죠.”
아마도 사고가 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강태리가 마주친 것 같다.
“제가 드릴게요. 저희 사적으로 합의해요.” 강태리가 말했다.
공우진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 이미 김비서한테 연락했으니까 와서 처리할 거야.”
“저기요, 지금 경찰도 보험사도 안왔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요! 지금 처리해야 돼요. 저도 장사 해야죠.”
강태리는 바로 상대한테 20만 원을 이체해주었다.
마이바흐도 차 앞부분이 살짝 스친 정도였다.
얼른 공우진을 부축해 차의 조수석에 태웠다.
“공 회장님, 20만 원으로 끝내는게 쌍방한테 다 이로워요. 만약 저 분이 차수리를 맡기면 20만 원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술까지 마셔서 경찰이 오면 회장님한테 불리해요. 그리고 지금 몸이 힘들잖아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쵸?”
강태리는 아주 분석을 해가면서 설득했다.
친절하게 허리를 숙여 그한테 안전벨트도 해주고 눈을 들어 남자의 조금은 당황한 눈과 마주치고는 미소를 지었다.
“나 운전 잘해요. 걱정하지 마요.”
이 나이를 먹도록 공우진은 단 한 번도 ‘일반인’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본 적이 없다.
강태리는 20여년간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어서도 부자가 되지 못했다. 폭스바겐이 한순간 마이바흐로 업그레이드 되자 그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스타트 버튼이 어딨는지도 몰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감 뿜뿜하던 강태리는 1초만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물었다.
“이 차, 시동은 어떻게 거는 거예요? 공 회장님?”
공우진은 몇초간 말이 없다가 다시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다.
“내가 운전할게.”
“아뇨 아뇨! 내가 할게요. 가르쳐 주기만 하면 돼요. 내가 좋은 차를 운전해본 적이 없어서 스타트 버튼을 찾지 못해서 그래요!”
강태리는 그의 골격이 다분한 손을 덥썩 잡으면서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
1분 후, 와이퍼를 킨 럭셔리 카 한대가 겨우 돌면서 정상적으로 길에 들어 섰다.
“나는 사실 전조등을 켜고 싶은 거였는데 왜 와이퍼가 켜졌죠?”
강태리가 민망해서 변명을 느러 놓고 있었고 옆에 앉은 사람의 몸에서는 한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강태리는 진짜 운전할 줄 알았다. 다만 몇억짜리 차를 운전 해본 적이 없을 뿐이다.
공우진은 안전벨트의 속박 속에서도 몸을 뻗어 그녀를 위해 와이퍼를 껐다.
그의 머리가 갑자기 너무 가까이 다가왔고 옅은 오렌지향의 머리결이 그녀의 입술까지 스쳤다.
“보통 어떤 차를 몰고 다녀?”
“폭스바겐이요.”
공우진의 미간이 좁혀지면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너 강씨 집안에 20몇년 있으면서 그거 몰고 다녔어?”
강태리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 내가 그 전에는 외출할 때마다 기사님이 있었거든요. 강루빈이 돌아오고 나서 면허를 딴 거예요. 덕분에 내 용돈은 급격하게 줄어 들었고 기사님도 당연히 잃었죠. 그냥 일반 외출 할 정도의 차를 샀던 거죠. 얼마전에 집에서 쫓겨날 때 그것도 팔아버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