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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그냥 계약 결혼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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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맞선 당일, 훈훈한 미남일 줄 알았던 맞선 상대가 기름진 뚱뚱남으로 바뀌었다?! 어떡하지? 당장 도망가야 해! 강서인은 서둘러 도망치려 했지만, 옆 테이블의 한 남자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런데… 이 남자, 왜 이렇게 익숙하지? 설… 설마, 우리 회사 사장님, 박시후?! 박시후가 그녀를 붙잡은 것도 모자라, 다음 순간,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강서인, 나랑 결혼할래?" 결혼?! 좋아! 잘생겼고, 돈도 많으니 나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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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소개팅

남성시.

한 고급 찻집.

강서인은 어머니의 주선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왔지만, 약속 시간에서 이미 30분이 지났는데도 상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의 정교한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그리고 약 10분 후,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강서인 씨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강서인은 눈앞의 기름지고 키 작은 뚱뚱한 남자를 보며 얼굴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이 사람이 엄마가 말한 ‘엄청난 미남’이라고?

“저는 유의성입니다.”

남자는 의자를 당겨 앉더니 그녀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당신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이미 들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결혼 후에는 가정주부로서 집에서 편히 지내시면 됩니다. 생활비는 제가 전부 책임지죠. 그리고 제게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당신은 그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고, 제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정성껏 모셔야 합니다……”

“잠시만요, 유의성 씨.”

강서인은 그의 말을 끊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유의성의 얼굴색이 변했다.

“강서인 씨, 저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와 결혼하면 생활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유의성은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죄송합니다, 유의성 씨.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맞지 않아요.”

저 나이라면 차라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나을 정도다.

“당신은 후회할 겁니다!”

그는 더 이상 끈질기게 매달리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강서인은 자리에서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엄마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이미 반차를 낸 터라, 그녀는 서둘러 떠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구경을 했다.

옆 테이블에서도 소개팅이 진행 중이었다.

유의성과는 달리, 그곳에 앉아 있는 남자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었고, 그의 잘생긴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서는 고고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그에게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박 사장님, 우리 결혼식을 아일랜드에서 하는 건 어떨까요? 많은 하객을 초대해서…”

남자는 눈을 내리깔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당신은 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여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박 사장님, 첫 만남인데 너무 급하게 결정 내리지 마세요. 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박시후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

“난 보톡스를 맞은 얼굴이 싫어요.”

그 말을 듣자 강서인은 막 마시던 차를 뿜을 뻔했다.

이유가 아주 기가 막히네!

여자는 그의 말 한마디에 완전히 멘붕에 빠진 채 도망치듯 떠났다.

더 이상 볼 거리가 없어지자 강서인은 가방을 챙기고 조용히 떠나려 했다.

그때, 옆에서 낮고도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인.”

강서인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고개를 돌리며 마지못해 45도 각도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 사장님.”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구경은 충분히 했나?”

“아뇨…”

강서인은 무심코 대답했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얼른 정정했다.

“아니, 저 구경한 거 아니에요.”

“앉아.”

명령조의 말이 떨어지자, 강서인은 어쩔 수 없이 맞은편에 앉았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살폈다.

박시후.

남성시 최대 기업 박씨 그룹의 대표이자, 스물여섯 살의 젊은 나이에 이미 수조 원의 자산을 가진 남자.

그리고 강서인.

남성에서 가장 평범한 직장인이자, 박씨 그룹의 한낱 말단 디자이너.

이론적으로는, 박씨 그룹에 직원이 수천 명인데 그녀가 누군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3년 전, 박시후가 박씨 그룹을 막 인수하고 부서를 시찰하던 중, 수많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그녀 앞에 멈춰 서서 물었다.

“네 이름이 뭐지?”

강서인은 더듬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녀의 신분은 평범했지만, 얼굴은 평범하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의 수많은 디자이너들 속에서 그녀는 단연 돋보였다.

심지어 그룹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미인이었다.

그때 디자인 부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박 사장이 강서인을 마음에 둔 게 아닐까?’

강서인은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박씨 그룹에 몸담은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녀와 위대한 박 사장은 단 한 번도 교류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그를 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찻집에 도착했을 때도 그녀는 눈길 한 번 스치듯 그를 보았지만, 감히 먼저 인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박시후가 자신 같은 작은 존재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기에, 편히 앉아 구경하고 있었던 건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박 사장님,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강서인은 조용히 이 적막한 분위기를 깨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박시후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직시하며 물었다.

“결혼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