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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고수를 만났네

박도윤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날 공항 화장실엔 자신과 그 녀석, 단 둘뿐이었다.

4~5살밖에 안 된 아이가 이런 일을 벌였다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녀석 말고 누가 이 일을 알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때 화장실 칸막이 안에 그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누군가가 있었던 걸까?

박도윤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사무실 분위기는 숨이 막힐 듯 무거웠고, 송성훈은 괜히 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

그렇게라도 하면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그때 박도윤이 불쑥 입을 열었다.

"캐서린은 만났어?"

그는 애초에 캐서린을 마중하러 공항에 갔지만, 정작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상대 얼굴조차 모르니 송성훈에게 팻말을 들고 기다리게 했지만, 결국 끝까지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

박도윤이 갑자기 화제를 돌리자, 송성훈은 급히 말을 이었다.

"미국 쪽에서 온 소식으로는, 캐서린이 이미 도착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마 저희가 늦게 갔거나, 아니면 그녀가 애초에 다른 비행기를 탄 걸 수도 있습니다.

근데 대표님, 이 캐서린 디자이너 말인데, 성격이 좀 거만하고 오만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냥 디자이너일 뿐인데, 대표님이 직접 마중 나간 것만 해도 큰 영광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바람맞히다니, 정말—"

"당장 가서 그 동영상부터 처리해. 5분 뒤에도 그 영상이 인터넷에 떠 있으면, 넌 묏자리나 알아봐야 할 거다. 내가 직접 선물해 줄 테니까. 나가."

박도윤이 그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말투는 싸늘했고, 온몸에서는 음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송성훈은 재빨리 입을 다물고 허겁지겁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5분?

그 해커가 어떤 트로이목마를 심었는지도 모르는데 해독만 해도 5분은 걸린다.

박도윤은 지금 그를 말 그대로 요절내려는 것이었다.

송성훈이 나가자 박도윤은 곧바로 컴퓨터를 켰다.

회사 보안 시스템은 완전히 뚫려 있었고, 회사 내 인트라넷이 마비된 상태였다.

누구지?

대체 누가, 왜 이런 식으로 조여오는 거지?

박도윤의 미간은 다시 깊게 찌푸려졌다.

그리고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연달아 타이핑되는 코드들 속에서, 첫 번째 보안 시스템이 붉은 경고창과 함께 뚫렸다.

한편, 심우진은 남채원이라는 '할머니'를 마주치기 싫어 방에 틀어박힌 채 컴퓨터를 켰다.

이터널 그룹의 보안 시스템이 붕괴되고 마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번에 심어둔 트로이 목마는 단 한 번만 발동돼도 박도윤을 제대로 곤경에 빠뜨릴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한 번 깜빡이더니, 첫 번째 방화벽이 그대로 뚫려버린 것이다.

심우진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

겉보기와 달리, 이터널 그룹에도 컴퓨터 좀 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다.

심우진은 빠르게 작은 손을 키보드 위에 올리고, 타닥타닥 소리 내며 시드를 계속 심어 나갔다.

박도윤은 상대의 흔적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그 통로를 차단했다.

"네가 누구든, 오늘은 반드시 널 찾아낸다!"

이토록 분노한 것도, 또 이런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부정할 수 없게도, 이 해커는 실력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박도윤이 보기에, 상대는 아직 어렸다.

심우진은 자신의 화면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 상대가 시스템을 잠근 걸 알아챘다.

망했다.

고수를 만난 거다.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미 화면 전체가 자기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어떡하지?

절대로 위치가 노출돼선 안 돼!

심우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뒤 외부 장치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띵" 소리와 함께 트로이목마가 완전히 해독됐고, 동시에 박도윤 쪽에서도 그의 IP 주소를 잠그는 데 성공했다.

박도윤은 화면에 뜬 IP 주소를 보며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

"송성훈, 들어와!"

그가 부르자 송성훈은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예, 예, 대표님!"

"이 IP 주소가 어디인지 당장 알아봐."

박도윤은 방금 찾아낸 정보를 송성훈에게 넘겼고, 송성훈은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멍하니 얼어붙었다.

"왜 그래?"

"대표님, 이 IP 주소... 박씨 집안 본가 주소인뎁쇼?"

송성훈은 전전긍긍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라고?"

박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억압적인 분위기에 송성훈은 식은땀을 흘렸다.

"정말입니다, 대표님. 이건 박씨 집안 본가 주소예요. 그 IP는 제가 직접 가서 설치했던 거라 확실합니다."

박도윤의 눈빛이 몇 초 동안 깊게 가라앉았다.

상대는 정말 교활했다.

마지막 순간에 외부 장치를 연결해서 IP를 박씨 본가 쪽으로 우회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 자가 자신과 박씨 집안에 대해 이렇게까지 잘 알고 있다니, 도대체 누구지?

만약 그가 적이라면… 정말 위험한 존재였다.

"당장 알아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동영상의 출처랑 해커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

"옙!"

송성훈은 어깨에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빠르게 뛰어나갔다.

한편, 심우진은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로 의자에 푹 주저앉았다.

…보아하니, 이 허접한 아빠가 생각보다 바보는 아니구나.

방금은 정말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바로 들켰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겠다.

그때,

"우진아, 나와서 밥 먹어."

심수진이 방문을 두드렸다.

심우진은 깜짝 놀라 재빨리 해킹 화면을 닫고 게임 화면으로 바꿨다.

그제야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문을 열자, 심수진의 시선이 방 안을 스쳤고, 컴퓨터에 떠 있는 게임 화면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 게임 좀 줄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채원 아줌마한테 꼭 사과해야 해. 알았지?"

심우진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 할머니한테 사과하라고?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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