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남편의 선택, 신혼여행 대신 3년의 기다림

13.0K · 완결
하지야
10
챕터
1.0K
조회수
9.0
평점

개요

결혼한 지 3년, 의사인 남편이 신혼여행을 열 번이나 취소했다. 첫 번째엔, 그가 지도하는 인턴이 환자와 다투는 바람에 나를 낯선 도시에 혼자 두고 떠났다. 두 번째엔, 또 그 인턴이 병인을 찾지 못하자 급히 돌아가야 한다며 한밤중에 나를 야외에 버려두고 갔다. 그 뒤로 내가 신혼여행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 인턴에게는 꼭 '급한 일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MSF(국경없는사회)의사로 발령받아 떠나려 했을 땐, 남편은 울면서 돌아오라고 했다....... 신혼여행이 또 무산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 나는 이미 S시에 도착해 호텔까지 예약한 상태였다. 강형욱은 짜증을 내며 내 뒤를 따르며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누가 그렇게 빨리 예약하래, 비행기에서 내릴 때 이미 말했잖아. 장미 쪽에서 위급한 환자가 들어왔대. 나 지도교수야. 당연히 같이 봐야지." "신혼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당신은 좀 철 좀 들 수 없어? 그건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 나는 마음속 쓰라림을 참으며 ,손에 들고 있던 캐리어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 "가고 싶으면 가."

후회남 사이다고통스러운사랑현대물불륜관계후회물

제1화

결혼한 지 3년, 의사인 남편이 신혼여행을 열 번이나 취소했다.

첫 번째엔, 그가 지도하는 인턴이 환자와 다투는 바람에 나를 낯선 도시에 혼자 두고 떠났다.

두 번째엔, 또 그 인턴이 병인을 찾지 못하자 급히 돌아가야 한다며 한밤중에 나를 야외에 버려두고 갔다.

그 뒤로 내가 신혼여행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 인턴에게는 꼭 '급한 일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MSF(국경없는사회)의사로 발령받아 떠나려 했을 땐, 남편은 울면서 돌아오라고 했다.......

신혼여행이 또 무산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 나는 이미 S시에 도착해 호텔까지 예약한 상태였다.

강형욱은 짜증을 내며 내 뒤를 따르며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누가 그렇게 빨리 예약하래, 비행기에서 내릴 때 이미 말했잖아. 장미 쪽에서 위급한 환자가 들어왔대. 나 지도교수야. 당연히 같이 봐야지."

"신혼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당신은 좀 철 좀 들 수 없어? 그건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

나는 마음속 쓰라림을 참으며 ,손에 들고 있던 캐리어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

"가고 싶으면 가."

몇 분 전,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강형욱은 급하게 화장실을 찾았다.

나는 대신 인터넷에 연결하자마자 다음 순간 여러 개의 메시지가 떴다.

전부 장미가 보낸 메시지였다.

무심코 본 화면 속 내용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건 병원 단체채팅방이었다. 장미가 형욱을 계속 태그하며 애교 섞인 말투로 떠들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은 제가 병원에 들어온 지 1년 되는 날이에요. 우리가 처음 만난 지도 1년이 됐어요. 식당 예약 다 해놨는데, 약속 안 깨실 거죠?"

"제가 친구들을 많이 불렀단 말이에요. 선생님 안 오시면 다들 서운해할 거예요."

곧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쳤다.

"걱정 마. 너 몰라? 선생님이 제일 신경 쓰는 사람은 너야. 신혼여행? 벌써 몇 번이나 미뤘는데, 곧 핑계 찾아서 돌아오실 거야."

"선배님 와이프 나이만 먹었지, 장미만큼 젊고 예쁘진 않잖아. 일 년 내내 신혼여행 타령이라니, 한가하지도 않나? 의사 시간 얼마나 귀한데."

"결혼한 지 얼만데, 아직도 이런 형식적인 일에 연연하니. 사랑받지 못하니까 저런 데서 존재감 찾는 거지."

몸이 점점 굳어갔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번 여행은 열 번째 시도였다.

매번, 강형욱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나를 두고 떠났다다 우리는 첫 번째 계획장소에서조차 오래 머문 적이 없었다.

그 모든 이유의 중심엔 늘 장미가 있었다.

그는 늘 정당했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챙길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처음엔 그럴 듯했지만, 이제는 다 핑계라 느껴 졌다

"무슨 일 있어?"

화장실에서 돌아온 강형욱이 거울 앞에서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고 물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네 폰 울리길래, 누가 찾는 것 같더라."

잠금은 풀지 않았지만, 알림창에 뜬 메시지들을 다 읽어버렸다.

그는 손에 묻은 물기를 털고는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잠시 후, 내 얼굴을 보며 급하게 말했다.

"병원에 아주 까다로운 환자가 들어왔대. 장미 혼자선 힘들 거야. 나 가봐야겠다. 이번 신혼여행은 다음으로 미루자."

나는 그에게 병원에 일이 있는 건지, 아니면 기념일 때문에 바삐 돌아가려는 건지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한숨만 나왔다.

"이번엔 정말 많이 준비했어. 네가 좋아할 만한 맛집도 알아봤고, 사진 찍기 좋은 핫플도 있어, 호텔까지 다 알아봤어. 병원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도 되잖아. 의사 많잖아."

나는 간절히 그가 마음을 돌리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나를 싸늘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도대체 언제 철들래? 결혼할 때부터 말했잖아. 나는 의사야. 환자 생명이 내 우선순위야. 네가 지금 하는 말이 사람 목숨이 달릴수도 있다고 생각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