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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와 결혼해줘

"유진아, 급해. 장우진 대표님 전화번호 구할 수 있어?"

허민지는 그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공통 단체방까지 나가버렸다. 이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장유진뿐이었다.

상대방은 분명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듯했다. 목소리에 졸음이 묻어났다. "누구?"

"장우진..."

"네가 몽유병이라도 걸렸나 보네. 좀 더 자."

"설명할 시간이 없어. 급한 일이라니까, 진짜야."

그 프로젝트 협력사 담당자가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출국해버렸다. 그 사람더러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자신과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유진도 그녀가 농담하는 게 아님을 느꼈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번호는 내가 구할 수 없을 것 같고, 대신 그의 방으로 직접 찾아가보는 건 어때?"

맞다.

허민지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대충 옷을 걸친 채로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 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려는 순간 사장님의 비서가 바로 그녀를 가로막았다.

"안녕하세요, 장 대표님을 뵙고 싶은데요."

비서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예약하셨나요?"

허민지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비서는 간단명료하게 여섯 글자로 대답했다. "돌아가십시오."

"좀 봐주실 수 없나요? 허민지가 급한 일로 찾아왔다고 전해만 주세요. 분명 저를 만나주실 거예요."

그녀의 간청에도 비서는 이번에는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고 못 들은 척했다.

허민지가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스위트룸에서 장우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여보내."

장우진의 명령을 듣고서야 비서는 마지못해 그녀를 들여보내주었다.

허민지는 조심스럽게 스위트룸 문을 열었다. 장우진은 여전히 먹색 실크 가운을 입은 채로 통유리창 앞에 서서 아메리카노를 들고 이따금 한 모금씩 마시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허민지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대표님, 혹시 그날 계약서 하나를 주우신 건 없나요?"

"그날이라면?" 장우진은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언제?"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허민지는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장우진이 일부러 이러는 것임을 알았다. 화제를 돌리는 것도 소용없을 테니 차라리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대표님, 그날 밤에 제가 문자를 잘못 보냈어요. 그 이후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오늘은 정말 계약서를 가지러 온 것뿐이에요..."

"허민지 씨, 나는 결혼 상대가 필요해."

그가 갑자기 말을 끊자 허민지는 순간 반응하지 못했다. "네?"

"결혼하자는 말이에요."

장우진이 가까이 다가와 그의 검은 눈동자를 그녀의 놀란 얼굴에 고정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는 마치 날씨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허민지의 귀에는 환청이라도 들린 것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야 그녀가 말했다. "대표님, 저를 시험하실 필요 없어요."

허민지는 바보가 아니었다. 만약 장우진이 결혼 상대가 필요하다면, 그를 원하는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하필이면 자신일 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건 시험일 수밖에.

자신이 욕심을 부려 신분 상승을 노리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이리라.

장우진은 그녀의 말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했다. "어머님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시죠? 제가 최고의 의사를 구해드리고, 모든 비용도 부담하겠습니다. 동의하신다면 내일 바로 혼인신고를 하죠."

그는 진지하게 말했고, 잘생긴 얼굴의 표정도 농담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왜요?"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나는 결혼 상대가 필요해요. 왜 당신이냐면..." 장우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 "당신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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