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지아의 어머니는 간암 말기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소원은 바로 이지아가 고현우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지아의 거듭된 부탁 끝에, 고현우는 마지못해 결혼을 승낙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고현우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고, 그날 밤 이지아의 어머니는 끝내 실망을 안고 세상을 떠났다. 다음 날, 그의 소꿉친구인 한소라가 인스타그램에 두 사람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억지로는 행복할 수 없어. 그의 마음속에는 내가 유일한 존재니까.]
제1화 우리 헤어지자
친척들과 친구들은 모두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겼다.
[너희 두 쓰레기는 참 잘 어울리네.]
나는 조용히 엄마의 장례를 치렀고,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했다.
사실 고현우가 한소라 때문에 나를 방치한 건 전혀 놀랍지 않았다.
우리는 6년을 함께했지만, 한소라의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그를 내 곁에서 불러낼 수 있었다. 결혼식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더는 생각하기가 귀찮아졌다.
장례를 치른 후 집으로 돌아왔다.
고현우는 집에 없었고, 마침 나도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짐을 챙기고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는 한소라가 고현우의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한소라는 마치 이 집의 여주인이라도 된 듯, 나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돌아왔어, 이지아?”
고현우는 내가 들고 있는 캐리어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지아, 너 또 뭐 하려는 거야?”
그 말투는 마치 내가 자꾸 괜한 트집을 잡는 사람처럼 들렸다.
한소라는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고현우의 팔을 더욱 꼭 껴안았고, 마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듯했다.
“지아 언니, 정말 미안해. 그날 손을 다쳐서 현우 오빠가 와서 날 돌보러 온 거야. 난 그날이 너희들의 결혼식 날인 줄 몰랐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가지 마.”
그녀는 그렇게 간절히 부탁하는 듯했지만, 눈빛에는 오히려 승리의 기쁨이 서려 있었다.
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봤다. 그녀의 오른손 검지에 작은 반창고 하나가 붙어 있었다.
‘이게 바로 고현우가 나를 버리고, 결혼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였어?’
순간 내 자신이 너무나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엄마는 그에게 있어서 한소라의 손가락 하나만도 못한 존재였다.
“고현우, 우리 헤어지자!”
엄마가 내 품에서 세상을 떠난 순간부터, 그에 대한 내 모든 감정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고현우는 내가 그저 질투로 화를 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지아, 너 좀 그렇게 유치하게 안 굴면 안 돼? 결혼식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잖아. 근데 소라 곁에는 아무도 없어. 얘가 다쳤는데, 내가 안 돌볼 수는 없잖아.”
‘너 좀 그렇게 유치하게 안 굴면 안 돼?’
이건 고현우가 나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성숙한 걸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고현우는 한소라를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그녀가 부모가 없어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나는 우리 관계에 제삼자가 끼어드는 것을 용인했다.
나는 그가 언제든 한소라를 돌보러 달려가는 것도 참아왔고, 내가 가장 그를 필요로 할 때, 그가 망설임 없이 다른 여자한테 달려가는 것도 견뎠으며, 한소라가 그의 마음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참아왔다.
결국 내가 참아온 대가는 그들의 더 큰 상처뿐이었고, 이런 삶은 이미 오래전에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차갑게 고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네가 뭘 하든 나랑은 상관없어.”
그렇게 말한 후, 나는 짐을 끌고 그의 옆을 지나쳤다.
고현우는 마침내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덥석 나를 붙잡았다.
“너네 엄마가 내가 결혼식에 안 간 걸로 마음 상하신 거야? 내가 가서 설명할 수 있어.”
나는 갑자기 너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설명하겠다는 건데? 한소라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결혼식에 못 갔다고 설명하려고?”
그 순간, 웃음이 터졌다.
그 며칠 동안, 그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거나 안부를 물었더라면, 이렇게 어리석은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필요 없어!”
예전의 나는 고현우 앞에서 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온화하게 그를 맞이했지만, 지금처럼 차갑게 그를 대했던 적은 없었다.
고현우는 내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나를 따라오려 했지만, 한소라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현우 오빠, 이건 오빠 잘못이 아니야. 쟤 엄마가 아픈 척만 하지 않았어도, 오빠가 어떻게 억지로 쟤랑 결혼했겠어.”
순간 내 머릿속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한소라의 얼굴에 뺨을 한 대 때린 상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