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정말 우연의 일치일까?
심수진!?
캐서린의 한국 이름이… 심수진이라고?
박도윤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캐서린의 사진은 없어?"
"없습니다. HJ 그룹에서 캐서린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어서, 여러 경로를 동원해도 사진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굉장히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들었습니다."
송성훈조차 쉽게 믿기 어려웠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자동차 디자이너가 여자라니!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이건 정말 상식 밖이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하지만 박도윤은 그런 송성훈의 의문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캐서린의 자료에 적힌 '심수진'이라는 세 글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가라앉아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탁자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딱, 딱, 딱——
균일하게 울리는 그 리듬은
사무실 안의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표님..."
"준비해. 내가 직접 마중 나가 봐야겠어."
박도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심수진'
이 이름... 단지 우연일까?
5년 전, 그 큰 화재에서 끝내 심수진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가 워낙 심해 시신이 모두 재로 변했을 거라고 했지만, 박도윤은 한 번도 그녀가 죽었다고 믿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캐서린이라는 여자의 한국 이름도 심수진이라니.
그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반드시.
송성훈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5년 동안 박도윤이 누군가를 이렇게 직접 마중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차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심수진이 탄 항공편도 막 도착한 참이었다.
심수진은 캐리어를 끌며 입국장을 나왔다.
갈색 웨이브의 긴 머리, 완벽한 비율의 몸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놀라운 이목구비.
공항의 사람들은 저마다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시선을 뺏겼다.
그녀 곁을 따르는 작은 남자아이는 온몸을 흰색 캐주얼 옷으로 단정히 갖춰 입고 있었고,
손가락만 살짝 건드려도 터질 듯한 뽀얀 피부에, 길고 긴 속눈썹이 깜박깜박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은 저절로 그 앞에 다가가 한 번 꼬집어보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그 아이는 야구모자를 뒤로 돌려 쓰고, 입엔 막대사탕을 문 채 여유롭게 심수진 옆을 따라 걷고 있었다.
표정은 한껏 느긋하고 무심했지만, 그 눈매, 날렵한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아무도 함부로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우진아, 여긴 해성이야. 미국이 아니라고. 그 거만한 표정 좀 거두고, 엄마 따라와."
심수진은 아들의 그런 태도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마음 한켠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심우진의 행동거지가 점점 박도윤을 닮아가고 있었다.
가끔은 유전자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지만, 심수진은 아들이 차라리 자신을 더 많이 닮았으면 하고 바랐다.
"엄마,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그래요?"
심우진은 억울한 듯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심수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가락을 뻗어 그의 이마를 툭 찌르며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안 속아. 너는 내 아들이야. 네 성격쯤은 내가 훤히 알지. 경고하는데, 이번에 해성에서는 얌전히 있어. 사고치면 안 돼. 들었지?"
"알았어요. 엄마는 일하러 돌아온 거고, 나는 엄마가 자란 곳을 구경하러 돌아온 거죠. 전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엄마, 전 엄마 아들이에요! 왜 저를 적처럼 경계하는 거예요?"
심우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심수진은 애정 어린 눈길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머릿속에 온갖 꾀가 다 들어 있잖아. 내가 미리 당부해두는 거야.
자, 가자. 일단 공항 밖으로 나가서 채원이 아줌마한테 전화하자. 당분간 채원 아줌마 집에서 지내야 해."
"좋아요!"
심우진은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밖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심우진의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자신과 70~80%는 닮은 얼굴에,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차가운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박도윤.
전설처럼만 들었던, 그가 바로 아빠일까?
심우진은 몰래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심수진은 전화번호를 찾느라 바빴고, 그 모습을 본 심우진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외쳤다.
"아이고, 엄마! 배 아파요! 저 화장실 가야겠어요!"
심수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심우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배를 움켜쥐고 있었고, 작은 다리를 자꾸 비비며 급해 보였다.
"엄마가 같이 가줄게."
심수진이 아들을 안아 올리려 하자, 심우진은 재빨리 몸을 빼고는 외쳤다.
"안 돼요, 엄마! 못 참을 것 같아요! 밖에서 기다리세요, 저 금방 나올게요!"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내달렸다.
심수진은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애정 어린 눈길로 고개를 젓고는,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채원아, 나 수진인데, 나 돌아왔어."
전화를 받은 남채원은 그녀의 예전 단짝 친구였다.
5년 동안 연락이 끊기지 않았고, 지금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심수진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남채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돌아왔어? 내가 휴가 내고 당장 마중 나갈게. 지금 공항이야?"
"마중은 필요 없어. 우진이랑 같이 왔어. 나중에 택시 타고 바로 너네 집으로 갈게."
심수진은 전화를 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앞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대로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들어 사과했지만 고개를 든 순간,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었다.
박도윤.
정말, 인생이란 건 어디서 누구를 마주칠지 모르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